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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12코스는 환상적인 엉알길을 지나 차귀도 포구와 생이기정을 거쳐 용수리 포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엉알길로 내려가는 길, 한 폭의 풍경화 걸작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절벽 바위와 푸른 초장을 모두 가진 차귀도, 그 앞으로 흐르는 짙은 바다, 시커먼 엉알길과 현무암 해변, 뭉게뭉게 흰구름까지 세상 어느 작가도 그려내지 못할 환상적인 풍경을 만난다.

 

엉알길에서 수월봉의 고산 기상대를 바라보니 이 또한 절경이다. 정면으로 차귀도 풍경을 보면서 좌측으로는 검은 현무암 해변, 우측으로는 절벽과 함께 걷는 길이다.

 

성산 일출봉에도, 송악산에도 굴을 파서 전쟁 준비를 했던 일제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상처를 남겨 놓았다.

 

녹고물이라 불리는 샘물. 지층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다. 녹고물과 수월봉에 관한 설화가 있는데 녹고라는 이름을 가진 오빠와 수월이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있었는데 오누이가 어머니의 병환을 고치기 위하여 온갖 약초를 캐다가 그만 이곳 절벽에 떨어져 숨을 거두었고 여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흘린 오빠 녹고의 눈물이 녹고물이라는 설화이다.

 

용머리 해안처럼 화산재가 쌓이면서 만들어진 응회암 지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이곳은 침식된 지층이 때로는 동물의 이빨을 연상시킬 정도로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바위에 자리 잡은 이끼류와 식물들이 지층이 견뎌왔을 세월을 말해준다. 제주도가 만들어진 화산 폭발 시기는 몇만 년 전이고 가장 최근의 화산 활동도 몇천 년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채 일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영겁의 시간 속에서 제 욕심을 채우려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해본다.

 

엉알길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수직 정원을 걷는 길이다. 지층 사이로 생긴 틈에 다양한 식물이 자리를 잡아 인간으로는 상상 할 수 없는 그림을 만들어 낸다.

 

뒤를 돌아보면 수월봉과 엉알 해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차귀도는 예전에는 서너 가구가 우물을 파고 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라고 한다. 차귀도라는 이름은 이름 그대로 돌아가는 것을 차단했다는 것인데 고려와 송나라 당시의 설화와 연관이 된다. 송나라에 풍수지리에 능한 호종단이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일제가 우리나라 곳곳의 혈맥을 끊겠다고 쇠말뚝을 박은 것처럼 제주 곳곳의 혈맥을 끊고 송나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한라산의 신령이 매로 변하여 호종단 일행이 타고 가던 배를 차귀도 인근에서 침몰시켰다는 것이다.

 

뒤로는 수월봉, 앞으로는 차귀도 포구와 당산봉, 멀리 올레 12코스의 종점인 용수리  포구도 눈에 들어온다.

 

차귀도 포구에서는 한치와 오징어 준치 말리기가 한창이다. 제주에서 한치는 여름이 제철이라고 하니 한치를 말리겠구나 생각할 뿐이지 여전히 한치와 오징어를 구별하지 못한다. 오징어 준치의 경우에는 냉동 원양산을 해동하고 손질해서 말린다고 한다. 껍질을 벗겨서 말리는 것이 특징이다. 포구 뒤편으로 우리가 올라야 할 당산봉이 우뚝 서 있다.

 

올레길 12코스는 차귀도 포구에서 우회전하여 마을을 관통해서 당산봉으로 향한다. 해안 도로도 차귀도 포구에서 막히고 당산봉을 돌아서 간다.

 

당산봉으로 향하는 도로변에도 오징어와 한치 말리기가 한창이다.

 

도로에서 펜션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당산봉 오르기를 시작한다. 높이 148미터의 수성화산체로 산기슭에 신당이 있었다고 당산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올레길은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4Km에 이르는 당산봉 둘레길 중에서 해안 구간을 걷다가 생이기정으로 길을 이어간다.

 

당산봉 둘레길로 진입하는 지점, 올레길 12코스의 15 Km 지점이라는 표식이 나타난다. 용수리 포구까지 2.5 Km가 남았다.

 

당산봉을 오르며 돌아본 엉알길 절벽 위의 모습이다. 박수기정처럼 엉알길 절벽 위 대부분의 공간은 농지이다. 들판 중간에 있는 건물은 제주 고산리 유적 안내 센터로 1987년 한 농민이 땅을 파다가 발견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문화 유적지라고 한다. 초기 신석기 유적으로 지금은 국가 사적지로 관리하고 있다.

 

올레길은 당산봉 트레일 B 코스와 함께 간다.

 

올레길은 당산봉 중턱에서 용수리까지 이어지는 농로를 잠시 따라가지만 이내 해안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해안 절벽 위 오솔길을 걷는다.

 

농로에서 간세를 따라 숲길을 지나면 해안 절벽 위 오솔길로 갈 수 있다.

 

해안 절벽길에서 만난 수월봉과 차귀도의 전경이다. 절벽 아래 차귀도 포구는 보이지 않지만 포구 바로 앞의 와도는 아주 크게 보인다.

 

아찔한 절벽 위 오솔길이지만 앞을 보고 걸으면 아래가 보이지 않으니 무서울 것도 없다. 같은 길이라도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인다. 화나거나 흥분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단순 무식한 상태가 되는 것을 소위  "눈에 뵈는 게 없다"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눈에 뵈는 게 없으니 아찔한 절벽길도 성큼성큼 상쾌하게 걸어가는 것 아니겠나!

 

와도와 차귀도를 바라보는 최고의 포인트는 이곳이 아닌가 싶다. 정말 멋지다. 수많은 미기록종 생물이 살고 있다는 차귀도는 천연기념물 422호로 보호되고 있다. 대만에서 일본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난류가 이곳을 지나간다.

 

해안 절벽길에서 바라보는 용수리 포구와 그 뒤로 이어지는 풍력 발전기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고 망망대해를 가르며 나아가는 배 한 척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 그림의 절반은 뭉게구름이 차지하고 있는 풍경이다.

 

당산봉 내리막길을 걷던 올레길은 생이기정 바당길을 이어서 걷는다. 박수기정처럼 기정은 절벽, 벼랑을 의미하고 생이는 새를 의미해서 새가 사는 절벽 바닷길이라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는 아찔한 절벽길이겠지만, 아래가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올레꾼에게는 그저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길일뿐이다.

 

이 길에서는 산책 나온 외국인도 만났다. 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해변이었다. 깎아지른 절벽 옆 해변에서는 어떻게 이 포인트를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한 그룹의 젊은이들이 절벽 아래로 내려가 해수욕과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멀리로 보이는 우리가 가야 할 절벽 위 산책길을 보니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절벽 길임이 실감이 난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해안가 푸른 들풀 언덕도 아름답다.

 

풀밭 사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책길을 보니 이곳에 사시는 분들이 부러워진다.

 

생이기정 바당길을 지나온 올레길은 한경 해안로 도로를 만나 용수리 포구로 향한다.

 

한경 해안로 도로를 따라 얼마간 걷다 보면 올레길 12코스의 종점이자 13코스의 시작점인 용수리 포구에 도착한다. 포구 뒤편의 작은 공원에 앉아 넉넉한 휴식을 갖고 13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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