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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제대로 만나는 방법으로 그 나라의 국립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 만한 것이 있을까? 재미가 별로 없을 거라는 주재원 동생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장시간의 박물관 관람을 계획대로 진행했다. 첸나이 정부 박물관(Government Museum Chennai, http://www.govtmuseumchennai.org/museum/)의 개장 시간은 09:30~16:30이고 금요일 휴무다. 위의 지도처럼 판테온 로드(Pantheon Road)에 위치하고 있고 정문 안으로 들어가면 우측으로(연두색 구역) 구획이 정해진 곳이 많지는 않지만 스쿨버스들이 주차할 정도로 주차 공간이 있기는 하다. 나올 때 주차비를 받는데 20루피 내외이다. 내부에 카페나 매점이 없기 때문에 도시락이나 간식을 준비했다면 노란색으로 표시된 구역에 돌 벤치와 나무 그늘이 있는 휴식 공간이 있으므로 그쪽에서 휴식 시간을 가질만하다.

티켓 판매소 표식을 따라가니 어린이 박물관 근처의 사무실에 한 아저씨가 티켓을 팔고 있었다. 외국인 입장료로 1인당 250Rs를 지불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한대에 대해서 사진 촬영비 200Rs로 티켓을 구매했다. 문제는 거스름 돈을 받지 않았는데도 우리가 정신없이 티켓 판매소를 나선 것이었다. 잔돈을 줄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던 그 아저씨는 다시 돌아가서 잔돈을 받지 않았다고 하니 그제야 잔돈을 챙겨 주었는데 얼마를 내어 주어야 하는지 묻지도 않고 바로 정확한 금액의 잔돈을 주는 것이었다. 군소리 없이 잔돈을 주어서 다행이기는 하는데 정확한 금액을 기억하는 사람이 큰소리로 우리를 불러서 잔돈을 줄 생각은 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떨쳐버리며 박물관 관람을 시작했다.

 

박물관 외부는 한참 공사 중이었다. 첸나이는 입주 기업들도 많아서 재정이 넉넉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간접자본이나 복지 시설 투자가 미흡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박물관을 돌아다녀 보니 좋은 콘텐츠들이 너무 방치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를 사용해 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는 재미있는 휴지통과 인사로 본관으로 이동하며 박물관과의 첫 만남을 시작한다. 

 

1851년에 개장한 첸나이 정부 박물관은 인도의 4대 박물관 중의 하나이자 인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박물관답게 박물관 주변은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들이 나무 그늘을 만들어 준다. 18세기에 사용했던 대포들도 이곳의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우측에 있는 대포는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남인도를 통치했던 마이소르 왕국의 티푸(Tipu) 술탄의 군대가 사용했던 대포로 티푸의 별명이 마이소르의 호랑이(Tiger of Mysore)라고 불렸던 까닭인지 대포의 앞부분 문양이 호랑이로 새겨져 있다. 티푸가 영국과 연결된 내부 반역자에 의해 암살당하기 전까지 마이소르는 영국군을 위협하는 존재였다고 한다.

 

인류학(ANTHROPOLOGY) 관련 전시를 하고 있는 전관 앞을 지나서 여러 동물 조형물이 세워진 건물까지 걸으면 그곳이 바로 박물관 관람의 시작 지점은 본관(Main building)이다. 거다란 나무들이 감싸주고 있어서 나름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박물관 내부의 각 건물마다 티켓을 검사하면서 티켓에 구멍을 뚫어주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라도 찍을라 치면 직원이 쪼르르 달려오는데 그때마다 200루피에 구입한 카메라 패스를 보여 주지 않으려면 우측의 그림처럼 카메라 패스가 잘 보이도록 달고 다니는 것이 좋다.

 

본관 뒤편으로 가면 외부 전시 공간 주변으로 나무 그늘이 있는 조용한 휴식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학생들이 공부에 정신이 없었다. 근처에 도서관도 있고 학교도 있어서 학생들이 조용하고 시원한 공간을 찾아온 것은 이해가 되지만 야외에서 학습에 집중한다니 조금은 생소한 풍경이었다. 우리나라 공공 도서관에 가보면 일단 밖에 나오면 수다 삼매경이라 학습과는 조금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기 마련인데 이곳의 학생들은 바깥에서도 남녀 학생들이 학습에 전념하고 있어서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조차 괜히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아무튼 본관 뒤편으로 가면 건물의 돌계단과 돌로 만든 벤치들에서 책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본관 앞쪽으로는 무료 화장실도 있지만 눈에 띄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대포알 나무(캐논볼 트리, Cannonball tree)이다. 18세기 대포를 전시하고 있는 장소 앞에 있는 나무라서 더욱 이목을 끌었는데 실상 대포알처럼 생긴 이 나무의 열매는 독한 냄새로 식용으로 쓰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붉은색의 커다란 꽃을 피우는데 관상용으로 심는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제일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이곳 아이들과의 만남이었다.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소풍 나온 초등학생들의 눈에 비친 중년의 동양인 부부는 신기함 그 자체였나 보다. 헬로! 하며 말을 섞고 어디서 왔냐고 물으며 말을 거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유물을 바라보는 것은 거의 수박 겉핥기식으로 쓰윽하고 지나가는 지루한 일이지만 생전 처음 만날 수도 있는 동양인과 말을 섞고 하이파이브하며 악수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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