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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14코스는 굴렁진 숲길과 월령 숲길을 지나면 하천을 따라 해변으로 나가 월령리에 이른다.

 

 

굴렁진 숲길을 지난 올레길 14코스는 월림리에 위치한 제주시 서부 매립장을 지난다. 2002년에 매립을 시작하여 이미 매립 용량은 초과했고 2019년에 매립을 종료한 상태인 매립장이다. 공공시설인 만큼 철제 울타리도 쳐있다. 매립장을 지나면서 제주도가 당면한,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가 당면한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도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에 표정부터 어두워진다. 2019년 필리핀으로 갔다가 되돌아온 제주도 생활 쓰레기 사건을 생각하면 급격하게 늘어난 관광객과 인구를 소화하지 못하는 제주도의 쓰레기 소각 및 매립 능력만을 탓할 상황은 아니다.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하룻밤 숙소에서 묵어도 우리가 배출하는 엄청난 쓰레기 양을 생각하면 배달 문화와 즉석식품, 1회 용품이 만연한 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 해결은 요연하지 않을까 싶다.

 

서부 매립장을 지나면 커다란 밭에 단호박을 재배하는 농가 밭 주위에 심어진 생전 처음 보는 특이한 작물을 만났다. 자료도 찾기 어려운 흑수수(Black Sorghum)였다. 수수를 심으면 참새에게 모두 빼앗기는 현실이다 보니 수수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흑수수라니 신통방통한 작물이다. 검게 익은 수수를 보노라면 커다란 개미를 보는 것 같기도 한다.

 

단호박 농장에서는 노부부께서 단호박을 선별해서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바쁘신 중에도 우리의 인사를 가벼운 눈짓으로 받아 주셨다. 올레길은 양돈 농가에 사료를 공급하는 축협의 배합 사료 공장도 지난다. 제주 맥주 공장도 위치한 금능 농공 단지가 있는 곳이다.

 

월령리의 상징과도 같은 백년초가 열매를 맺었다. 자색으로 익은 열매도 있다. 멕시코 원산인데 2백여 년 전 해류에 떠밀려와 자생하기 시작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손바닥 선인장으로도 불린다.

 

올레길은 월령 숲길을 지난다. 

 

숲길을 지나면 골프장과 금능 농공 단지를 거쳐서 월령리 앞바다로 이어지는 하천을 따라서 해안으로 나간다. 

 

하천길에서 좌회전하여 잠시 숲으로 돌아가는 길, 간세에는 12Km가 남았다는 표식이 붙어 있다.

 

태양도 피하고, 냄새도 좋고, 눈도 평안하고, 새소리도 좋은 숲길이라 생각했지만, "경찰 순찰 중"이란 안내판을 보니 올레길을 혼자 걸으시는 분들 중에는 조금은 두려운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사람들의 걱정과는 무관하게 숲 속은 평화롭다. 

 

이 숲길을 지나 해안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이제는 태양을 피할 길이 없다. 태양과 하나 되어 걸어야 한다.

 

올레길 14 코스의 19.1Km 중에서 7Km 지점이라는 표식을 만나는 지점에서 하천을 건너 하천변 우측 길을 따라 걷는다.

 

하천은 물이 없는 건천이지만 골이 깊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올레길은 하천변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하천변에서 조금 떨어진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하천변 산책길은 태양은 피할 수 없었지만 잔디를 밟으며 상쾌하게 걸을 수 있는 들길이었다.

 

하천변 산책로에는 노란 딱지꽃이 피었다.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어린 풀은 식용도 가능하고 해열제나 지혈제로 쓰인다고 한다. 꽃 때문에 존재를 알아보지만 자연만 잘 보존하면 우리 주위에는 귀중한 것 천지다.

 

한동안 하천 우측에서 걷던 올레길은 다리를 건너 하천 좌측을 걷는다. 금능 농공 단지로 이어지는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산책로 반대편을 지나므로 올레길이 하천 좌측으로 가면 자동차들은 이제 하천 우측을 지난다. 

 

역시 감귤밭을 지날 때는 방풍목으로 심어둔 나무들이 한 풍경한다. 농장 주인은 방풍목을 보존하고 지자체는 방풍목을 예쁘게 가지치기해주어 지역의 관광 자원화하는 협력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멀리 수평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얼마간 하천 좌측 산책길을 걸었던 올레길은 다시 다리를 건너 하천 우측 길을 걷는다. 

 

월령리 앞바다를 눈에 담으며 하천 우측 길을 걷는다. 해안까지는 7백여 미터가 남은 거리이다. 용수리 포구 이후 올레 13코스, 14코스 내내 내륙을 걸었던 올레길은 드디어 바다로 나간다.

 

뙤약볕 아래 땀을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푸르름이 가득한 들길은 참 아름답다. 물 한 방울 없이 현무암 바닥만 드러내고 있었던 수로는 이제는 바다와 만나는 지점까지 아예 콘크리트 바닥이다. 하천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배수로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이 얼굴만 한 선인장이 이곳이 선인장 자생지로 유명한 월령리임을 말해주고 있다.

 

하천을 따라서 해안으로 계속 직진하면 좋겠지만 일주서로 4차선 도로가 길을 가로막는다. 우측으로 조금 이동하여 횡단보도로 일주서로를 건넌다.

 

일주서로를 건너면 월령리 마을길을 따라 해변으로 이동한다.

 

12시를 바라보는 시각, 마노라는 카페 2층에서 더위도 식히고 넉넉한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카페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한경면 판포리 해안으로 멀리 두모리의 해상 풍력 발전 단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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