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도 피가 많이 설치는 한해였다. 늦봄 논 전체를 샅샅이 뒤져가며 그리 피 뽑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이 시기에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피가 한창이었습니다. 예년 같으면 모내기한 논에 탈곡을 끝낸 밀 줄기와 보리 줄기를 잘라서 뿌려주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피가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밀농사 실패로 줄기도 뿌려주지 못하고 모내기 이후 벼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것 같아 물을 몇일 빼주었더니 피가 제 세상을 만난던것 같습니다. 피사리는 곡식 가운데 함께 자라고 있는 피를 뽑아내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이번에 한 작업은 피사리이기 보다는 "피 수확"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피가 열매를 맺지 않은 상태라면 뽑아서 둘둘말아 논바닥에 묻으면 그만인데 열매도 나왔고 밀 농사를 위해서 논 말리..
스물네절기중 15번째인 백로(白露)인 오늘 들깨 밭은 꽃대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항상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들깨 잎의 향기는 밭에 갈때마다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것 같습니다. 들깨가 워낙 크게 자라기 떄문에 심는 간격도 40~50센티 이상 띄워주어야만 합니다.(마늘 다음 들깨 참조) 마늘 후작으로 밑거름없이 들깨를 심었기 때문에 자리를 잡은 들깨의 잎이 연녹색에 가깝습니다. 거름이 필요한게지요. 들깨 사이 사이에 마늘대를 놓아 두었지만 마늘대는 거름이기보다는 잡초 방지에 조금 보탬이 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소변통을 비울 필요도 있고 해서 소변 거름을 들깨 사이사이에 뿌려주었는데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났습니다. 마치 환자에게 링거를 투여한 것과 같은 효과였습니다. 거름을 뿌려준 곳은 잎의 색도 진해..
해바라기를 잘 수확해 놓고는(해바라기 수확과 말리기 참조) 수확한 해바라기를 어떻게 할까? 곰곰히 고민하던 끝에 오늘은 한가지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이미 이전에 "해바라기 씨앗 껍질 벗기기"를 통해서 해바라기 씨앗 벗기기를 연구했었지만 수확한 해바라기의 양이 많다보니 사실 엄두가 나질 않은 상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아끼면서도 효과적으로 해바라기 껍질을 벗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해바라기 껍질을 앞니로 톡톡 까먹으면서 그 특성을 몸으로도 느껴보도록 했습니다. 대형 장비는 몇만평 농사짓는 분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고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수렴된 생각은 "씨앗을 깨끗한 철판에 강하게 부딪히고 철판에 부딪혀 껍질이 부서지면 바람으로 날려보내고, 껍질이 까진 내용물은 밑으로 떨어뜨리는 과정..
이른봄 심었던 병아리콩의 수확을 통해 얻었던 기쁨을 기반으로 이모작 가능할까? 하는 의문에 시작했던 여름 병아리콩 실험은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던것 같습니다. 여름 병아리콩 재배의 가장 큰 적은 "장마" 였습니다. 또다른 걸림돌은 약한 가지로 지지대를 세워 주거나 줄을 쳐주지 않으면 쓸어져 버려 생장에 튼 장애가 됩니다. 이른봄 심는 완두콩도 줄기가 약하기는 하지만 이른봄이니 장마가 없어서 대충 견딜 수 있는 반면 병아리콩의 경우에는 줄기를 세워주지 못하면 장마에 상하고 맙니다. 저의 결론으로는 완두콩의 재배 방식으로 키우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찌했든 그나마 달린 열매는 이쁘네요 아쉽지만 김장 채소 파종을 위해서 과감히 밭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수확한 꼬투리입니다. 꼬투리 하나에는 보통 콩하나가 ..
