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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공원에 도착한 남파랑길은 유엔 기념 공원과 부산 문화 공원을 지나면 대연동과 감만동 도심길을 지나 우암동 도시숲 입구에 이른다.

 

시계탑 위에는 지구본과 비둘기, 평화 Peace 글자를 형상화한 잔디 위 벤치까지 이곳이 평화 공원임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평화 공원은 2005년 부산 누리마루에서 개최되었던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면서 유엔 기념 공원 주위로 조성한 공원이다. 유엔 공원이 추모를 위한 엄숙한 분위기의 공간이라면 이곳은 온전히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었다. 조금은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모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모들이 많았다.

 

평화 공원에서는 매년 가을이면 국화 축제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갈 때는 한창 준비 중이었다. 나무 아래에서는 사생대회 중인지 학생들이 그리기 삼매경이었다. 학생 때를 돌아보면 고궁에서 그리기를 시작하면 스케치하고 색칠을 조금 하다가 집에 돌아가야 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스케치에 색까지 칠하는지 아무리 구도를 잘 잡고 좋은 결과물 기대하며 그려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니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었다. 돌아보면 회화에 대한 기초가 없었던 까닭이지 않은가 싶다.

 

평화 공원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곳이 대연 수목 전시원인데 유엔 기념 공원 주위를 50미터 폭으로 감싸 안고 있는 공간이다. 600여 종의 다양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엄숙한 공간과 도시와의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공원 끝 모서리에서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모서리를 돌아가는데 발길을 붙잡는 독특한 조형물을 만났다. "1초의 묵념 6.25 참전 기념비"이다. 전쟁을 상징하는 철모와 포탄을 배치하고 흑백의 반원으로 하나의 원형을 표현하여 통일 염원하는 조형물이라고 한다. 1,049명의 호국 영령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우측으로 대천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아이들이 팀을 나누어 야구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야구 유니폼을 입지 않은 아마추어 아이들의 게임 장면을 보니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놀았던 주먹 야구, 짬뽕 야구가 생각난다. 말랑말랑한 고무공 하나만 있으면 배트도 글러브도 필요 없었다. 주먹으로 공을 치고 달리면 두 손으로 잡고 던지면 되는 것이었다.

 

유엔 기념 공원 후문 인근에는 유엔 조각 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여러 조각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 단순하고 거친 철판으로 만든 작품은 권달술 작가의 "On Air"라는 작품인데 상당한 두께의 철판을 종이처럼 돌돌 말아 놓은 독특함이 인상적이었다. 재료가 주는 투박함과 역동성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이다.

 

후문을 통해서 유엔 기념 공원 내부로 들어간다. 이곳부터는 산책하는 사람들은 없다.

 

기념 공원에서 처음 만난것은 맑은 수로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비단잉어였다. 고궁 연못에서 헤엄치는 잉어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렇게 깊지 않은 좁은 수로에서 헤엄치는 잉어라니 눈이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 수로는 물이 빠지는 단순한 수로가 아니라 한국 전쟁 최연소 전사자인 제임스 도은트 이병을 기리는  도은트 수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미국을 제외한 유엔군 2,300여 명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한국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은 한국군이 13만여 명, 유엔군이 3만여 명인데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했던 미군은 "미군 전사자 유해의 전시 중 동시 송환 정책"으로 바로 본국으로 송환되었고 남은 유엔군 전사자의 일부가 이곳에 묻힌 것이다.

 

유엔 기념 공원의 정문으로 빠져나간다.

 

유엔 기념 공원을 나와서 우회전하여 터널 위 통로로 가면 부산 문화 회관으로 갈 수 있다.

 

가을색이 완연한 부산 문화 회관 마당은 자전거를 타는 초등학생 남매와 부모의 독차지였다. 벤치에 앉아 옆지기가 챙겨 온 사과를 깨물어 먹으며 잠시 동안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 나라가 발전할수록 문화 회관, 도서관, 미술관 같은 공공시설의 양과 질은 좋아지기 마련이므로 사람 붐비는 행락지를 쫓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시설을 백분 활용하는 것이 지혜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을 미술관, 도서관으로 끌고 다닌 것이 나의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회관 주차장 입구 쪽으로 빠져나가면 감만 삼거리로 이어지는 석포로 도로를 만나 좌회전하여 석포로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석포로를 따라 감만 삼거리로 향하는 길. 버스 정류장의 안내 표시가 다른 도시와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화려한 그림을 표현하면 스크린은 없었다. 그렇지만, 핵심 정보를 단순하게 표시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는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인적으로 과잉 투자하지 않는 적절한 공공 시스템이 아닌가 싶었다. 실제 투자 금액이야 따져 봐야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원 절약과 튼튼함은 마음에 들었다.

 

감만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감만 삼거리에서 우암동 교차로까지는 길 건너로 우암터미널과 나란히 걷는다.

 

우암동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문현동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오르막길을 시작하며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지역을 만나게 된다. 재개발 지구 벽에도 2030 엑스포 광고가 붙어 있다. 필자 스스로도 대전 엑스포 여수 엑스포가 있었는데 부산 엑스포와는 뭐가 다르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알아보니 세계박람회기구(BIE)에서는 등록 엑스포(Registered Exposition)와 인정 엑스포(Recognised Exposition)로 구분하고 있는데 대전과 여수 엑스포는 인정 엑스포이고 부산에서 2030년에 유치하려는 엑스포는 등록 엑스포로 인정 엑스포가 특정 주제로 한정되고 면적이 제한되며 기간도 짧다면, 등록 엑스포는 광범위한 주제로 최대 6개월의 기간에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차이가 있다.

 

성지 고등학교 앞에서 좌회전하여 재개발 지구 옆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시간. 숨은 턱턱 막히고 땀은 흐르지만, 정인의 "오르막길" 노래가 절로 나오며 감상에 젖는 시간이다. 한쪽으로는 태풍에 벽이 날아갔는지 재개발 구역의 민낯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연 초등학교를 지나면 오르막도 끝나고 우암 2 주택 재개발 단지 위를 돌아 내려가게 된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재개발 단지의 모습과 부산항의 모습. 언덕 뒤로는 대연 3 주택 재개발 단지이다. 몇 년 후면 천지개벽할 공간이고, 과연 이 길이 그대로 있을까? 하는 의문도 남는 길이다.

 

우암동 도시숲 입구에 도착했다. 이 지점은 우암동 도시숲으로 가는 길, 우측 솔밭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까지 사거리인데 길이 헷갈릴 수 있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가야 하는데 바로 앞에 세워진 표지판은 엉뚱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는 화살 표식을 따라 우측 솔밭로로 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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