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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오감 중에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오늘은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냄새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바나나의 노란색을 닮은 노란 토란 꽃은 모양은 그리 매력적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으로 퍼트린 은근한 향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가을장마가 잠시 멈춘 틈을 타서 가을 김장거리를 심을 요량으로 한참 밭을 일구고 있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축축한 땅에 쇠스랑 질을 하고 있는데 은근한 향기가 코를 통해 들어와 머릿속을 잠식한다. 순간 고급 향수를 쓰는 처자가 길을 지나갔나? 하는 상상도 했다. 그렇지만, 고양이와 동네 개만 지나는 시골 촌 구석에 고급 향수를 쓰는 처자가 지날 리 만무했다. 담장 안에 있는 텃밭이라 혹시 그런 일이 있더라도 향수 냄새가 담장을 넘어 올리가 없었다.
향수 냄새를 상상하니 어제 읍내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자동차 수리를 하는 시간 동안에 시간 활용이 애매해서 분식집에 가서 라면을 먹었었다. 계란 하나 올린 라면 가격이 5천 원인 것은 참아 줄만 했다. 한참 젓가락 질을 하고 있는데, 짙은 화장을 한 중년 여성이 들어오며 김밥을 시켰는데 그분이 김밥을 기다리며 서 있던 시간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입을 들어오는 라면과 함께 코로는 그분의 향수인지 화장품 냄새인지는 모를 냄새가 들어오니 라면을 먹는 것인지 화장품을 먹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ㅠㅠ
향수 냄새가 아니라면 이렇게 마음을 흔들고 있는 향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근처에서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 부추꽃 냄새는 아니었다. 알싸한 매운맛을 가진 부추의 꽃 향기도 엄청나게 향기롭지만 부추꽃 향기를 맡으면서 풀을 뽑았으니 머리에 새겨진 부추꽃 향기는 충분히 구별할 수 있었다.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들에서 나는 냄새도 아니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때 숲처럼 우거진 토란 밭을 보니 토란대 사이로 노란 토란꽃들이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매년 토란 모근을 다듬어 놓았다가 다음 해에 다시 심고는 하는데, 올해는 작년에 모래에 묻어서 얼지 않도록 실내에 들여놓았던 토란들이 봄에 뚜껑을 열어보니 싹과 뿌리가 나고 있었다. 아마도 일찍 성장을 시작하다 보니 꽃도 넉넉히 핀 모양이다. 토실토실한 알도 주고, 줄기는 어떤 식재료도 흉내 내지 못하는 식감으로 우리 집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음식이다. 무엇보다 종자 보관이 어렵지 않아서 모근을 얼리지만 않으면 대충 두어도 다음 해에 또다시 훌륭한 수확물을 주니 정말 고마운 식물이다.
잠시 일하던 쇠스랑을 내려놓고 토란 꽃 감상을 하다 보니 아쉬움에 토란 꽃 향기를 담아 둘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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