부추 꽃이 필 무렵이면 열대야로 걷어차고 자던 이불을 주섬 주섬 배 위로 덮어야 합니다.부추 꽃이 필 무렵이면 콩 꽃도 지고 올망 졸망 콩 꼬투리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부추 꽃이 필 무렵이면 일년을 기다린 메뚜기의 한 철이 열립니다. 부추 밭에 고개를 들이민 강아지풀은 애교가 간질 거립니다.자손을 남겨 생명을 이어가려는 강한 본능은 짙은 부추 향 만큼이나 매혹적인 꽃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햇빛이 주는 조명 만큼이나 어두움이 주는 배경은 아마추어 사진사의 셔터에도 선물같은 마력을 던져줍니다. 부추 꽃이 필 무렵이면 추수를 앞둔 막간의 휴식이라는 달콤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부추 꽃 필 무렵이면 중년의 가슴에도 가을이 오는가 봅니다.
올봄 시장에서 2천원주고 몇뿌리 사다 빗물받이 통에 넣어두었던 부레옥잠이 꽃을 피웠습니다. 성장도 좋아서 빗물받이 통의 수면을 거의다 채울 정도네요. 부레옥잠의 물 정화 능력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부레 옥잠이 없을 때는 녹조도 많고 비가 온 몇일후면 물이 바로 지저분해졌는데 이제는 다른 나무의 해갈에 도움을 줄 정원수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맑습니다. 겨울을 잘 날 수만 있다면 저희에게는 참으로 유익한 식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연꽃을 키우다 실패한 다음 부레옥잠을 선택했을 당시에는 기대하지 못한 꽃이었습니다. 잘 크면 닭 먹이로 줄 정도만 생각했는데 이쁜 꽃이라니...... 원산지 쪽에서는 골치아픈 잡초로 여겨질 정도 번식력이 높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겨울을 나지 못하기 때문에 수질 정화에 ..
대학로 둘러보기 여행에서 만난 알라딘 중고책 서점, 한쪽에서는 책을 사느라 바쁘고 또다른 한쪽에서는 책을 파느라 바쁘고 예전에는 보지 못하던 생경스런 풍경이니 만큼 우리 가족의 책 충동 구매를 부추기기에 충분한 환경이었습니다. 그 충동 구매의 목록에 있었던 책 "44세의 필독서". 책 제목만으로는 마케팅의 냄새가 풀풀 풍기기는 했으나 과감히 지를수도 있는 나이가 중년아닌가! 목차와 서두를 읽어보니 한번 읽어볼만 했습니다. 쭉 읽어낸 느낌은 동네 형에게 인생 경험의 한 설을 듣는 것과 같았습니다. 한가지 미리 머리에 두실 점은 저자가 "팡저우"로 중국인이라는 점입니다. 1인 자녀 배경이라던가 예화로 드는 스토리의 많은 부분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
얼마전부터 요리사 두명, 두명의 음악가, 두명의 개그맨이 모여 "도시 농부"를 주제로한 인간의 조건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는 일명 "허세 셰프"라는 분도 등장하는데 독특한 개성에 프로그램을 맛깔나게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극구 옥상 텃밭에 논을 만들자고 해서 시작한 벼 농사, 얼마전에는 피 뽑기 소동도 나오면서 피와 벼를 구분하는 방법이 지상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매일 주식으로 먹는 쌀의 재배 과정을 많은 도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호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벼꽃도 보여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꽃이 피는지도 지는지도 모르게 살짝 보였다 사라지는 화려하지 않은 벼꽃이지만 인류이래로 수천년 종족을 보존하기..
