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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지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시티투어 버스를 통해 돌아보고 있다. 시티투어 버스는 시내 중심부를 도는 레드라인과 외곽 지역을 도는 그린라인으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는 레드라인 마지막 정류장인 차이나 타운에서 버스를 내려 걸어서 이동한 다음 그린라인의 첫 정류장인 센트럴 마켓에서 버스를 갈아탔다. 리틀 인디아와 KL센트랄(KL Sentral)을 지나서 쿠알라룸푸르 국립 박물관에서 여정을 이어간다.
시티투어 버스 정류장은 박물관 측면에 있는 주차장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박물관에 입장하려면 박물관 정면으로 이동해야 한다. 주차장 근처에는 작은 공원과 함께 휴식 공간이 있어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쉴 수 있었다. 매표소 안내 표지판을 따라 정문으로 이동한다.
박물관 앞에는 아래쪽으로 말레이시아 국기가 아닌 깃발이 걸려 있었는데 말레이시아 연방 직할구의 깃발이라고 한다. 연방 직할구(Federal Territory)란 13개 주와는 별도로 연방 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행정 구역으로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인 쿠알라룸푸르, 행정 수도인 푸트라자야, 보르네오 섬 북쪽의 사바 지역에서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하는 라부안이 있다.
박물관 앞에는 말레이시아 역사와 문화를 그리고 있는 부조와 함께 말레이시아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첫인상은 마치 일본의 신사를 본뜬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가 있었다. 그러나, 알아보니 말레이 왕궁과 높이가 높은 전통 가옥(Vernacular Malay architecture)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것이라 한다. 1963년에 2차 대전 당시 미군의 B-29 폭격기에 의해 파괴된 기존 박물관을 헐고 새로 지은 것이다. 원래 있었던 박물관은 1896년 영국과 슬랑오르(Selangor) 정부가 세운 슬랑오르 박물관이었다.
입장료는 1인당 5링깃으로 저렴했다. 매표소가 위치한 1층 바닥은 사진처럼 특별한 타일로 장식되어 있는데 박물관 건설 당시 파키스탄에서 선물한 것이라 한다.
박물관 바깥에서 외관이 일본의 신사랑 비슷하게 생겼네! 하는 오해는 내부의 장식물을 보고도 저건 신사 앞에 세우는 토리이 아니아! 하는 오해로 이어졌다. 사실은 중국계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춘절 장식물이었는데...... 음으로 읽으면 신년쾌락(新年快樂)인데 중국계가 많은 동남아에서 춘절에 새해맞이로 많이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도의 의미다. 말레이시아도 음력설이 공휴일이고 우리나라처럼 대체 공휴일도 있다.
선사 시대 유물부터 천천히 관람을 시작한다. 석기 시대의 주인공인 돌의 종류부터 차례대로 다루고 있다. 암석은 기본적으로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단순 밀림이나 빌딩 숲으로 이루어진 도시만 생각했던 말레이시아는 티티왕사 산맥을 축으로 풍부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때 주석 생산으로 유명했고 석탄을 비롯한 매장된 광물 자원도 엄청나다고 한다. 농업에 유리하고 풍부한 자연환경과 지하자원까지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선사 시대 유물과 비교해 받은 인상은 비슷하면서도 뭔가 독특함이 있다는 것이었다. 돌로 만든 손도끼와 청동 북의 모습이다. 특히 청동북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선사 시대 유물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코타키나발루가 있는 사바주에서 발견된 통나무 관의 모습이다. 통나무 관을 석회암 동굴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말레이 여러 왕국들의 옥새.
화려한 칼과 칼집. 말레이 민족도 펜칵실랏(Pencak Silat)이란 전통 무술이 있다고 한다. 저울을 보니 세계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이곳의 지리적 특성을 떠올리게 된다.
