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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킷빈탕 모노레일 역에서 나오니 대로변에 위치한 KL Hop-On Hop-Off 사무실이 눈에 들어온다. 모노레일 역사와 숭가이 왕 플라자(Sungei Wang Plaza)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상가 건물의 계단을 내려가면 대로변으로 나갈 수 있다.

 

사무실에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간 바우처를 제시하니 위의 그림과 같은 정식 티켓을 주었다. 얇은 종이로 된 티켓인데 버스를 내렸다가 다시 탈 때도 이 티켓을 제시해야 하므로 잘 보관해야 한다. 그 옛날 비둘기호 기차가 다닐 적에 기차표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티켓에 구멍을 뚫어 날짜를 표시하고 있었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는 곳은 KL Hop-On Hop-Off 사무실이 있는 곳인데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위로 모노레일이 지나간다. 멀리 보이는 곳이 우리가 내린 부킷빈탕 모노레일 역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는 바로 도착했다. 2층짜리 버스인데 홍콩의 2층 시내버스와 비슷해 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2층 일부가 개방되어 있어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다는 정도이다. 여러 도시를 다녔지만 시티투어 버스는 처음이었는데 버스는 의외로 많이 낡은 상태였다. 우리는 이동에 대한 부담 없이 자주 내리고 타고 할 예정이지만 긴 시간 버스로 이동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버스가 낡았으므로 기대 수준을 많이 낮추어야 한다. 시티 투어 버스는 9시에 시작하여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었다. 버스 안에는 운전기사와 표 확인 및 방송으로 안내를 담당하는 차장 그리고 우리가 전부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티투어 버스를 타며 쿠알라룸푸르 시내 걷기를 시작한다.

 

버스가 출발하자 차창 밖으로 시내 풍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랜드마크는 KL 타워였다. 시티투어는 레드 라인과 그린 라인 두 가지로 운행하는데 우리의 계획은 레드 라인을 돌아본 다음에 그린 라인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그린 라인에 있는 KL 센트랄 정류장에서 내려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선도를 보면서 차장의 방송을 들어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레드 라인의 처음 두서너 개 정류장은 유명 호텔을 지나는 것인데 호텔은 나오지 않고 뭔가 다른 곳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첫 정류장은 호텔이 아니라 그린 라인의 첫 정류장인 센트럴 마켓이었다. 아뿔싸! 당황한 우리는 급하게 계획을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버스를 내려서 센트럴 마켓과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레드라인의 마지막 정류장인 차이나타운 정류장에서 레드라인 버스를 타고 원래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버스는 경로를 계속 이어서 도는 방식이므로 레드라인 마지막 정류장에서 타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일정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출발 방향이 다르거나 장소가 다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출발지에서 레드라인과 그린라인 버스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 출발하는 것이었고 버스 앞쪽에 레드라인 인지, 그린라인 인지를 표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ㅠㅠ

 

센트럴 마켓(파사르 세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문을 여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다. 다양한 수공예품 등 말레이시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데 아쉬웠다. 대신 시장 바로 옆에 있는 벼룩시장인 카스투리 워크(Kasturi Walk)를 걷기로 했다.

 

카스투리 워크가 야외 벼룩시장이기는 하지만 천장이 있는 곳이라 나름 깔끔한 곳이었다. 

 

센트럴 마켓 반대편에 있는 서양식 건물의 모습이 독특해 보였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었는데 옷가게, 기념품 가게, 간식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벼룩시장이기보다는 그냥 야외 시장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망고를 비롯해서 다양한 과일을 파는 가게 앞에서 군침이 돌기는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지름신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위의 지도는 레드라인을 돌고 나서 레드라인의 마지막 정류장인 차이나타운에서 센트럴 마켓으로 가는 경로인데 이 경로를 거꾸로 올라가기로 했다. 센트럴 마켓과 카스투리 워크를 다녀왔으니 차이나타운을 가로질러 레드라인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걸었다.

 

센트럴 마켓 길 건너편에 있는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건물들은 동양풍과 서양식이 섞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건물 상단에 1953년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반세기가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빌딩들도 있었다.

 

차이나타운의 핵심은 바로 페탈링 스트리트(Petaling Street)를 중심으로 이어진 시장 거리이다.

 

이른 시간인 만큼 시장 골목은 한산했다. 오후에 이 길을 거꾸로 다시 걸었는데 그때는 가게문들도 활짝 열고 상인들의 호객 소리와 많은 사람들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밤에는 더욱 불야성을 이룬다고 한다.

 

페탈링 거리를 걷다 보니 상점도 많았지만 의외로 게스트 하우스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대부분 2성급이나 3성급 숙소로 1박에 우리 돈 2만 원이 안 되는 만큼 기대 수준이 높지 않다면 시장 한복판에서 재미있는 하룻밤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고 수많은 상점과 게스트하우스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지만 길 한쪽에는 방치된 지 오래되어 식물들이 주인이 된 폐건물도 있었다.

 

페탈링 스트리트 반대쪽까지 걸어 나왔다. 언젠가 쿠알라룸푸르에서 1박을 한다면 이곳에 숙소를 잡고 값싸고 신기한 과일들을 마음껏 쇼핑해서 먹고 중국 음식도 과감히 도전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리라 마음을 먹어 본다.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가게들이 적었지만 중국 음식점들은 아침을 차려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 아침 식사도 먹어보는 귀중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페탈링 스트리트를 나와 시티투어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는데 한쪽 골목으로 파사르 카라트(Pasar Karat)라는 진짜 벼룩시장을 만났다. 진짜 중고품,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것들도 보였다. 우리나라의 황학동은 양반인 진짜 벼룩시장이었다. 오전 6시에서 10시까지 아주 잠깐만 열리는 벼룩시장이라서 오후에 갔을 때는 깨끗이 치워지고 아무도 없었다. 

 

현지에 살고 있다면 혹시 살만한 것도 있겠지만, 진열된 상품들을 보니 골동품이나 기념품보다는 이곳 사람들을 위한 생활 밀착형 벼룩시장으로 보였다.

 

드디어 레드라인의 마지막 정류장인 차이나타운 시티투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버스를 타면 출발지인 부킷빈탕으로 돌아가서 1번부터 레드라인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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