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 교회와 금성 고등학교 앞을 지난 남파랑길 1코스는 오르막 골목길을 통과해서 증산 공원을 넘는다. 공원을 지나면 성북 시장을 관통하는 흥미로운 웹이바구길을 지나서 성북 고개에 도착한다. 성북 고개를 지나면 바로 산길로 들어서는데 이곳에서 갈맷길과 분리되어 산길로 가는 남파랑길을 놓쳐버려서 망양로 도로를 따라가는 갈맷길을 걷다가 수정산 가족 체육공원에서 남파랑길과 합류했다. 부산진 교회를 지나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올랐던 남파랑길은 금성고등학교 앞에서 우회전하여 증산 공원을 향해 걷는다. 증산 공원 가는 길에는 안용복 도일선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안용복 장군이 일본으로 갈 때 탔던 배를 복원한 것인데, 조선 숙종 때 두 차례에 걸쳐 포항에서 출발하여 독도를 거쳐 일본 시마네 현까지 가서 독도와 울..
사물인터넷(IoT)이 삶의 곳곳으로 파고드는 시대에 살면서 개발자로 피할 수 없는 개발 환경을 만나게 되었다. 중국의 반도체 회사 에스프레시프 시스템(https://www.espressif.com/)이 만들고 있는 ESP32-S3라는 MCU를 기반으로 와이파이로 서버와 통신도 하고 블루투스로는 모바일 기기와도 통신해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4 나노 기술로 생산한다는 ESP32-S3는 단순한 칩이 아니라 내부에 듀얼코어 CPU와 보조 프로세서, 와이파이, 블루투스 및 기타 외부 장치를 처리할 수 있는 SoC(시스템 온칩)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칩 하나로 웬만한 컴퓨터 시스템이 수행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으니 IoT 기기를 제작하는 데 있어 아주 매력적인 도구로 보인다. 임베디드 시스템이므로 제..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한 남파랑길은 어느덧 부산, 진해를 지나서 마산에 도착했다. 지난 여행에서는 마산 시내를 지나며 도시 깊이 새겨진 유구한 역사도 만났고, 공업 지대를 지나면서 남해안의 멋진 풍광도 접할 수 있었다. 남해안 깊이 들어갈수록 교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행에 대한 기대만큼은 식지 않는다. 이번 여행은 마산 진동에서 지난번 여정을 이어가고 경남 고성군으로 진입한다. 고속버스를 이용할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일단 마산까지 내려가는 것은 KTX를 이용하기로 했다. KTX-산천으로 포항 가는 열차와 붙어서 같이 가다가 동대구역에서 분리되어 가므로 열차 탑승에 주의해야 한다. 해파랑길 포항부터 영덕 지방을 걸을 때 이용했던 기차이다. 마산역에 내리면 마산역 종점 정류장에서 64, ..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만큼이나 개발 환경의 변화도 조금 과장해서 눈 감았다가 뜨면 새로운 도구가 생길 정도로 급격하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의 필요성이 있어서 안드로이드 스튜디오와 ADK를 설치하고 연관된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을 찾아보다가 언어가 C#으로 되어 있는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비주얼 스튜디오에서 ".NET을 사용한 모바일 개발" 요소를 설치하면 안드로이드 앱과 iOS용 앱을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프로그래밍 언어는 C#으로 가능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디자인은 XAML 디자이너로 수행한다. 윈도우 시스템과 비주얼 스튜디오 자체의 업데이트를 모두 반영한 상태에서 위의 그림처럼 도구 > 도구 및 기능 가져오기 메뉴에서 ".NET을 사용한 모바일 개발" 요소를 추가로 설치하면 자마린(..
단순 텍스트 에디터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든 이클립스나 비주얼 스튜디오와 같은 통합 개발 환경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든 해당 환경에서 실행되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시작부터 끝까지 만들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통해서 간단한 텍스트를 출력하는 앱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 볼까 한다. ■ 새 프로젝트 만들기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첫 화면에서 [New Project]를 클릭하면 템플릿 선택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에 표시되는 다양한 템플릿을 통해서 빠른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좌측 "Phone and Tablet" 탭을 선택하고 우측에서 "Empty Compose Activity" 템플릿을 선택하고 [Next]를 클릭한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정보를 작성하는 화면으로 앱의 이름을 적절..
