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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국립 박물관에서 다시 그린 라인 시티투어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여행 계획 당시에 방문하려 했던 주요 포인트를 툭툭 건너뛰고 버스에 탄 상태로 나머지 일정을 소화했다.

 

말레이시아 왕궁(National Palace, Istana Negara)의 모습. 22개의 돔을 가진 형태로 2011년 완공되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입헌군주국 체제로 9개 주에 있는 술탄들이 5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왕을 맡는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 양식과 말레이 양식이 혼합된 말레이시아 왕궁은 궁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으므로 인증 사진 하나 남기고 버스로 돌아온다.

주차장에 시티투어 버스 두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버스가 이곳에 도착하니 잠시 사진 찍고 오라는 듯 버스 시동을 끄고 기사들은 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서양 여성이 담뱃불을 빌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니 애연가들은 어딜 가서도 서로 참 잘 어울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와 있던 버스는 고장이 난 건지 움직이지 않았는데 우리가 레드 라인에서 그린 라인으로 옮겨 탈 때 버스 대기 시간이 유난히 길었는데 버스 한 대가 고장이 나서 그런 모양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티투어 버스는 정확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기보다는 그야말로 적당한(?)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왕궁에서 공원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만난 거리의 작품. 직역하면 "차이와 다양성의 도시, 쿠알라룸푸르"라는 "Kuala Lumpur: A City of Contrasts and Diversity"라는 도시 브랜드가 이곳의 개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는 듯하다.

 

공원 지대에 들어서니 독특한 모양의 가로등이 우리를 반긴다. 바로 붕아 라야(Bunga Raya)라 부르는 말레이시아의 국화다. 붕아 라야는 "위대한 꽃"이라는 의미인데 다섯장의 빨간 꽃잎과 가운데 암술이 길게 나온 것이 특징이다. 가로등도 긴 암술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히비스커스(hibiscus) 중에서도 빨간 꽃잎을 가진 부상화(Hibiscus rosa-sinensis)가 붕아 라야로 우리나라의 무궁화처럼 아욱과 무궁화속으로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불상화, 하와이 무궁화라고도 부른다. 훌라춤을 출 때 여인들이 장식할 때 이용하는 꽃이라 한다. 정열의 빨간색이 인상적인 꽃인데 말레이시아 국화로서 빨간색은 용기를 의미한다고 한다.

 

공원 지대에 들어서니 2층에 앉아 있으면 나뭇가지가 스쳐 지나갈 정도로 나무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다.

 

시티투어 버스는 호수 정원(Lake Garden)과 조류 공원(Bird Park) 정류장을 차례로 지나지만 호수 정원은 버스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큰 면적에 자리하고 있는 장소로 1888년에 인공 호수 주위로 조성된 공원이다. 호수 주위로 조깅이나 산책하는 것도 좋고 공원은 입장료가 없지만 호수에서 보트 타기, 조류 공원, 사슴 공원, 나비 공원등 입장료를 지불하면서 즐길 수 있는 공원들도 호수 정원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버스는 조류 공원 옆으로 조성된 길을 따라서 내려가는데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이니 만큼 규모가 상당해 보였다.

 

원래 계획은 입장료가 조금 비싼 조류 공원 대신 그 앞에 있는 입장료가 무료인 난초 및 히비스커스 정원(Orchid and Hibiscus Gardens)을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공사 중으로 문이 닫혀 있었다. ㅠㅠ

 

시티투어 버스는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를 지난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장소답게 푸드 트럭과 노점상들로 북적인다.

 

모스크 앞에서는 관광객들이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옷을 빌리느라 분주하다. 이슬람 신도가 60% 내외인 말레이시아가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주변 나라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한때 말레이시아와 하나였던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월등히 많은 만큼 이슬람교의 비율이 14% 내외이고 오히려 불교도가 상당히 많다. 반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루네오섬을 말레이시아와 나누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90% 이상이 이슬람교로 인구상으로는 이슬람 신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중동의 이슬람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도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모든 국민은 이슬람, 기독교, 유교, 불교, 천주교, 힌두교 중의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고 한다. 종교 선택의 자유가 있을 뿐이고 종교가 없을 자유는 없다. 무신론인 공산주의를 배격하기 위하여 군부가 고안해낸 것이 아닌가 싶다. 32년간 군부 독재를 수행한 수하르토는 1965년 아직도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는 대학살을 자행했는데 그 대상이 바로 공산주의자였다고 한다. 매카시의 광풍이 우리나라도 인도네시아도 가만 두질 않았고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런 배경하에서 주민증에 종교가 표시되는 나라에서 부모를 따라 이슬람교가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티투어 버스는 KL 시티 갤러리(KL City Gallery, http://www.klcitygallery.com.my/)와 메르데카 광장(Merdeka Square)을 지난다. 원래 계획은 메르데카 광장 정류장에서 내려서 입장료 10RM을 내는 KL 시티 갤러리를 다녀올까 했는데 내리쬐는 오후의 햇빛에 몸이 지쳤는지 광장도 갤러리도 건너뛰었다.

 

메르데카 광장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당시 초대 총리가 독립선언문을 발표했던 장소로 넓은 잔디밭 뒤로 보이는 건물이 영국의 총독 건물이다.

메르데카 광장 주변도 말레이시아 국화를 본뜬 가로등이 국화처럼 꽃을 피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산유국으로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이 8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LED 가로등을 설치한 것을 보면 에너지 절약을 위한 세계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메르데카 광장에서 조금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카운트다운 클럭(CDC, Countdown Clock)이라는 작품이다. 작은 물줄기가 커튼처럼 내려오는 독특한 작품이다.

 

폭포는 하루 네 차례 2~3시간씩 운용하는데 폭포 속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두 청년의 모습이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나를 포함하여 그들의 눈에 비치는 폭포 바깥의 모습은 모두 도시의 한 풍경이고 주인공은 저들이라는 생각이었다. 쿠알라룸푸르에 다시 온다면 이곳도 걷기 장소로 찜이다.

 

메르데카 광장 이후에도 그린라인 시티투어 버스는 메단 마라(Medan Mara)를 비롯하여 다섯 정거장을 더 지나는데 내릴 계획이 없었으니 그냥 시내버스 타듯 눈앞의 풍경은 휙휙 지나간다. 부킷 빈탕 종점에 버스가 도착하니 버스 차장은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버스 마감 시간이 가까우니 목적지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KL 센트랄이라고 하니 한 바퀴 돌아 더 가는 줄 알아듣고는 얼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출발한다. 다시 한 바퀴 더 돌 모양이다. 버스는 다시 중앙 시장과 리틀 인디아를 지난다. 오늘 하루에만 세 번 이상은 지난 듯하다.

 

일반 통행 도로 탓에 빙빙 돌아 KL 센트랄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제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가면 쿠알라룸프르와도 안녕이다.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돌아다녀 보니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도 괜찮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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