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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시티투어 버스(KL Hop-On Hop-Off)로 시내를 둘러본 우리는 KL 센트랄(KL Sentral) 정류장에서 내려 일단 역으로 들어왔다. 공항버스를 타기 전에 간단히 요기를 할까 하고 이곳저곳을 검토해 보았지만 옆지기의 마음에 끌리는 곳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빵과 음료수로 저녁을 대신했다. 편의점 빵이 베이커리 수준이라서 나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같은 KL 중앙역 한 귀퉁이 의자에 앉아서 퇴근하는 수많은 사람이 지나는 풍경을 보면서 빵을 먹으니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도시의 풍경이 다 그렇듯 그들은 그들 나름의 길을 갈 뿐이고, 나는 나의 시간을 즐길 뿐이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온 우리는 한 층 아래로 내려가서 공항버스를 타고 KLIA 2 공항으로 이동했다. 시내 걷기와 식사로 약간은 노곤해진 까닭인지 조용한 버스 안에서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입국장에 위치한 짐 보관소에서 아침에 맡겨둔 짐을 찾고 바로 한층 위에 위치한 출국장으로 이동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거리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시차는 1시간이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 33분 정도 였는데 서울 시간은 19시 33분을 가리키고 있다. 첸나이행 항공편의 탑승구를 확인하고 출국 수속을 밟는다. 첸나이행 환승 항공기의 탑승권은 한국에서 미리 받았으니 체크인 데스크에 다시 갈 필요는 없고 바로 출국 수속을 밟으면 된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파리 드골 공항처럼 출국 수속 때 한번 그리고 탑승구 가기 직전에 한번 더 보안 검사를 받으므로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했다면 포장한 상태로 보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출국 수속 후 안에 있는 상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했다면 다 마시고 보안 검사를 받던가 편의점에서 밀봉 포장을 해서 보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번째 보안검사에서 그냥 압수당하고 만다. 필자도 그렇게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빼앗겼다는......
첸나이행 항공기는 쿠알라룸푸르에서 21:30에 출발하여 3시간 55분을 비행하여 인도 시간 22:55에 첸나이에 도착한다. 에어버스 A320를 투입하고 있었는데 기내에서 인터넷으로 영화도 볼 수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저가 항공사이지만 나름 좋은 아이디어이지 않나 싶었다. 외부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되지만 기내 인터넷으로 기내식이나 면세품 판매도 안내하고 많지는 않지만 영화도 볼 수 있으니 항공사와 고객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 아닌가 싶었다. 오래간만에 스펀지밥 만화 영화를 시청했다.
인도 첸나이로 가는 비행기 안은 빈 좌석이 많았다. 그래서 옆지기와 교대로 서로의 다리를 베개 삼아 누워서 가는 호사도 누렸다.
마침 터진 코로나-19가 인도는 아직 잠잠해던 때라 발열이나 기침, 오한을 물어보는 신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입국신고서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라 입국신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한국에서 발급해간 E-Visa와 여권만 보여주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건강 상태 신고서는 신고서 대로 작성하고, 입국신고서 따로 작성해야 했다. 입국신고서를 심사대 앞에서 작성하느라 당화스러운 상황이 펼쳐졌지만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은 때라 다행이었다.
불 꺼진 첸나이의 밤을 밟으며 인도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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