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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둑방길 산책을 하다가 길 양옆으로 줄지어 이삭을 올린 강아지풀과 길을 함께 했다.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간 듯 풀 이삭을 잡고 쑥 당기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한 다발이 되었다. 누가 심지도 않았지만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든지 예나 지금이나 가을 소식이 들려오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풀이다. 식물도감에서 연구한 적이 없으니 강아지풀이란 이름은 혹시나 민간에서 구전으로 부르는 별칭이 아닌가 싶었지만, 엄연히 한반도의 생물종으로 등록되어 있는 벼과의 한해살이 식물이다.

 

어린 시절 강아지풀의 간질거리며 보드라운 느낌이 좋아서 팔찌를 만들거나 장난치는 도구로 사용했던 추억이 있는 식물이다. 그저 잡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취급을 받는 풀이지만 이 강아지풀도 약으로 쓰이는, 사람에게 유용한 풀이다. 잎과 줄기, 열매가 모두 약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잘 말린 풀은 구미초라 하여 차로 끓여 마시면 눈에 좋고, 해열 작용도 한다고 한다. 피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강아지풀을 끓인 물로 씻어 주면 효험이 있다고 하니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식물은 버릴 것이 없다. 식물이 이러한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또한 쓸모없이, 의미 없이 이 세상에 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름의 인생을 정성을 다해 살고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길을 걷다 보니 강아지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모양이 다른 식물을 만났는데 이름도 특이한 수크령이다. 지랑풀이라고도 하는데 이삭의 모습이 고개를 살짝 숙인 강아지풀과는 다르게 억센 줄기처럼 꼿꼿하다.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고 사료용으로도 쓰이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름이 수크령이라서 외국산처럼 느껴지지만 "이삭이 큰 그령"이라는 의미로 "그령"이라는 식물의 이삭이 아주 작은 것에 비해서, 이삭이 크다고 이삭 수(穗)를 앞에 붙였는데 이것이 수크령이 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그럴법하다. 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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