안드로이드 앱 개발이 필요해서 정말 오래간만에 안드로이드 개발 환경(ADK)을 설치하게 되었다. 안드로이드 초창기에 ADK를 컴퓨터에 설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만 해도 애플의 앱스토어에 밀려 과연 안드로이드가 기라도 필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가 애플의 iOS를 넘어선 지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개발 환경도 발전하고 다양해져서 게임 개발 엔진에서 안드로이드용 앱을 퍼블리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오늘은 2022년 시점에서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연관하여 SDK도 설치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까 한다. 윈도우, 맥, 리눅스에서 모두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는데 포스팅은 윈도우 10을 기준으로 한다. https://d..
잔잔한 남해 바다와 남해안 곳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맛보며 걷는 남파랑길 걷기에 벌써 정이 들었나 보다. 시간이 나면 기차표를 알아보았는데, 아뿔싸 최종적으로 여행을 결정한 다음에 검색해 보니 내려가는 것도 올라오는 것도 모두 매진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대구역으로 하루 일찍 가서 대구 저녁 여행을 하고 남파랑길을 걷기로 했다. 창원, 마산으로 가는 기차들은 동대구를 거쳐 가므로 동대구에서 환승하는 방식으로 평소와는 다르게 출발역을 바꾸니 예약이 가능했다. 하루 전에 대구로 이동해서 대구 저녁 여행을 할 계획이다. 서문 시장 야시장도 좋을 것 같고, 옆지기가 좋아하는 안지랑 곱창집도 좋을 것 같은데 옆지기의 선택이 어떨지 궁금하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동대구역 버스 정류장에서 156번 버스를 타고 섬유회..
우암동 도시숲 앞에서 솔밭로를 통해 장고개를 지나면 문현동 곱창 골목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조금은 넉넉한 점심식사를 하고 길을 이어간다. 점심 식사 후에는 범일동 재봉틀 거리와 부산진성, 부산진 시장을 지나 좌천동으로 넘어간다. 우암동 도시숲 앞은 도시숲으로 가는 동제당로, 장고개로 내려가는 솔밭로, 이전 남파랑길이 갔던 산길 이렇게 사거리인데 표지판을 따라 이전 남파랑길이 갔던 산길이 아니라 장고개로 내려가는 솔밭로 길을 잡았다. 솔밭로에서 바라본 부산항의 모습이다. 내일 우리가 걸어가야 할 영도의 풍경이 정면으로 다가온다. 솔밭로 내리막길로 내려온 남파랑길은 장고개를 다시 넘는다. 이름 그대로 우암동, 감만동, 용호동 사람들이 부산장에 가려면 넘어야 했던 길이다. 전국 곳곳에 시장이 많으니 장고개라는 ..
평화 공원에 도착한 남파랑길은 유엔 기념 공원과 부산 문화 공원을 지나면 대연동과 감만동 도심길을 지나 우암동 도시숲 입구에 이른다. 시계탑 위에는 지구본과 비둘기, 평화 Peace 글자를 형상화한 잔디 위 벤치까지 이곳이 평화 공원임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평화 공원은 2005년 부산 누리마루에서 개최되었던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면서 유엔 기념 공원 주위로 조성한 공원이다. 유엔 공원이 추모를 위한 엄숙한 분위기의 공간이라면 이곳은 온전히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조금은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모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모들이 많았다. 평화 공원에서는 매년 가을이면 국화 축제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갈 때는 한창 준비 중이었다. 나무 아래에서는 사생대회 중인지 학..
부산 여행의 시작은 이른 아침 조용했던 속을 따뜻한 돼지국밥으로 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부산역 앞 돼지국밥 골목길에 들어서면 늘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집이 있기는 하지만 싸구려 입맛의 성질 급한 촌놈의 발길은 항상 바로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향한다. 아직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집의 국밥을 먹어 보지 않아서 비교 불가인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돼지 머리 올리고 고사를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 시작에 돼지국밥을 먹다 보니 이제는 무슨 의식을 치르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오래간만에 도착한 부산역은 역 전면에 스크린 배치해 놓고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틀고 있었다. 오륙도로 가는 27번 버스를 타기 위해 부산역 광장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한다. 주말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해운대 방면으로 가는 버스..