말복을 보내면서 만나는 반가운 얼굴 콩꽃입니다. 품종마다 꽃의 색깔도 조금씩 다르고 꽃의 개수도 다르지만 이 앙증맞은 꽃에서 콩 꼬투리가 나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꽃을 많이 피우려고 순지르기하는 집들도 꽤 있습니다. 위의 그림 처럼 가지와 가지 사이에 꽃을 피우고 꼬투리를 맺기 때문에 순지르기로 키를 키우기 보다 가지에 힘을 쏟으라는 농부의 의지인 것입니다. 위의 그림들에 있는 하얀 꽃은 쥐눈이 돌콩의 꽃입니다. 보라색 꽃은 메주콩(백태)의 꽃입니다. 백태의 경우에도 가지와 가지 사이에 꽃을 피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지의 솜털이 인상적입니다. 꽃을 더 많이 피우기 위한 순지르기를 하고 싶다면 이렇게 꽃을 피우기 훨씬 이전에 작업해야 합니다. 시기와 성장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서 줄기가 너..
해바라기를 대량으로 키우시는 분들은 대부분의 해바라기가 익어갈 무렵 기계로 한번에 수확하시겠지만 필자와 같이 소량으로 키우면서 해바라기 후작으로 콩이라도 심어서 이모작을 하고 싶은 이들은 빨리 익지 않는 해바라기에 조바심이 나서 뙤악볕에 이리보고 저리보고 몸이 안달이 날 지경입니다. 이른 봄 해바라기를 한번에 모종하고 심었어도 수확 시점은 제각각입니다. 위의 그림은 올해 처음 수확했던 해바라기를 채반에 건조하고 있는 모습이고 아래의 그림은 그 이후에 시간차를 두고 수확한 것을 매달아서 건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수확 시점은 해바라기 열매 뒷편이 노랗게 변하고 앞 쪽 열매 앞에 붙은 꽃들이 저절로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이 적기 인듯 싶습니다. 목을 댕강 댕강 잘라놓은 것이 이상 야릇한 모습이지만 해바라기를 ..
마을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참깨를 말리는 시기입니다. 지난번 참깨 말리기와 재배 과정 돌아보기에서 널어 놓아던 참깨의 꼬투리가 서서히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톡톡" 소리를 내며 터지는 참깨의 꼬투리! 참깨를 널어놓았던 곳의 바닥은 무슨 전투 현장 처럼 아무런 손을 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참깨 알갱이가 흔건 합니다. 마르면 "톡"하고 스스로 터지는 참깨의 꼬투리의 모양은 위의 사진과 같습니다. 마르면 그냥 흘러내릴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볼수록 참깨 꼬투리가 참 이쁩니다. 보슬보슬한 잔털이 있는 꼬투리의 겉 껍질의 모양도 이쁘고, 나란히 올망졸망 줄지어 들어가 있는 참깨 알갱이의 모습은 정말로 귀엽습니다. 기름을 짤 정도의 풍성한 양은 아니지만 아끼지 않고 통깨나 깨소금으..
한 겨울을 어떻게 지냈는지도 잊어버릴 만한 더위와 한참 싸우고 있는 여름의 한복판입니다.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열매를 내어준 마늘과 양파를 수확해서 건조후 저장까지 끝낸 지금은 가을에 수확할 작물을 심고 있는 시기입니다. 어떤 분들은 마늘을 심은 자리에 서리태를 심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이 마늘 후작으로 심는 작물은 들깨입니다. 들깨를 심는 방법은 다른 작물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들깨를 심는 방법이 유일하고 특별하다기 보다는 농촌에서 여러해 농사를 짓고 계신 어르신들이 농사를 짓다 보니 이 방법이 들깨에는 적당하더라! 정도입니다.이른봄 여러 작물을 포트에 담아 모종으로 기르다가 밭에 정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텃밭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모종을 구입해서 한해 농사를 시작합니다. 반면에 열무나 시금치..
