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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13코스는 저지오름을 지나 저지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저지오름을 오르기 시작한다. 닥몰오름, 새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저지오름의 정상부는 해발 239미터 정도로 경사가 급해서 그렇지 가벼운 걸음으로 지나갈 수 있다. 오름 입구에서 오름 반대편 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는데 올레길은 산책로에서 정상부 분화구로 올라가 분화구 주위를 한 바퀴 돈 다음 산책로로 다시 내려와 저지 산책로를 통해서 마을로 이동한다. 올레 12코스 일부를 걷고 13코스를 이어 걸은 길고 길었던 오늘의 여정이 끝나가고 있다. 올레 13코스 15.9Km 중에서 13Km 지점이라고 하니 넉넉히 3Km만 더 걸으면 숙소에서 편히 쉴 수 있다. 

 

문제는 옆지기가 너무 힘들어한다. 옆지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오며 가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는데 때마침 차를 세워두고 산책로로 올라가더니 사진 몇 개 찍고는 금방 내려오는 아주머니가 한분 계셨다. 아마도, 아이의 현장 방문 숙제를 도와주는 모양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에 타려는 그분께 혹시 저지 마을로 가냐고 물으니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한다. 옆지기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러니 옆지기만 반대편까지 혹시 차를 태워줄 수 있냐고 물으니 애가 있다고 거절한다. 차로 1Km 내외인 거리인데, 사람이 아프다는데 참으로 야박했다. 때마침 다가온 옆지기는 그냥 가자고 고집을 부린다. 

 

정갈한 산책로를 따라 오름을 오르기 시작한다. 입구에서는 배롱나무가 붉은 꽃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조금 늦은 시간인데도 다녀가는 사람이 많았다.

 

오름 입구에서 45미터만 걸어 올라가면 저지오름 둘레길을 만난다. 둘레길에서 분화구로 올라가는 지점 인근으로는 벤치들이 있어서 옆지기와 배낭은 벤치에 남겨두고 가벼운 몸으로 혼자만 분화구에 다녀오기로 했다.

 

저지오름의 저지는 닥나무의 한자식 표현으로 닥나무가 많아서 닥몰오름으로 불렸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저지오름의 베스트 풍경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는 분화구로 오르는 길에 쭉쭉 뻗은 나무숲을 뽑을 것이다. 여러 나무 아름다운 숲을 만났었지만 이렇게 경사가 급한 곳에서 쭉쭉 뻗은 아름다리 나무들 사이로 돌계단이 이어진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정상부에 오르면 분화구 둘레길을 한 바퀴 돈다. 분화구 둘레길은 8백여 미터에 이른다.

 

수풀이 우거진 분화구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막힘없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동서남북 어느 곳으로도 막힘없는 전망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남쪽으로 바라본 풍경, 산방산, 단산과 금산, 모슬봉, 제주 영어 교육 도시도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한라산도 보이지만 구름에 가렸다.

 

북쪽으로는 내일 올레길 14코스를  걸으며 밟게 될 곳이다. 멀리 비양도가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두모리 해안에 나란히 설치된 탐라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주의를 끈다.

 

분화구 둘레길을 걷다가 분화구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는데 계단을 통해 90미터를 내려가면 분화구 중심에 닿을 수 있지만 그냥 숲이다.

 

분화구에서 다시 저지오름 둘레길로 내려와 옆지기와 함께 숙소가 있는 저지 마을로 향한다. 약 1Km를 걸어야 한다.

 

저지 마을로 이어지는 둘레길은 잘 정비된 산책로이므로 힘들어하면서도 배낭도 넘기기 싫어하는 옆지기는 혼자서 나름의 전투를 치르도록 하고 우선 먼저 마을로 이동한다.

 

먼저 가서 숙소 체크인도 하고 옆지기를 편하게 데리고 오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또한 또 다른 일을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짝꿍이 같이 가야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처리되는 법이니까...... 다행히 길 끝에 작은 야외 공연장 같은 공간과 평상이 있었다. 옆지기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올 때까지 하늘 보면서 멍 때리기 하자며 벌러덩 누웠다. 오후 5시를 바라보는 시각, 아직 해가 지는 시간은 아니지만 구름이 많아 주변은 어둑어둑하다. 벌러덩 누워 숲 사이로 하늘을 보는 맛도 나름 재미있었다.

 

평상에 누워 멍 때리던 시간은 길게 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절뚝거리며 옆지기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동화 토끼와 거북이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늦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교훈을 거북이 옆지기 님이 깨닫게 해 주셨다.

 

오름 입구에서 저지 예술 마을이라는 표지를 보았는데 예술인 마을답게 마을로 나가는 골목길의 가로등도 예사롭지가 않다.

 

드디어 오늘의 숙소인 제주 오름 펜션에 도착했다. 피자 가게와 편의점을 하시면서 펜션도 운영하는 곳이었다.

 

다음날 아침 이번 여정의 마지막 날 오늘도 하늘은 쾌청하다. 장마 기간에 어떻게 우리가 걸었던 일주일 동안만 비가 오지 않았는지,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일정이었다. 중산간서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올레길 13코스를 끝내면서 녹차밭을 볼 수 있는 14-1 코스와 오늘 우리가 걸을 14코스의 시작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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