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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현재 감정과 개성까지도 읽을 수 있다고 하지요. 그만큼 얼굴이란 한 사람을 대표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온몸을 꽁꽁 싸고 있을 지언정 얼굴만은 내밀고 다니는 것도 그런 배경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낙엽을 떨구고 가지에는 내년 봄을 기다리며 겨울눈이 자리한 나무들은 무엇이 얼굴일까요? 푸른 녹음을 자랑하는 잎, 화려한 꽃이나 열매, 무한히 뻗은 가지일 수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나무 껍질, 즉 수피(樹皮)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선명한 이 땅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4계절에 걸쳐 늘 볼 수 있는 수피(樹皮)가 나무의 얼굴이라 여겨집니다.


꽃복숭아 나무의 수피입니다.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의 아문 상처에서 느껴지는 엄숙함이랄까요. 벌레나 사람손에 의해 생긴 생채기를 이겨낸 흔적만큼이나 나무의 수피를 바라보면서 엄숙함이 다가옵니다.


노각나무의 수피입니다. 워낙 특이한 모양이라 나무 껍질로 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매끈한 나무 껍질 때문에 "비단 나무"라 불리는 것이 공감이 됩니다.


아직 단풍잎을 매달고 있는 단풍나무의 수피. "이정도 날씨, 난 아직 문제없어!"하는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때죽나무의 수피. 화려한 꽃과 열매 처럼 단아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때죽나무의 수피입니다.


마가목의 수피. 화려하고 유용한 열매를 갖고 있지만 세상사에 찌든 무관심한 사람들은 시선을 차마 받지 못하는 마가목입니다.  어떤 분들은 나무의 유용성 때문에 산삼에 비견하기도 하는데 사람들의 무관심에 붉게 익은 열매는 새들 차지입니다. 


목련의 수피입니다. 100m 단거리 출발선에 신호를 기다리는 주자들처럼. 맨먼저 꽃을 피우기 위해서 나무 끝에는 벌써 도톰한 겨울눈을 매달았습니다.


벚나무 수피. 현기증을 부를 정도로 화려한 꽃을 피웠던 커다란 벚나무의 수피에서는 그 화려함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얼굴로 사람을 읽는데도 한계가 있듯이 나무를 제대로 보려면 4계절을 온전히 같이 해야 되는것 같습니다.


산딸나무의 수피. 꽃이 필때는 바람개비, 열매는 딸기 모양의 수류탄을 연상시켰던 독특한 나무. 나무 껍질을 해열제, 방부제로 사용하거나 잉크를 만드는데 사용했다니 수피가 얼굴 이상의 가치를 하는 나무입니다.

 

소나무 수피 입니다. 애국가 2절의 "철갑을 두른 소나무" 딱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철갑을 입은 소나무도 솔수염 하늘소에 기생하는 아주 작은 소나무 재선충에 그야말로 멸족을 당할 지경에 있으니,  사람이 바이러스에 꼼작 못하는 것과 다름이 아닙니다.


스트로브 잣나무의 수피입니다. 잎은 소나무와 비슷하지만 수피는 완전 딴판입니다. 생존력이 강해서 여러곳에 많이 심지만 나무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가지치기한 곳에 흐르는 송진은 마치가 나무가 울고 있는 형상입니다.


자엽자두나무의 수피입니다. 짙은 색깔의 나뭇잎과 열매 만큼이나 수피도 거침과 화려함이 공존합니다.


중국 단풍의 수피. 나무 이름 때문일까요.  대륙의 거대한 느낌이 밀려옵니다.

피나무의 수피. 나무 껍질의 유용성이 나무 이름의 유래가 된 경우입니다. 석유에서 나오는 재료로 끈을 만드는 세상이라 이제는 이 나무의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되지만, 질기면서도 물에 잘 썩지 않는 피나무 껍질을 활용하여  노끈이나 그물, 자루 등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겉 모양만으로는 알수 없지만......


애 늙은이란 말이 있지요. 향나무의 수피는 나무의 나이와 관계없이 세월을 느끼게 합니다.


회화나무의 수피입니다. 잎도 수피도 아카시와 비슷하지만 회화나무의 여린 가지는 녹색 빛을 선명하게 가집니다. 학자목, 길상목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어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나무입니다.


히말라야시다의 수피입니다. 영하가 한창인 날씨에도 푸른잎이 한창인 상록수입니다. 낙옆을 떨구는 낙엽송(잎갈나무)에 빗대어 히말라야시다를 개잎갈나무라 하는데 이 영하의 날씨에도 푸른 잎이 한창인 개잎갈나무의 기상을 닮아 올 겨울도 힘있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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