자세히 보니 옥수수 꽃도 참 별스럽게 생겼네요. 옥수수 꽃이 별스럽게 생겼지만 그렇다고 꽃이 진 다음에 그 곳에 열매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수수처럼 올망졸망한 열매를 맺어 머리를 숙일 일도 없습니다. 이 옥수수는 최근 바이오 연료 때문에 몸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품종도 아닙니다. 키도 줄기도 그리 크지 않고 열매도 다른 옥수수에 비해서는 너무도 보잘것 없기 떄문에 김순권 박사의 슈퍼 옥수수 개발에는 참고도 되질 않았을법한 초라한 모습입니다. 처음 우리 밭에 심어졌을때의 씨앗 출처는 종묘상이 아니었습니다. 대형 할인점이었습니다. 이미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의 먹거리를 제공하고 생활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대형 할인점, 그 할인점 귀퉁이에 있었던 팝콘용 옥수수였습니다. 마트에서 팝콘 튀겨 먹으..
참깨 순지르기를 통해서 참깨 수확 시점과 순지르기를 다루었다면 수확한 참깨를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를 다루면서 재배 과정을 돌아보아 내년 참깨 농사는 보다 발전된 결과를 가져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예전부터 약간 규모가 있게 참깨 농사를 지으시는 어르신들의 참깨 수확 과정을 살펴보면 참깨를 두껍지 않은 단으로 묶은 다음 각 단을 원뿔 형태로 서로 기대어 세워 말리는 과정을 이어가십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자급자족 수준의 농사이므로 참깨를 수확해서 아래의 사진 처럼 참깨의 잎을 모두 떼어 내고 꼬투리가 있는 줄기 만을 남겨서 널어 말립니다. 참깨 농사를 시작하면서 잘 말린다음 들깨처럼 두들기고 끼질해서 잘 정선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막상 털고 나서 정선하다보니 잎사귀 때문에 정선 과정이 상당히..
시골에 살다보면 가장 많이 접하는 동물중 하나가 바로 거미입니다. 머리-가슴-배로 나뉘어 지고 세쌍의 다리와 날개가 있는 곤충과는 달리 거미는 머리-배로만으로 나뉘며 다리가 네쌍이고 날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거미줄이 있는줄 모르고 걷다가 거미줄이 몸에라도 붙게되면 느낌도 좋지 않고 잘 떨어지지도 않아서 짜증도 나지만 농부의 입장에서 보면 해충이라기 보다는 익충입니다. 배설물과 거미줄로 집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단점만 아니라면 여러 해충을 잡아주니 더 적극적으로 키워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지난 가을 찍어 놓아던 거미줄 사진입니다.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이 중년 여성의 목에 두른 보석 꾸러미처럼 보입니다. 바람 한점없이 안개가 자욱이 낄때면 더 고운 거미줄의 모습이 연출되는데 그 때를 기다리..
모내기도 끝나고 마늘도 수확하고 콩심기도 끝나면서 농삿일에 잠깐 여유가 있는 시기이지만 태풍이 올라오면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수 없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 여름의 뙤약볕을 기다리면서 이른봄 심었던 참깨 수확을 앞두고 있는 시기입니다. 참깨 수확을 앞두고 꼭 해주어야 할 일이 있는데 바로 순지르기입니다. 참깨 아래쪽에서 위로 참깨 꼬투리가 12 마디 내외가 넘어서면 맨 꼭대기의 성장점을 잘라주는 것입니다. 그냥 두어도 되겠지만 성장점을 따라서 꽃은 계속피고 아래쪽은 꼬투리가 마르면서 터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위의 사진처럼 12마디 내외가 넘어서면 성장점 부분을 과감히 잘라냅니다.(사진에서 화살표 표시한곳) 순지르기를 해주면 달려있는 꼬투리 모두가 고루 익고 통통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
같은날 파종하고 같은 날 밭에 옮겨심은 해바라기인데 어떤 해바라기는 알은 통통하고 잎은 노랗게 변하여 이제 성숙을 넘어 한 생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해바라기는 이제야 질풍노도의 시기를 앞둔 청소년기처럼 노란 꽃이 움트고 있다.순결한 솜털 같은 연초록빛 꽃이 하나 하나 꽃을 활짝 피우고 벌을 불러모으는 과정은 일개미의 부지런함에 비견할만 하다. 인생이 항상 둥글게 둥글게 살아지지 않는 것처럼 해바라기도 열매 맺는 과정에 큰 진통을 겪고는 한다. 눈물 처럼 흘러내린 노란 꽃가루는 뼈를 에이는 진통의 증거가 아닌가 싶다. 과정없이 결과를 보고자 하는 조급함. 자식이 나의 생각대로 성장했으면 하는 욕심.과정없이 진통없이 맺히는 열매는 없다. 있다면 내용없는 텅빈 열매, 결과를 보지 못하는 포기가 있을..