이슬람 문화가 처음 전해진 것은 13세기 아랍과 인도 무역상들에 의해서라고 한다. 15세기에 이르러는 말라카(Malacca)를 중심으로 여러 술탄국이 생겨났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우측의 사진은 19세기에 만들어진 코란의 모습이다. 스페인 박물관에서 만났던 고급 성경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4차 마방진이 새겨진 자기의 모습이다. 마방진(Magic Square)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던 시기에 베이식으로 홀수 차수를 입력받아 N차 마방진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처음 만났던 것인데 삼십 년을 훌쩍 넘겨 이국땅에서 이슬람 문화의 하나로 다시 만났다. 중세 이슬람에서는 마방진에 마력이 있는 것으로 여겼다고 하니 도자기에 마방진을 새긴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었겠다 싶다. 18세기 칭(Ching) 왕조 때의 것이다.
말레이 민족의 한축을 이루는 프라나칸(Peranakan)에 대한 설명과 유물이다. 15세기부터 중국 남부에서 멜라카(Melaka)로 이주하여 현지인과 결혼한 혼혈을 의미하는데 이들을 바바뇨냐라고도 한다. 나름의 독특한 음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유물을 볼때 처음에는 대포 모형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전혀 엉뚱한 용도였다. 19세기에 통화처럼 사용되기도 했고 물물교환에 사용되기도 했단다. 보루네오나 브루나이 지역에서는 신랑이 신부 쪽에 주는 선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1511년 포르투갈이 말라카를 접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1641년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에 이르는 서구 열강의 침탈이 시작된다.
현재의 말레아시아 영토는 대부분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의 손아귀에 있었던 지역으로 영국은 고무 생산과 주석 채굴 등을 위하여 많은 중국인과 인도인을 이곳으로 이주시켰는데 그 영향으로 현재 말레이시아가 다양한 문화를 가진 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도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를 거쳤다. 일제는 영국 제국주의에서 민족을 해방시켰다는 시각으로 말레이시아의 민족주의에 불을 지피면서 어느 정도 술탄과 지식인들과 협력 관계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이곳에 정착한 중국인들은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있는 8만여 명의 중국인을 죽이고 학교를 닫고 불태울 정도로 잔혹했다고 한다.
영국의 법령과 문화에 저항했던 하지 압둘 라만(Haji Abdul Rahman)의 유물. 이슬람을 가르치기 위하여 림봉(Limbong)에 왔다는 그는 1992년부터 1928년까지 영국에 저항하는 리더를 맡았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도 이념 갈등이 그냥 지나가지 않은 곳으로 일본이 패전하고 다시 영국의 지배를 받자 중국인이 주축이된 말라야 공산당(Malayan Communist Party, MCP)이 영국에 맞서 봉기했고 여러 갈등 끝에 1957년 독립과 동시에 툰쿠 압둘 라만(Tunku Abdul Rahman)이 초대 총리에 들어서면서 말레이시아 연방이 시작하게 된다. 물론 이후에도 말레이인 우대 문제, 중국계 정책 문제 등 인종 차별로 인한 갈등이 지속된다.
메르데카(Merdeka)는 독립을 의미하는데 위의 사진은 말레이시아 독립의 아버지라 불리는 툰쿠 압둘 라만(Tunku Abdul Rahman)의 모습이다.
다양한 왕의 모자들. 말레이시아는 입헌군주국 체제로 9개 주에 있는 술탄에 의하여 5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왕을 맡는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한눈에 보여주는 포토존. 이곳에서 인증샷 하나 남기고 박물관 관람을 마무리한다.
박물관 뒤편의 모습. 상점과 기념품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 뒤편과 주차장 쪽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자동차와 기차 전시장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국립 박물관인데 화장실이 유료였다. 비싸지 않아 가지고 있던 동전으로 해결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인도에 가면 유료 화장실이 많다고 했는데 말레이시아도 곳곳에 유료 화장실이 있다고 한다.
박물관 입구를 지나 시티투어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근처에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카페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를 하나로 뽑아서 잠깐의 휴식을 즐기다가 다음 여정을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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