지난번 다녀온 남파랑길 1코스부터 4코스까지 걷기는 나름 부산의 속살을 만나면서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던 훌륭한 걷기 코스였다. 해파랑길만큼의 표지판이나 리본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랑과 파란색으로 자연과 하나 된 리본과 남파랑길 화살표 스티커로 길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부산의 갈맷길과 혼동되어 길을 조금 헤맨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길 찾기였다. 이번 여행은 평일 휴가가 어려워 주말 이틀을 최대한 활용해서 걷는다. 이번 여정이 지나면 부산을 지나 창원에 진입한다. 남파랑길 5코스 시작점으로 내려갈 때는 첫차, 7코스 종점에서 올라올 때는 막차 직전의 KTX를 타고 이동한다. 시간을 꾹꾹 채워서 쓰려니 전철도 첫차와 막차를 타야 될 듯하다. ■ 남파랑길 5코스(21.9km, 7시간..
윈도우 작업 관리자에서 CPU과 메모리 사용량이 많은 프로세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리눅스 시스템에서는 top 명령을 활용할 수 있다. 콘솔에서 "top"를 입력하면 시작할 수 있고 일단 위의 화면처럼 시스템 모니터링이 시작되면 기본적으로 3초 주기로 화면을 갱신한다. [스페이스] 키를 누르면 즉시로 화면을 갱신하고 [d] 키를 누르면 기본 3초인 갱신 주기를 변경할 수 있다. 프로그램 종료는 [q] 키를 누른다. vi 에디터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라면 컨트롤 모드와 입력 모드가 구분되는 vi에디터처럼 컨트롤 모드에서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top 명령에서 중요하게 확인하는 것은 시스템 평균 로드로 "load average" 우측에서 최근 1분, 5분, 15분간의 로드를 확인할 ..
요즘은 지상파 TV에서도 범죄 심리를 다루는 프로파일링을 자주 접할 수 있어서 일반인들은 프로파일링이란 용어를 접하면 범죄 심리를 다루는 전문가를 연상하지만, 프로그래밍 영역에서도 프로파일링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입력, 처리, 출력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흐름의 개발로 손을 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프로파일링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겠지만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나 다양한 저작 도구와 같은 "도구"성의 덩치가 있는 프로그램들은 처리하는 데이터 용량이나 기타 환경에 따라 성능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성능 개선의 방법으로 설계를 바꾸는 즉, 프로그램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변경하는 재구조화도 있지만, 일정한 영역이 자주 호출되거나, 특정 부분에서 시간을 오래 소모하는 경우를 찾아서 각개..
남파랑길 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해파랑길 1코스를 시작할 때였다. 오륙도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가면 해파랑길이고 반대쪽으로 가면 남파랑길이었다. 90개 코스 1,470Km 남파랑길을 시작하기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한반도를 종으로 가장 길게 걸어도 1,013Km이고 마라도 끝까지 따져도 1,146Km인데 1,470Km라니 그냥 억! 소리가 나오는 거리이다. 리아시스식 해안선을 가진 남해안 곳곳을 다니는 까닭일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날 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조금씩 걷다 보면 언제가 남파랑길 끝인 해남에서 길의 끝을 맞이하는 아쉬움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먼길의 완주나 트레일의 성숙도를 생각하기보다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지도는 두루 누비를(ht..
돌아보면 참으로 오랜 시간에 올레길과 함께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다. 올레길을 부부가 함께 걷기 시작하면서 국내와 국외로 걷기를 통해 여러 가지 도전을 했었다. 그 사이 코로나 사태도 있었다. 부부가 함께 시간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올레길 걷기는 늘 만족과 감사로 집에 돌아가게 했다. 그 여정을 정리해 놓는다. 긴 시간에 걸은 여정인만큼 일목요연한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 코스별 여정 올레 21코스, 지미봉에서 종달 해변까지 올레 21코스, 하도리에서 지미봉 밭길까지 올레 21코스, 세화 해변에서 하도리까지 세화에서 올레 20코스를 마무리하다 올레20코스 세화 해수욕장 가는 길 제주 평대리의 매력에 풍덩 빠지다 - 올레 20코스 올레 20코스 평대리 가는 길 제주 행원리 마을길에서 만난 꽃..