앞선 포스팅 병아리콩의 열매를 보다와 병아리콩 키우기 - 파종후 2주차에 이은 세번째 글입니다. 한참 가물어서 잎끝이 약간 노름스름하지만 끊임없이 새순을 내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감사할 뿐입니다. 이른봄에 심어 열매를 보았던 병아리콩의 껍질을 벗겨보면 껍질은 마치 완두콩 껍질처럼 두께가 아주 얇았습니다. 4주차에 이른 병아리콩의 줄기를 보면 이 정도 자란 완두콩을 보는 느낌입니다. 뭔가 지주대를 세워주지 않으면 쓰러질것 같은 연약한 모습, 이땅에서 거친 바람을 이겨내며 그 후손을 이어왔던 백태, 흑태, 서리태의 탄탄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가을에 수확하는 콩대는 나뭇가지 수준이니 가늘고 여린 완두콩 줄기나 병아리콩 줄기와는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껍질이 유사한 것도 그렇고, 연한 줄기도 비슷하고 결정..
"참 예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보라색 꽃입니다. 몇시간 화장대 앞에 앉아 변장술을 부린 여인의 모습도 아니고 누군가의 손도 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펄럭이는 긴치마를 입은 순수한 20대의 아름다운 처녀를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동백 닮은 노란 꽃술을 감싼 꽃잎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감싸는 처녀의 모습과도 같습니다.꽃이 저문 자리를 메우는 가지 열매, 올해 첫 가지 열매입니다. 어릴적 가지 요리하면 떠오르는 것은 밥 뜸들일때 가지 썰어올리고 익은 가지를 간장 양념에 대충 무친 그 요리가 전부입니다. 여름에 먹는 그 요리는 물컹한게 그리 좋았던 기억은 아닙니다. 상하기는 얼마나 빨리 상하는지 흔할때 먹는 계절 음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
닭을 키우면서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재미는 계란을 얻는 즐거움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암닭이 3주간 품는 자연 부화의 경우에는 사람이 편한 측면이 있습니다. 알을 굴리는 전란도 필요없고 온도나 습도를 맞추어 줄 필요도 없습니다. 병아리로 나온 다음 어느 정도 클때 까지의 육추 과정도 필요 없습니다. 어미가 알아서 해주니까요. 자연부화도 공간이 넓어서 암닭만 혼자 있는 경우라면 신경쓸 일이 없는데 다른 암닭과 같이 키우는 경우에는 다른 암닭이 알을 품고 있는 닭옆에다가 알을 계속 낳기 때문에 품기 시작할 무렵에 표시를 해두었다가 표시 안된 알이 생기면 끄집어 내야 합니다. 그런데, 매년 잘 이어오던 자연부화를 작년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암닭이 알을 품기는 했는데 한마리의 병아리도 나오질 못했습니다. 닭을..
매년 해바라기를 심기는 했지만 마당 구석이나 화단 귀퉁이에 몇개 심는 것이 전부 였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해바라기를 밭에 모종을 해서 심었었다. 정식으로 밭에 심으니 강한 바람이 불어도 단단하게 버티고 성장도 좋았다. 그런데, 해바라기를 예전에 비해 많이(?) 심다보니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머리 뒷편에 핀을 꽂은 소녀처럼 넓직한 해바라기 꽃 뒷편에 작은 꽃이 나왔다. 원전 사고가 있었던 체르노빌에서 발견된 흉칙한 돌연변이 해바라기는 아니어도 식물학자가 아니다 보니 염려와 함께 이게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발견되고 있는 기형 해바라기 사진에도 유사한 형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전체 해바라기 중에서 단 두그루가 그런것이지만 혹여라도 이런 현상을 알고 계신분은 ..
