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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때문에 계절의 여왕 5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어느새 6월을 바라보고 있다. 예산과 당진, 아산, 서산에 걸쳐 있는 이곳 예당평야는 모내기도 막바지에 이르러, 너른 논에는 물이 차고 드문드문 노구를 끌고 뜬모 작업을 하는 어르신이 푸른 모 속에 잠겨 있는 듯하다. 뜬모는 이앙기가 모를 심었지만 모가 땅속에 잘 박히지 않고 물에 뜬 모를 다시 심거나 이앙기가 심기 어려운 장소를 손으로 모내기하는 것이다. 사실 드넓은 논에 모가 몇 개 심기지 않았다고 굳이 힘들게 뜬모를 하실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분들에게는 저렇게 한 바퀴 돌아야 일을 끝낸 마음을 들것이다. 아무튼 주변의 논들은 이제 모내기가 끝나서 뿌리를 잡고 있지만, 한 마지기 우리 논은 위의 그림처럼 보리와 밀이 이제 영글고 있다. 좌측이 보리밭, 우측이 밀밭이다. 물론 포트 모판 속에서 손 모내기할 모들도 푸릇푸릇 잘 크고 있다.
누가 참새의 아이큐가 한 자릿수라고 했는가! 보리와 밀이 익을 무렵이면 평소에는 별로 싸울 일 없는 상대와 감정을 건 대대적인 싸움을 하게 된다. 바로 깡패 참새다. 마치 서커스 하듯, 보리 이삭이나 밀 이삭 꼭대기에 앉아서 아직은 말랑말랑해서 달콤한 이삭을 톡톡 쪼아댄다. 그러다가는 얼마 되지 않는 몸무게이지만 참새 무게를 못 이기는 이삭 줄기가 넘어지면 쾌재를 부르면서 나머지 열매를 쪼아 먹어 버린다. 밭 가장자리는 참새의 공격에 무참히 짓밟힌 이삭들이 수두룩 하다.
참새의 만행!으로 처참해진 밀 이삭. 이런 모습을 보면 약도 오르고 참새들이 괘씸해지지만, 어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미물인 참새로 인하여 분노를 낼 수 있다는 말인가? 하면서 참아 보기도 하고, 논 한 마지기 크기밖에 되지 않지만 참새가 조금 먹는다고 전체 수확량에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근거 없는 태평함도 부려 본다.
그러나, 평안함도 잠시, 참새가 쪼아 먹어 앙상하게 남은 보리 이삭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들아,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나무에 있는 진딧물이나 잡아먹지. 애꿎은 매실만 쪼아 떨어트리고... 이것들은 완전히 깡패야!" 하는 넋두리를 한다.
그렇지만, 참새도, 진딧물도, 양파를 망치는 벌레와 바이러스도 조물주께서 그 존재를 허락하신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긴, 사람의 욕심을 갈라치면 참새도 벌레도 눈살을 찌푸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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