올레길 14코스는 한 여름의 열정이 넘치는 협재 해변을 떠나 옹포리 포구와 한림항을 지나 여정을 마무리한다. 야자수와 은빛 모래까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금능 해변에서 협재 해변으로 이동한다. 금능 해변을 뒤로하면서 바라보니 이곳에서 물놀이하시는 분들은 무릎까지만 물을 참방 거리는 모양이다. 물에 몸 전체를 담그는 수영을 하지 않아도 일상을 잊고, 시원한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부드러운 백사장을 밟고,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감상하며, 피부에 시원한 바닷물의 감촉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피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해변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바로 근처에 물가가 없는 지역까지도 작은 그늘막 하나 세우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비양도를 배경으로 세워져 있는 협재 해변..
월령리 카페에서 한숨 쉬어간 우리는 해안선을 따라서 금능 해변에 이른다. 올레길 13코스, 14코스 내내 바다 없이 내륙으로만 걷던 경로는 이제 바닷가 해안길을 이어간다. 그 첫 번째 장소는 월령리 선인장 군락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선인장의 원산지인 멕시코에서 해류를 타고 와서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래사장도 없는 월령리, 반포리 해변도 해수욕하는 사람들, 서핑하는 사람들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다.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를 보니 현무암 바위 지대에 뿌리를 내린 선인장의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월령 코지 인근에 있는 풍력 발전기가 주위 풍경의 주연을 담당하는 듯하다. 검은 현무암 해변, 현무암에 착 달라붙어 ..
올레길 14코스는 굴렁진 숲길과 월령 숲길을 지나면 하천을 따라 해변으로 나가 월령리에 이른다. 굴렁진 숲길을 지난 올레길 14코스는 월림리에 위치한 제주시 서부 매립장을 지난다. 2002년에 매립을 시작하여 이미 매립 용량은 초과했고 2019년에 매립을 종료한 상태인 매립장이다. 공공시설인 만큼 철제 울타리도 쳐있다. 매립장을 지나면서 제주도가 당면한,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가 당면한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도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에 표정부터 어두워진다. 2019년 필리핀으로 갔다가 되돌아온 제주도 생활 쓰레기 사건을 생각하면 급격하게 늘어난 관광객과 인구를 소화하지 못하는 제주도의 쓰레기 소각 및 매립 능력만을 탓할 상황은 아니다.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
이번 여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올레길 14 코스는 저지 마을을 출발하여 마을 길과 숲길을 지나 굴렁진 숲길에 이른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올레길 걷기의 마지막 날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대,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기쁨이 섞여서 가슴 벅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육지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있지만 이렇게 맑은 하늘에 집에 가는 비행기가 뜨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은 곁들일 여지가 없다. 19.1Km라는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다른 날과 달리 한 코스만 걷는다는 가벼움도 있다. 저지 수눌음 마을 행복센터라는 곳을 지나는데 그 앞에는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는 팽나무 한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수눌음은 제주식 품앗이와 같은 것이라 한다. 여름철 김매기부터 가축 관리까지 공동체로 해야 할 일 들을 마을 ..
올레길 13코스는 저지오름을 지나 저지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저지오름을 오르기 시작한다. 닥몰오름, 새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저지오름의 정상부는 해발 239미터 정도로 경사가 급해서 그렇지 가벼운 걸음으로 지나갈 수 있다. 오름 입구에서 오름 반대편 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는데 올레길은 산책로에서 정상부 분화구로 올라가 분화구 주위를 한 바퀴 돈 다음 산책로로 다시 내려와 저지 산책로를 통해서 마을로 이동한다. 올레 12코스 일부를 걷고 13코스를 이어 걸은 길고 길었던 오늘의 여정이 끝나가고 있다. 올레 13코스 15.9Km 중에서 13Km 지점이라고 하니 넉넉히 3Km만 더 걸으면 숙소에서 편히 쉴 수 있다. 문제는 옆지기가 너무 힘들어한다. 옆지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
고목 숲길을 비롯한 여러 숲길을 지나는 올레길 13 코스는 낙천리 마을길을 지나 저지 오름 입구에 이른다. 고목나무 숲길을 지나면서 올레길 13코스는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조수리로 넘어간다. 몸이 지쳐가니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많은데 왜 우리는 햇빛을 안 가려 주는 거야! 하며 하늘에 대고 투덜거린다. 곶자왈처럼 터널같이 우거져 태양을 가려주는 숲은 아니지만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활엽수와 침엽수, 들풀 등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숲길은 언제나 푸근함을 전해준다. 고목나무 숲길을 나온 올레길은 포장길을 통해 산노루라는 유명 카페를 지난다. 산중 구석진 곳인데도 오가는 자동차들이 많았다.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함께 세계 3대 녹차 재배지인 제주의 녹차를 소개하고 알리고자 하는 그들의 목..