이른 봄 잘클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마당 한 귀퉁이에 심었다가 존재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병아리콩의 열매를 만난 지난 "병아리콩의 열매를 보다"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는 밭을 제대로 확보하여 병아리콩을 밀을 거둔 밭에 정식으로 파종해 보았습니다.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른 작물과 이어짓기로 이모작도 가능할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이른봄 병아리콩 재배와 후작으로 수확이 조금 늦는 서리태 재배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의 모습은 올해 밀 후작으로 심은 병아리콩의 2주차 모습입니다. 실내에서 콩에 물을 적셔놓으면 2~3일 이내에 싹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싹이 튼 것 위주로 직파한 결과입니다. 밀 후작으로 심어서 병아리콩 주위로 밀의 흔적을 살필 수 있습니다. 벌레들도 처음 보는 식물이니까 조금 봐..
참깨는 이른봄 씨앗을 파종하여 잎이 몇개 나오면 한두 그루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가위로 잘라내는 방식으로 재배를 시작합니다. 겨우내 놀려두었던 밭을 준비할 때 고추밭의 경우에는 거름을 충분히 주지만 참깨 밭의 경우에는 굳이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재배가 용이한 작물입니다. 물빠짐은 좋아야 합니다.필자의 경우에는 구멍이 2개씩 뚫려있는 검정색 참깨 비닐로 멀칭을 해서 파종했지만, 파종한 다음 투명 비닐이나 윗부분만 투명인 비닐로 덮어 두었다가 싹이 올라오면 비닐에 칼로 구멍을 내어 기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몇해 동안 키워보니 싹이 잘 나지 않는 구멍도 있어서 파종시점에 포트에다가 보식용으로 모종 몇개를 같이 준비해두기도 합니다. 모내기가 끝나고 겨울을 견디어 낸 마늘과 양파 수확도 끝나면 그 다음 수확물이 참..
"시인의 언어에서 말을 배운다." "시작에 대한 로또를 꿈꾸지 말자. 그저 시를 쓰기 위한 펜을 드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황선식 시집 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요즘 헌책방은 예전과 달라져서 "아름다운 가게", "알라딘" 처럼 체계적인 관리가 더해져서 폭풍 책 쇼핑의 유혹을 던집니다. 대학로에 갔다가 들른 책방에서 아니나 다를까 평소 서점에 가지 못한 한을 풀듯이 이책 저책을 카트에 담았고 계산대에 쌓인 책을 보면서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때 점원이 던진 한마디 "5만원 이상이면 포인트가 더있는데 그냥 계산하시겠습니까?" 그래서 급하게 골랐던 책이 황선식 시인의 "검은산 붉은꽃" 시집이었습니다. 비싸지 않은 책이라도 짧은 시간에 책을 고른다는 것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 만큼이..
