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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는 산수유 꽃도 절정을 지나고 있고 몇일 따스한 날씨에 출장길에서 만났던 창원 시내는 벚꽃이 만개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늘에서는 여전히 서늘하고 중부 이북은 벚꽃이 꽃망울을 떠트릴까 말까 흥정하는 시기입니다. 이 무렵은 텃밭에서는 "이제는 봄이다!"라는 강한 선언을 하듯 봄 풍경을 제대로 보여 줍니다.



텃밭 농사에서 일년중 제일 처음 씨앗을 심는 것은 완두콩입니다. 여전히 새벽에는 서리가 내리지만 낮 온도가 올라가는 이른 봄 묻어 놓은 완두콩이 싹을 냈습니다. 첫 작물인 만큼 모내기 즈음에는 고소한 열매를 선물해 줍니다.



밭 고랑에는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자신을 태운 연탄재를 뿌려 놓았는데 그 연탄재 사이에서도 완두가 이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저희집 나무들 중에서는 매화가 처음 꽃을 피웠습니다. 아마추어 농사꾼에게는 나무들이 겨울을 이기고 살아 낸 것만으로도 반갑고 감사한데 매화를 보여주었으니 얼마나 이쁩니까? 매년 반복되는 진딧물의 공격을 보면서도 농약 한방울도 주지 않으니 한편으로는 매실나무가 안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사회에서 고분분투하는 딸아이를 보는듯 합니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을 대신 해결해 주지 못하지만 나름 꿋꿋하게 버텨내는 모습만 보아도 대견한 법이니까요. 



갈등을 이기어 내고 월급을 받으며 자신을 키우고 가정을 꾸리어 경제적으로도 삶으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나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 보는 부모는 자식이 얼마나 대견할까요? 나무와 자식의 큰 차이점이라면 나무에 대해서는 주인이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할 수 있지만 자식에 대해서는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진솔하고 소통이 있는 대화가 대안이기는 하지만 부모는 잔소리로 들릴까봐 늘 조심 스럽습니다.



위의 사진만 보고 그 정체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요? 바로 주아 마늘의 싹입니다. 



마늘쫑 끝 부분에 맺히는 주아를 모아다가 잘 갈무리해서 건조했다가 가을에 뿌려 놓은 주아들이 싹을 낸 것입니다. 서산과 의성등 우리나라의 마늘 주산지에서는 이미 주아를 활용해서 종자 비용을 절약하고 수확도 증가시키고 있는데 텃밭 농사이지만 저희도 올해 부터는 한쪽에 주아를 총포 상태로 심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크기가 작아서 과연 싹이나 낼까 싶었는데 기대가 됩니다. 올해 잘 키워서 내년 마늘 농사에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잡초와 작물이 섞인 밭의 모습입니다. 쑥과 질경이도 있지만 제일 반가운 것은 당귀입니다.



2년생인 당귀는 1년째에는 열심히 성장했다가 굵은 뿌리채로 겨울을 나고 2년차에서는 꽃을 피우고 씨를 냅니다. 이때의 당귀 뿌리는 못쓰죠. 당귀 씨앗을 받기는 했지만 자연스럽게 밭에 떨어진 것들이 있었나 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싹을 틔우고 잎을 내고 있습니다. 당귀 잎의 향을 생각하면 군침이 절로 돕니다.



꽃과 씨를 낸 당귀를 치우면서 대파를 심었었는데 이제는 대파를 치워야 할듯 합니다. 주인의 손길 없이도 싹을 낸 당귀가 정말 고맙습니다. 당귀를 어떻게 파종할까 하는 고민을 덜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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