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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George Town)은 17세기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동네로 남쪽으로는 앞서 다녀온 성 조지 요새와 마드라스 대법원이 위치해 있고 북쪽으로는 상업 지역으로 여러 은행과 시장들이 위치하고 있다. 조지 타운을 블랙 타운(Black Town)으로도 불렀는데 이곳이 처음에는 염색 공과 방직공이 정착했었기 때문이라 한다. 20세기 초에 세워진 랜드마크 빌딩인 패리 빌딩이 있는 곳이라 하여 패리스 코너(Parry's Corner)라고 불리기도 한다. 패리 빌딩(Dare House)은 첸나이를 근거지로 한인도의 대표적인 대기업 중의 하나인 무루가파(Murugappa) 그룹의 본사 건물이다.
마드라스 대법원 길 건너에서 우측으로 길을 시작하여 시장 골목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조지 타운 걷기에서 처음 만난 것은 앤더슨 교회(Anderson Church)로 1845년에 세워져 조지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에 하나지만 지금도 시간마다 기도회가 열리고, 매일 예배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문이 항상 열려있어 큰길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 선교사의 이름을 딴 교회다. CSI(Church of South India)는 남인도 교회 연합을 의미하는데 1947년 여러 교파들의 통합하여 조직한 것이라 한다.
해변 방향으로 계속 걷다보면 기찻길을 따라 조성된 버마 시장(Burma Bazaar)을 만날 수 있다. 인도에 무슨 버마 시장인가? 싶었지만 벵골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인도와 버마라는 지리적 특성과 버마와 민주화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 있었다. 1989년 군사 독재 정부가 물러나면서 지금은 미얀마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버마가 영국에서 완전히 독립하여 연방 공화국이 된 것은 1949년이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혼란 가운데 1962년 네윈에 의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 피난민들에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이라 한다. 그 사람들이 1969년에 시장을 형성하여 각종 수입품을 팔게 된 것이 현재에 이른다고 한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까지 점령하고 있는 버마 시장의 모습. 핸드폰 커버를 비롯해서 각종 전자제품까지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용산 전자 상가가 길거리로 내려온 느낌이었다.
버마 시장이 등지고 있는 기차역의 모습. 유동 인구가 많은 곳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많은 경우 모터사이클을 타고 오는 모양이었다. 상인들의 호객 행위와 어디서 왔냐는 질문이 귀찮아 지게 되면 길로 나와 걷는다. 횡단보도가 딱히 없어서 길 건너기가 애매했지만 현지인들이 길을 건널 때 눈치를 보면서 따라가니 자연스럽게 건널 수 있었다.
큰길을 벗어나 서쪽 방향으로 골목길 걷는다. 본격적인 시장 탐방이 시작된 것이다. 과일을 파는 노점상도 있고 사탕수수를 짜서 주스를 만드는 노점상도 있다. 노점상 중에서 사탕수수 주스를 파는 상인을 가장 자주 만났던 것 같다.
우리네 5일장 같이 길에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파는 분위기의 시장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는 서울의 을지로와 같은 분위기였다. 을지로에 가면 구하지 못할 재료가 없고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어 "만능 공장"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곳도 다양한 전문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골목과 골목 사이를 가르는 큰길이라도 만나면 신호등도 교통경찰도 없으므로 수많은 오토 릭샤와 모터사이클의 홍수 사이에서 길을 잘 잡아야 한다.
신발, 양발, 가방 및 가죽 제품, 직물, 건조식품 등 상품 종류별 전문점 골목들이 이어져 있었다. 소매를 하기도 하지만 어떤 상점 앞에는 우리는 도매만 한다고 붙여 놓을 정도로 도매만 하는 가게들도 많았다. 첸나이가 위치한 타밀나두 주의 주요 수출품에는 쌀과 콩, 사탕수수와 향신료와 같은 농산물뿐만 아니라 지갑, 가죽제품, 직물과 면사 등도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가죽 슬리퍼를 사라고 호객하던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우리나라 충무로 인쇄골목과 비슷한 분위기의 골목도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인쇄용지를 실은 수레에서 볼 수 있듯이 운반 방법일 것이다. 사람 사는 것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조지타운 시장 골목을 돌아 다시 대법원 앞의 큰길로 나왔다. 5일장 같은 분위기의 시장도 있었고, 도매를 위주로 한 전문 판매점도 있었고, 공구를 비롯한 다양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들도 있었지만 오래된 도시답게 한쪽으로는 힌두 사원도 있었으며, 대법원을 근처에 두고 있고 핵심 상업 지역답게 법률사무소와 은행 및 여러 사무실들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으로는 길에서 취사하고 있던 판자촌도 만날 수 있었다. 조지타운은 그야말로 인도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한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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