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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리 카페에서 한숨 쉬어간 우리는 해안선을 따라서 금능 해변에 이른다.

 

올레길 13코스, 14코스 내내 바다 없이 내륙으로만 걷던 경로는 이제 바닷가 해안길을 이어간다. 그 첫 번째 장소는 월령리 선인장 군락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선인장의 원산지인 멕시코에서 해류를 타고 와서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래사장도 없는 월령리, 반포리 해변도 해수욕하는 사람들, 서핑하는 사람들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다.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를 보니 현무암 바위 지대에 뿌리를 내린 선인장의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월령 코지 인근에 있는 풍력 발전기가 주위 풍경의 주연을 담당하는 듯하다.

 

검은 현무암 해변, 현무암에 착 달라붙어 있는 선인장, 푸른 하늘과 바다, 보이지 않는 바람과 흰구름, 그 가운데에서 조용한 움직임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풍력 발전기까지 월령리 해변의 풍경도 일품이다.

 

주택 한 벽면을 채운 선인장 마을 월령리 마을 지도가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이곳의 백년초 군락은 아직 꽃이 남아 있다. 이 노란 꽃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어 자색으로 익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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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 포구를 지난 올레길은 월령 코지를 거쳐간다. 코지는 육지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곶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인데 월령 코지라는 이름답게 툭 튀어나와 있고 인근에 풍력 발전기 1기가 설치되어 있다.

 

월령 코지 쪽에서 바라본 서쪽 풍경. 멀리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선명하다. 얼마 후에는 해변에서 2Km 지점에 9기가 추가 건설된다고 한다.

 

선인장 군락 사이 간새에 표시된 비양도. 바다로 보이는 섬을 나타내는 것이다. 비양도가 생긴 시점은 역사에도 기록이 있을 정도로 최근으로 고려 시대인 1002년 화산 분출로 만들어진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다.

 

울퉁불퉁 돌길을 지나 해안길을 계속 걷는다. 멀리 보이는 일성 콘도 앞을 지나야 한다.

 

사부작사부작 맛있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먼 종착점을 보면 몸도 무겁고 힘들지만, 바로 앞의 절경을 즐기며 쉬엄쉬엄 걸으면 사부작사부작 맛있게 걸을 수 있다.

 

멀리 보이던 일성 콘도도 어느덧 눈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때로는 편한 길로 때로는 곶자왈 바닥 같은 돌길을 간다. 현무암 돌길이 정겹고 좋기는 하지만, 갈길이 먼 입장에서는 편한 길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해녀콩 서식지라는 간새가 있었는데 실제로 인근에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인 해녀콩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름은 콩이지만 독이 있어 먹을 수 없는 콩이다. 슬픈 이야기가 서려 있는데 해녀들이 원하지 않는 아이를 낙태시킬 때 이 콩을 삶아서 먹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를 몰라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참 슬픈 이야기다.

 

올레길 14코스가 콘도 앞을 지난다고 해서 콘도 측과 지자체가 협력해서 해안에 만들어 놓은 좋은 산책길을 지날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서로 윈윈 하는 길이니까! 그렇지만, 실상은 해변 올레길 중에서 가장 초라한 길이었다. ㅠㅠ

 

콘도 앞을 지나면 금능 해변까지는 휠체어도 갈 수 있는 편안한 구간이다. 비양도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해안길을 걸으니 인근에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있는 이유가 공감이 된다. 바람이 이렇게 좋으니 바람을 탐낼만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과 구름이 그림을 만들어 낸다. 길 우측 동산으로는 배령 연대로 가는 작은 표식도 있다.

 

콘도 앞 오솔길은 초라했지만 뒤돌아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검은 현무암 해변과 대비되는 흰구름, 푸른 하늘, 멀리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들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금능 등대가 해안 돌출부에서 외로이 풍경화의 주인공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금능리 마을을 보면서 해안길을 통해 금능리 마을로 진입한다. 멀리 동쪽으로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 구간이다.

 

금능리 골목길을 통해서 금능 포구로 향한다.

 

골목길 담벼락에는 소박한 시를 걸어 놓았다. 참새가 알람 시계라는 시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길을 이어간다.

 

올레길은 금능 포구 끝자락을 살짝 스쳐 지나간다. 제주도의 포구들은 세찬 파도 때문일까, 길고 깊게 들어와 있다.

 

작은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 모금하며 잠시 쉬어 간다. 이곳 담벼락에도 소나기라는 시화가 걸려있다. 19.1Km의 올레길 14코스 중에서 13Km 지점이니 이제 6Km가 남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해변이 또 있을까! 하는 감탄이 터져 나오는 금능 해변과 협재 해수욕장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검은 현무암 바위와 하얀 모래사장, 에메랄드빛 바다, 거기에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까지 제주도에서도 이런 곳은 보지 못했다. 인기 있는 해수욕장답게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해변을 따라가던 올레길은 중간에 사유지로 막혀 있어서 마을길로 돌아서 가야 한다. 작은 휴식공간과 함께 있는 단물깍이라는 용천수도 지난다.

 

마을길을 돌아서 가는 길에는 마침 편의점이 있었다. 외부에 파라솔이라도 있으면 간식 시간도 가지면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외부에는 공간이 없었고 대신에 내부에 취식 공간이 있었다. 음료수를 구입하며 옆지기가 도시락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허락해 주었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에서 도시락도 먹고 시원한 음료수도 마시며 여유 있는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을 걸을 때에는 놀멍 놀멍 쉬어 갈 수 있는 편의점도 많이 있는 것이 장점이기는 하다.

 

파도가 출렁이는 동해의 모래사장도 갯벌이 있는 서해의 해수욕장도 아닌 별천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코로나 상황을 무색하게 하는 사람들의 북적임을 가로지르며 길을 이어간다. 금능 해수욕장은 바다 풍경도 해변의 야자수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드넓은 은빛 모래 해변 뒤로 자리 잡은 비양도가 여기를 찾은 피서객들의 마음을 더 푸근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가 싶다. 해변에 내려간 사람들에게 엄청난 뙤약볕이 쏟아지는 날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다. 만약 비양도가 생기지 않았다면 금능 해변도 협재 해변도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비양도가 육지에서 지척으로 보이지만 1km 이상 떨어져 있다. 매년 협재 해수욕장에서 비양도까지 헤엄쳐서 건너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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