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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조지 요새를 둘러본 다음에는 마드라스 대법원을 거쳐서 조지 타운을 걸을 예정이었다. 한국에서 여행 계획을 세울 당시만 해도 멀지 않은 거리니 만큼 걸어서 마드라스 대법원까지 가보자 하는 생각이었지만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대로변을 따라 길을 찾아가는 게 만만치 않은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요새를 나오면서 다른 방안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성 조지 요새 앞쪽에는 여러 대의 오토 릭샤가 줄을 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전거를 개조한 릭샤는 교통수단으로는 이미 퇴출된 모습이고, 일부 관광객에게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뿐이다. 첸나이 시내를 돌아다니는 오토릭샤는 이미 단순히 모터사이클을 개조한 형태를 벗어나 전용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버와 유사한 올라 캡스(Ola Cabs)라는 앱을 사용하면 오토 릭샤도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는 마드라스 대법원까지 가려고 한다면서 흥정을 시작했다. 릭샤를 타다가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고 하고, 엉뚱한 곳에 내려 준다고도 하지만 아주 먼길도 아니고 조금 비싸더라도 기사분에게 선물을 준다 하는 생각으로 흥정을 했다. 아저씨가 처음 부른 가격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너무 비싸다고 한 것은 분명했다. 그냥 걸어갈까? 하면서 옆지기를 끌고 걸어가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아저씨는 두 사람에 100루피를 내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1,700원 정도이니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협상을 끝내고 릭샤 뒷자리에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릭샤에 미터기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승차한 오토 릭샤는 앞에 있던 다른 릭샤를 비집고 비치 로드를 달리기 시작했다. 네팔의 시골 구석에 사는 아이들의 손에도 스마트폰이 들려 있는 세상에서 릭샤도 단순 개조품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LPG 릭샤와 전기 릭샤에 안전장치와 무선 호출이 갖추어진 릭샤까지 이곳 실정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모양이다. 릭샤에 광고까지 부착하고 있으니 웬만한 기업형 택시 회사와 견줄만해 보이기도 했다.

 

어떤 오토 릭샤는 문이나 안전 가이드가 있는 것도 있었지만 우리가 탄 릭샤는 문도 창문도 없이 달리는 릭샤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올곧게 받아 내야만 했다. 그래도 릭샤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시속 50 Km를 넘지 않으니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이동하는 길지 않은 시간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마드라스 대법원(Madras High Court)은 1892년에 세워진 인도-사라세닉(Indo-Saracenic) 양식의 건축물로 인도-사라세닉 양식은 19세기 후반 영국이 인도에서 지은 공공건물에 적용한 건축 양식이라 한다. 인도-고딕 (Indo-Gothic), 무갈-고딕 (Mughal-Gothic)이라고도 부른다. 오토 릭샤에서 내린 우리는 대법원 근처라도 갈 수 있을까 하고 골목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경찰관들은 강하게 제지했다. 지도에 길이 있다고 그 길을 누구나 걸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성 조지 요새에서 이 곳까지 걷지 않고 릭샤로 이동한 것은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아줌마 경찰관은 큰 길가에서 건물 외부 사진 찍는 것도 제지했다. 위의 사진은 길 건너에서 찍은 것이다.

 

수많은 사람과 차량이 뒤섞여 있는 마드라스 대법원 앞은 주변 시장과 이어지며 정말 사람이 많았다. 법정을 오가는 사람들,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드물지만 우리 같은 여행객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지역이었다.

 

마드라스 대법원(Madras High Court)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대법원 중의 하나로 1862년 빅토리아 여왕 당시 봄베이, 콜카타와 함께 법원 설치가 허락되었고 30년 후에 현재 건물에 입주한 것이라 한다. 법조 단지의 규모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법조 단지 중의 하나라고 한다. 법원 근처에서는 비슷한 복장을 한 법조인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한 손에는 서류를 들고 진한 검은색의 옷과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다. 영국은 여전히 가발과 정해진 의복을 입고 법정에 서야 하는데 그 영향을 영연방 국가들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길 건너의 조지 타운을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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