용수리 포구에서 올레길 12 코스를 끝낸 우리는 올레길 13 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용수 저수지를 지나면 마을길과 숲길을 걷는 길이다. 올레길 13코스는 용수리 포구에서 오로지 내륙 방향으로만 걸어 저지 오름에 이르는 15.9Km의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정오에 12코스를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미 땀범벅인 몸을 이끌고 13코스를 이어서 걷는 것이 막막하기만 하다. 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다. 한경 해안로 도로가 용수리 포구를 지나면서 만들어 놓은 포구 뒤편의 웅덩이를 돌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포구에서 계단을 올라 우회전했다가 다시 좌회전하여 용수리 마을로 들어간다. 올레길 화살표를 따라서 용수리 이 골목 저 골목을 걷다 보면 이곳에 사시는 분들의 일상을 좀 더 ..
올레길 12코스는 환상적인 엉알길을 지나 차귀도 포구와 생이기정을 거쳐 용수리 포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엉알길로 내려가는 길, 한 폭의 풍경화 걸작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절벽 바위와 푸른 초장을 모두 가진 차귀도, 그 앞으로 흐르는 짙은 바다, 시커먼 엉알길과 현무암 해변, 뭉게뭉게 흰구름까지 세상 어느 작가도 그려내지 못할 환상적인 풍경을 만난다. 엉알길에서 수월봉의 고산 기상대를 바라보니 이 또한 절경이다. 정면으로 차귀도 풍경을 보면서 좌측으로는 검은 현무암 해변, 우측으로는 절벽과 함께 걷는 길이다. 성산 일출봉에도, 송악산에도 굴을 파서 전쟁 준비를 했던 일제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상처를 남겨 놓았다. 녹고물이라 불리는 샘물. 지층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다. 녹고물과 수월봉에 관한 설화가..
신도 해변을 지난 올레길 12코스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로 넘어간다. 고산리에서 하룻밤 묵었다가 길을 이어간다. 고산리 마을길을 지나던 올레길은 수월봉을 지나 엉알길에 이른다. 신도리 해변에서는 파라 모터, 모터 패러 글라이딩, 동력 모터 패러 글라이딩 등으로 불리는 비행체를 타고 계신다. 윙윙하는 모터 소리를 내며 신도리 해변을 날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집 근처 강변에서도 모터 패러 글라이딩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기는 했는데 바람 많은 이곳 서귀포 해변에서 보니 아슬아슬한 느낌도 있지만 하늘에서 감상하는 서귀포 해안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면 나도 해볼까! 하는 충동이 가슴을 친다. 벌써 기억은 가물가물 해졌지만 젊은 시절 패러 글라이딩을 배워 보겠다고 강습을 한번 받..
신도 저수지를 떠난 올레길 12코스는 녹남봉을 지나 해안을 향해 신도 바당 올레에 이른다. 무릉리를 지나서 신도리에 진입한 올레길은 도원 연못, 신도 생태 연못, 신도 저수지라고도 불리는 작은 습지 옆을 지난다. 장마철인 지금은 물이 많지만 물이 항상 있는 곳이 아닌 모양이다. 무릉리 들판길을 걸어온 우리는 신도 생태 연못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쉬어 간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쉬어 가세요"라고 하는 "와리지마랑 놀멍놀멍 쉬엉갑써양"하는 공원 안내판에 적힌 제주어 대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놀멍 놀멍 쉬어간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무릉리부터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젊은 커플이 정자 안에서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다. 우리도 그늘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은데, 저분들 때문에 쉽지 않겠다...... 하는..