하지를 앞둔 시기 앞뜰에는 백합의 향기로 가득하다. 딸아이가 심었다고 했는데 도무지 그 이름을 알수가 없다. "나팔 백합" 이라는 강한 주장이 있었으나 수많은 백합의 품종과 사진들 앞에 이름이 무엇인지 특정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다만 백합의 한 종류 정도는 인정할 수 있을것 같다. 꽃이 핀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참 단아했는데, 벌인지 나비인지 모르겠으나 방문자가 있은 다음에는 꽃잎이 전투를 한번 치른 느낌이다. 작년에 이어서 2년째 꽃을 피우고 있는데 무화과 나무의 등쌀에 올해도 잘 버티고 내년에도 매혹적인 향기를 내뿜을지 자뭇 기대가 된다. 글을 보시는 분들중에 꽃의 정확한 품종을 아신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현대인에게 생소한 식물중에 하나인 개구리밥을 바라보는 세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개구리밥은 물위에 떠서 뿌리는 수중에 내리는 풀입니다. 부평초라 하여 한약재로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 논에 있는 개구리밥으로 인해서 잡초 발생을 억제하고 지력을 좋게 하는 유익한 식물이라 여기는 분들도 있고 벼의 분얼과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라고 농약으로 씨를 말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나의 식물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 만큼이나 참으로 독특한 식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개구리는 벌레를 잡아먹지 풀을 먹지는 않습니다. 개구리 새끼인 올챙이가 먹는다고 해서 개구리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직 관찰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개구리밥을 바라보는 첫번째 시선은 "한약재"로서의 개구리밥입니다. 모내기를 끝내고 일주일도 넘지 않는 시..
2014년은 대한민국에 렌탈콩 열풍이 휘몰아쳐서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곡물을 맛볼 수 있던 해이기도 합니다. 벌거스름한 렌탈콩부터 치아씨드, 그리고 큼직막한 모습과 더불어 특이하게 생긴 모양새에 담백한 맛까지 더한 병아리콩까지 아내의 호기심과 쇼핑은 대한민국의 구석진 이곳까지 병아리 콩의 진출을 알렸습니다. 인간의 인위적 경작이 아니면 한국 땅에서는 병아리 콩의 크는 모습을 볼수 없었던 콩입니다. 인도, 중동에서는 많이들 먹는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키우지 않았던 것은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요? 콩의 원산지라 할만큼 다양한 종류의 콩 품종 사이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고, 병아리 콩이 좋아하는 기후가 아닐 수도 있고, 단순히 심어서 맛본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지요.올봄에는 시험적으로 병아리콩을 파종해..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는 계절 산책길, 아파트 울타리에서는 혼을 빼앗길 정도의 짙은 향기가 발길을 더디게 합니다. 아카시아 꽃 향기를 맡을 수 없음에 아쉬운 마음이 달래지지 않을 무렵인데 아카시아 꽃 향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짙은 향기로 벌이 아닌 사람마저 그 향기의 근원을 찾도록 만듭니다. 아카시아 향기가 백자라면 이 꽃의 향기는 청자라 하면 비유가 적절할까 싶을 정도로 매혹적인 여인의 향기와 같습니다. 늘 다니던 산책길에 고독하게 서 있는 노송 처럼 한자리 차지하고 나름의 멋을 뽐내는 것도 아니고 늘 있던 그자리에 보잘것 없이 웉타리에 살짝 기대어 자라는 나무인데 이렇게 깊은 인상을 주는 나무이다보니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을 증거로 남기고 포털을 뒤져 그 이름을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쥐똥..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삶의 준비와 종착점을 생각해 봅니다. 해바라기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면 꽃 봉오리가 나오기 직전의 해바라기는 끝없는 심원의 깊이가 있는듯 무한의 잎사귀를 준비하고 있어 보입니다. 무한하게 잎을 내고 무한하게 줄기를 키우고 무한하게 키를 높일것 같아 보입니다.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와도 아무런 지지대가 없는 해바라기는 그 큰 덩치를 꽂꽂하게 세운체로 모든 바람을 이기어 냅니다. 태양이 떠오르기전에 동쪽으로 머리를 돌려 해를 받을 준비를 합니다. 해를 따라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 해바라기는 저녁이면 지는 태양을 아쉬움 가득한 가슴으로 배웅합니다. 경칩을 지나 딱딱한 껍질을 벗고 한생애를 준비하던 해바라기는 무한할 것만 같은 성장, 무한할 것만 같은 젊음의 절정에서 한 생애의 "끝"을 준비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