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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를 잘 수확해 놓고는(해바라기 수확과 말리기 참조) 수확한 해바라기를 어떻게 할까? 곰곰히 고민하던 끝에 오늘은 한가지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이미 이전에 "해바라기 씨앗 껍질 벗기기"를 통해서 해바라기 씨앗 벗기기를 연구했었지만 수확한 해바라기의 양이 많다보니 사실 엄두가 나질 않은 상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아끼면서도 효과적으로 해바라기 껍질을 벗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해바라기 껍질을 앞니로 톡톡 까먹으면서 그 특성을 몸으로도 느껴보도록 했습니다. 대형 장비는 몇만평 농사짓는 분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고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수렴된 생각은 "씨앗을 깨끗한 철판에 강하게 부딪히고 철판에 부딪혀 껍질이 부서지면 바람으로 날려보내고, 껍질이 까진 내용물은 밑으로 떨어뜨리는 과정을 반복하게 하면 되겠는데......"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과 유사한 공정을 수행하는 기계가 바로 정미기가 아닌가 하는 호기심이 발동한 것입니다. 

가정용 도정기나 공장의 도정 장비나 모두 왕겨를 벗겨내는 현미기와 현미를 깎아서 백미로 만드는 정미기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해바라기 껍질을 벗기는데 이 현미기를 이용해 보면 어떨까?하는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현미로 만들면서 왕겨를 바람으로 날려보내는 것처럼 해바라기 겉 껍질을 부수고 껍질을 바람으로 날려 보내주기만 하면 딱 인 것입니다. 정미기는 왕겨를 벗긴 현미를 깎아서 백미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해바라기 껍질 벗기기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결국 왕겨를 벗긴 현미를 집어넣는 정미 기능만 있다면 이 방법은 적용할 수 없습니다. 시골에서는 정미 기능만 있는 정미기는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현미기와 정미기가 같이 있는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기계를 그냥 정미기라 부릅니다. 

사실 이 실험에 앞서 염려되었던 점은 밀과 보리를 실험했다가 실패했던 경험 때문입니다. 성공은 못하고 괜히 기계만 고장낼까봐 염려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해바라기를 넣고 정미기를 돌려보니 "성공적"이었습니다. 모든 내용물이 부서지지 않고 나오면 더욱 만족스러웠겠지만 이 정도가 어디인가 싶습니다. 10여분도 안되어서 한자루의 씨앗을 다 벗겨 내었으니,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오랜 고민이 해소된것도 기쁘지만 내년부터는 부담없이 해바라기를 심어도 되겠구나 하는 안심이었습니다. 이 정미기로 수수도 도정할 수 있는 것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벼를 쏟아 놓는 곳에 수확한 해바라기를 부었습니다.


정미기의 찌꺼기 배출구는 왕겨를 내뱉는 곳과 미강을 내뱉는 배출구 2가지가 있는데 왕겨를 내뱉는 곳으로 나온 해바라기 껍질입니다. 껍질만 보더라도 정미기로 해바라기 껍질 벗기기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정미기 내부 모습인데 현미기에서 껍질을 바람으로 내보낸 이후 현미가 정미기로 전달되는 곳입니다. 장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미기로 전달되는 곳을 닫고 작업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위의 그림은 정미기를 거쳐서 살이 깎인 것과 정미기를 거치지 않은 것이 섞인 상태로 노르스름한 것들이 정미기를 거친것이고 하얀것이 현미기에서 껍질을 벗긴 다음 정미기를 거치지 않은 것입니다. 정미기를 거치면 제가 보기에는 손실이 큽니다.


가끔 벗겨지지 않은 것도 있고, 내용이 부서진 것도 있지만 이정도면 훌륭합니다. 일단 냉장보관 했다가 기름을 짜거나 견과류로 활용해 볼까 합니다.

모든 농사는 수확 방법과 수확후 처리 방법까지 마련해야 하는 법이죠. 파종부터 수확과 껍질 벗기기까지 전 과정의 방법이 확보된 해바라기도 저희집의 든든한 한 작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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