올레 11코스에 이어 올레길 12코스에 나선다. 무릉 외갓집을 떠난 올레길 12코스는 무릉리 마을길을 지나 신도 저수지에 이른다. 무릉 외갓집 복합 문화 농장을 출발한 올레길 12코스는 좌기동 마을 회관으로 이동한다. 한낮의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는 시간이다. 인향동 "강 셰프의 키친"에서 넉넉한 점심과 충분한 휴식을 취한 까닭에 올레길 11코스에 이어 걷는 길이지만 나름 몸 상태는 좋다. 올레 12코스 12Km 지점에 있는 숙소까지 가야 할 길은 멀다. 마을길, 농지 사이를 걷는 지루할 수 있는 길이지만 완만한 길인 만큼 체력 관리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다. 무릉 보건소 앞 공원과 놀이터, 연자 맷돌에 그려진 올레 12코스 화살표까지 정겨운 마을길이다. 무릉 2리 마을 보물 중의 하..
올레길 11코스는 무름 곶자왈과 안향동을 지나 무릉 외갓집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셰프의 한 끼도 맛보는 폼나는 길이었다. 무릉 곶자왈을 돌아 나와 이제는 인향동을 향해서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다. 곶자왈의 한 축이 양치식물, 나무와 덩굴들이 만들어 내는 숲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울퉁불퉁한 현무암 돌바닥이다. 돌 사이사이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생명의 기운이 뿜 뿜 한다. 인향동으로 향하는 넓은 숲길은 바닥이 좋아서 그렇까? 발걸음이 가볍다. 인향동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인향동, 좌기동, 평지동을 합하여 무릉 2리라 부른다. 올레길은 11코스와 12코스를 걸으며 인향동 마을 회관, 좌기동 마을 회관, 평지동 마을 회관 인근을 차례대로 지난다. 커다란 나무가 마을에 진입하는 나그네를 포근하게 반겨..
모슬봉을 내려온 올레길 11코스는 신평리 마을길을 지나 신평 곶자왈에 이른다. 숲과 마을길이 지루하다면 지루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는 그러한 길이다. 모슬봉을 내려와 만난 도로를 따라서 신평리 방향으로 이동한다. 모슬봉을 내려와 도로를 걷는 위치는 올레길 11코스 7Km 지점이다. 한참 길을 가는데 교차로 부근에서 쓰레기를 줍고 계시는 분들 중에 한 분이 우리를 보시고는 손을 흔들며 아주 반가운 인사를 하신다. 우리도 쭈뼛쭈뼛하며 인사를 하기는 했지만 아주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에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었다. 올레길을 걷고 있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등을 물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어제 10 코스 종점이자 11 코스 시작점에서 문을 열고 우리를 환하게 반겨 주었던 그분이 아닌가 싶다. 어제는 몸이 지쳐서..
올레길 11코스는 모슬봉을 지나면 보성리에 도착한다. 모슬봉 언덕길을 부지런히 올라오니 나이 먹은 백구 한 마리가 흐흐하며 미소 짓는다. 세상에 저런 개가 있나! 사람이 지나가도,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어도 미소만 지을 뿐 도통 짓지 않는다. 백구 나름의 연륜이 쌓은 것일까? 모슬봉의 기운을 받아 넓은 마음을 가진 것일까? 아니면, 올레꾼들을 하도 보아서 그러려니 하는 것일까? 사진을 자세히 보면 미소 짓는 백구의 모습은 만화 영화에서 씩 웃는 캐릭터의 모습 같다. 모슬봉 언덕에서 해안을 보니 아랫마을보다는 수평선이 깨끗하게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과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그 맛이 다르다. 아마도 시야에 사람 사는 풍경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싶다. 여행지에서의 시간 보다,..
대정읍내를 출발한 올레길 11코스는 동일리를 지나 모슬봉 입구에 이른다. 가는 길에 대정 오일 시장도 지난다. 어제는 올레길 11 코스 시작점 인근에 있는 모슬포 호텔에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고 괜찮은 숙소였다. 우리는 오늘은 11코스를 걷고 이어서 12코스의 12Km 정도를 걸어 총 29.3Km에 이르는 강행군을 해야 하므로 조금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한다. 읍내에 있는 김밥집들이 문을 열기를 바랐으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 김밥들을 배낭에 쓸어 담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왜 이렇게 많이 사는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하나하나 유효 기간을 확인하고 판매해 주셨다. 숙소에서 미리 얼려 놓은 생수를 냉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