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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는 이른봄 씨앗을 파종하여 잎이 몇개 나오면 한두 그루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가위로 잘라내는 방식으로 재배를 시작합니다. 겨우내 놀려두었던 밭을 준비할 때 고추밭의 경우에는 거름을 충분히 주지만 참깨 밭의 경우에는 굳이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재배가 용이한 작물입니다. 물빠짐은 좋아야 합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구멍이 2개씩 뚫려있는 검정색 참깨 비닐로 멀칭을 해서 파종했지만, 파종한 다음 투명 비닐이나 윗부분만 투명인 비닐로 덮어 두었다가 싹이 올라오면 비닐에 칼로 구멍을 내어 기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몇해 동안 키워보니 싹이 잘 나지 않는 구멍도 있어서 파종시점에 포트에다가 보식용으로 모종 몇개를 같이 준비해두기도 합니다. 

모내기가 끝나고 겨울을 견디어 낸 마늘과 양파 수확도 끝나면 그 다음 수확물이 참깨입니다. 요즘 한창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참깨는 무한화서라 하여 꽃대, 즉 줄기가 성장하는 만큼 계속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문제는 맨 아래쪽 꼬투리가 익어 벌어지고 있는데도 위쪽은 계속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참 애매한 상황이 되고 맙니다. 코투리 하나씩을 따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고 위 쪽의 열매를 포기하자니 너무 아깝고......

그래서 저의 경우에는 참깨밭의 꼬투리가 전체적으로 12마디를 넘어서면 줄기와 꽃이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꼭대기 부분에서 순지르기를 합니다. 그러면 이제 새로운 꽃은 더이상 나오지 않지만 줄기는 단단해지고 꼬투리들은 전체적으로 통통하게 알이 차 오릅니다. 참깨 수확시점은 맨 아래 꼬투리가 벌어지기 시작할 즈음으로 줄기를 잘라서 강한 햇빛에 말리면 각 꼬투리가 저절로 "톡톡" 소리를 내면서 벌어지고 속에 있는 참깨 알갱이들도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말리기 이전에 깨끗한 깔개를 바닥에 깔아두고 말리기 시작해야 합니다. 말리고 정선하는 과정을 겪어보니 말리기 시작할 때 잎을 뜯은 상태의 앙상한 줄기로 말리면 참깨 정선 과정이 매우 간편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말리다 보면 저절로 벌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라 들깨처럼 강하게 칠 필요도 없고 살살 토닥여 주면 깔끔하게 참깨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깨를 좀더 얻겠다고 꽃이 계속 피도록 방치한다면 고르게 성장한 알맹이를 얻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수확하는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절제"가 가져오는 "풍성함"이 많음을 돌아봅니다. 고통스러운 절제가 아니라 마음이 가벼운 절제가 몸에 배이기를 바래 봅니다. 인생의 긴 여로에서 무한화서같은 보람과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꽃대 역할을 하는 몸과 마음의 건강 또한 살펴야 겠다는 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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