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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리 포구에서 올레길 12 코스를 끝낸 우리는 올레길 13 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용수 저수지를 지나면 마을길과 숲길을 걷는 길이다.
올레길 13코스는 용수리 포구에서 오로지 내륙 방향으로만 걸어 저지 오름에 이르는 15.9Km의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정오에 12코스를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미 땀범벅인 몸을 이끌고 13코스를 이어서 걷는 것이 막막하기만 하다. 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다. 한경 해안로 도로가 용수리 포구를 지나면서 만들어 놓은 포구 뒤편의 웅덩이를 돌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포구에서 계단을 올라 우회전했다가 다시 좌회전하여 용수리 마을로 들어간다.
올레길 화살표를 따라서 용수리 이 골목 저 골목을 걷다 보면 이곳에 사시는 분들의 일상을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다. 동네 분들이 골목을 지나는 올레꾼 때문에 불편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이다.
동네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9월초에 파종할 마늘 쪽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도 있고, 가을 농사를 위해서 농가마다 마당에 모종을 키우는 모습도 있다. 모종을 바닥에서 띄워서 관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 정류장에 주구동산이라 적혀 있는 장소를 지났는데 주구 동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도통 찾을 수 없었다.
용수 1길 도로로 나온 올레길은 용수 교차로까지 이동한다. 교차로 공터에서는 노부부가 뙤약볕 속에서 참깨 말리기를 위해서 받침대로 사용할 상자를 놓고 밭에서 베어온 참깨를 널고 계셨다. 아마도 수확의 기쁨보다는 무더위와 노동의 무게가 그들을 압도하지 않을까 싶다.
간선 도로와 만나는 지점이라 길이 복잡해 보이지만 올레길은 횡단보도를 건너 직선 방향으로 이동한다. 길을 건너 조금 이동하면 "순례자의 교회"라는 이름의 아주 작은 교회를 만나게 된다. 정해진 예배가 드려지거나 성도들이 모이는 공간은 아니고 올레길을 걷던 사람들이 종교와 상관없이 잠시 들러 명상이나 기도를 하고 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한다. 올레꾼들의 기부와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니 나름 좋은 공간으로 보인다.
들길 끝에 "낚시 금지"라는 현수막을 보니 용수 저수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올레길은 용수 저수지를 좌측으로 돌아서 가는데,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저수지 수면을 보니 녹조 라떼가 한창이다. 냄새의 원인은 저수지였던 것이다.
수차를 돌려서 산소도 공급하고 수생 식물도 심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는 모양인데 무더위 가운데 녹조에는 속수무책인 모양이다. 빨리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고 싶었다.
용수 저수지를 지나 마을길에 들어서니 올레 13 코스 3Km 지점을 지난다.
밭 전체를 방충망으로 둘러싼 감귤밭도 지난다.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들길이지만 멍 때리거나 생각 정리에는 딱인 길이다.
들길을 지나면 신정로 도로를 만난다.
신정로를 잠시 걸으면 독특한 모양의 화장실과 쉼터도 만난다. 먼고돌담이라는 장소인데 이 또한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교차로 인근의 연못을 지나 내륙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간다. 나무, 풀, 콘크리트 농로, 구름, 전봇대, 전선 등 멍 때리며 걷기 좋은 소재들이다.
이전에는 특전사 숲길이 있었지만 사유지 문제로 길을 우회한다는 표지가 붙어있다. 여기부터는 용수리에서 두모리로 넘어간다.
우회로 옆에서 만난 밭에서는 버려진 수박들이 뒹굴고 있다. 버린 거라면 하나 깨 먹을까? 하는 유혹도 마음속으로 훅 들어온다. 육지의 경우에도 노지에서 재배하는 수박은 전체 재배량의 2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제주에서 수박을 노지 재배하기는 쉽지 않은 도전인 모양이다. 비가 많이 와도 안되고, 폭염도 농사를 망치는 원인이라고 한다. 수박밭도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참깨밭을 보아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건실하게 잘 자란 참깨밭에 무슨 말일까? 싶지만 저 큰 밭을 노부부가 낫 들고 베어내서 트럭으로 옮기고, 비닐을 덮었다, 걷었다 하면 말려서, 깨를 털 때까지 생각하면 아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중산간 지역이라 그런지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구름이 태양을 막아 주는 것은 고맙지만, 길에서 공기에서 훅훅 올라오는 찜통더위는 피할 수 없다.
한편 지루할 수 있는 들길은 중간 중간 숲길로 지루함을 달래준다. 이 지역으로는 쪼른 숲길이라는 이름의 숲길이 있다.
숲을 나와 용금로를 걷다 보니 삼거리에서 벤치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늘은 아니지만 쉬어 갈 수밖에 없다. 아직 갈길은 먼데, 옆지기의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야속하게도 그 많던 구름은 우리의 휴식 장소를 가려 주지 않는다.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는 고목나무 숲길로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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