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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첫날의 시작은 한식당에서 넉넉한 아침을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젊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은 주재원이나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먼 이국땅에서 넉넉한 백반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첫 일정은 인도 주재원으로 있는 아우의 추천을 따라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라지브 간디 메모리얼을 방문했다.
라지브 간디 메모리얼(Rajeev Gandhi Memorial, NH 4 Chennai-anglore Highway, Sriperumbudur, Tamil Nadu)은 오전 6시에서 오후 9시까지 개방하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다만 입장할 때 소지품 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른 아침의 시원한 공기와 깔끔한 공원의 모습은 인도의 첫 하루에 기대를 높여준다.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인도의 6대 총리를 지낸 라지브 간디(Rajiv Gandhi)는 시크 교도에 의해 암살 당했던 어머니 인드라 간디 전 총리에 이어 총리에 올랐는데, 총리에서 사임한 이후 타밀나두 주에서의 유세 도중 한 여성의 폭탄 테러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한다.
추모비에 적힌대로 새롭고 현대적인 인도 건설에 헌신했다는 라지브 간디의 삶이 젊은 시절부터 정치인의 삶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뭄바이에서 출생하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그는 인도 항공사에서 14년간 조종사 생활하고 이탈리아인 아내 소냐 간디와 결혼하는 등 평범한 삶을 이어갔었다. 라지브 간디가 정계에 입무 하게 된 것은 1980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동생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동생의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하게 된 것이고, 총리였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총리에 올랐으니 그의 정치 역정은 가족의 죽음이 이끌어 간 것이 아닌가 싶다.
라지브 간디의 생각은 현대 인도의 역할과 일은 단순히 세계에서 정치적 정체성을 세우고 힘과 번영을 얻는 것이 아니라 천년의 인도 정신을 제공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 왔다. 잘 사는 것이란 나라의 외형적인 번영과 발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주의와 같은 유구한 역사에를 따라 내려오는 정신적인 자부심과 풍성함에 있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저 돈에 영혼까지 내어 던져 버리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참된 가치가 바로 서고 원칙이 중심을 잡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본다.
2월, 우리는 아직 한 겨울 이지만 이곳은 연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라지브 간디가 아니더라도 공원만의 가치도 충분한 장소였다. 첸나이 여행 내내 그 어떤 곳도 이곳만큼 관리가 잘 되는 곳은 없었다.
붉은 꽃을 달고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 새와 다람쥐가 아침 식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라지브 간디 메모리얼의 핵심 조형물은 뭐니뭐니해도 7개의 기둥이다. 꼭대기에 서로 다른 상징물을 얹어 놓았는데 Dharma(다르마, 달마, 법), Satya(진실), Nyaya(우산, 보호), Vigyan(지식의 별), Tyaga(희생의 불꽃), Shanti(평화의 연꽃), Samriddhi(풍성한 곡물)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희생의 불꽃을 배경으로 세워져 있는 조형물. 라지브 간디의 죽음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평화의 연꽃 기둥과 비문. 간디가 그렇게 외쳤던 비폭력 주의가 어머니와 아들로 이어지는 총리 두 명의 목숨을 거두어 가는 사건에는 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을까? 내가 눈 감기 전, 인도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의문을 남긴다.
7개의 기둥이 세워진 조형물을 지나면 커다란 부조를 만날 수 있는데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히말라야에서 발원하여 갠지스강으로 이어지는 인도의 자연과 문화를 표현하고 가운데는 존경받는 라지브 간디를 마지막 세 번째는 발전하는 현대의 인도를 표현하고 있다. 각종 산업의 발전과 우주 강국을 꿈꾸는 인도의 미래를 나타내고 있다. 인도는 세계 24대 산유국으로, 전력 생산에 있어 석탄 발전의 비율이 높지만 핵발전소를 8개 보유하면서 파키스탄과 함께 핵실험을 수행한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이다. 우주 분야에서도 달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중국과 우주 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인도는 오래된 나라이지만 젊은 나라이다"라는 라지브 간디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공원을 나오면 바로 고속도로로 버스와 트럭, 오토바이가 섞여 달리는 것이 무슨 고속도로인가? 싶지만 인도의 현재 모습이다. 아침 출근길의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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