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 강변 산책로를 통해서 동해시를 가로지르고 있는 해파랑길 33코스는 전천 공원에서 전천을 건너 철로변 길을 따라 동해역에 이른다. 전천변에는 위로 쭉쭉 뻗은 미루나무(양버들)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릴 적 도로변이나 하천변에 많이 있었던 미루나무는 포플러라고도 많이 부르던 나무로 양버들, 백양나무 등 서로 구별되는 나무들이 있지만 모두 사시나무속에 속한다고 한다. 빨리 자라는 만큼 나무가 물러서 젓가락, 도시락 등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했었다. 일제 강점기 미국에 건너온 버드나무라고 미류나무라고 했다가 미루나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은 찬밥 취급받으며 많이 사라진 나무인데, 화력발전소나 가정용 연료로 사용하는 목재 펠렛이나 버섯 재배용으로 많은 수요가 있어서 중국에서 많은 양을 수입한다고 한다..
추암역에서 묵호역까지 13.6Km에 이르는 해파랑길 33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평지를 걷는 코스로 무난하다. 추암역을 떠나면 공단로 도로를 따라서 북평 국가 산업 단지를 지난다. 을미대가 있는 작은 야산을 지나면 동해시를 가로지르는 전천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한참 공사 중인 동해선이 개통되면 이곳에는 또 다른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다. 추암 해변에서 지하도를 빠져나와 우회전하여 공단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공단 도로이기는 하지만 가로수로 심어진 벚나무 덕택에 화려한 꽃길을 걷는다. 공단 초입이라 그런지 벚꽃 덕택에 아직은 공단 분위기보다는 봄 분위기가 가득하다. 동해에서 삼척까지 놓인 삼척선 철로에 아직 여객을 태운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무연탄을 실은 기차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
쏠비치 삼척을 우회한 해파랑길 32코스는 증산 해변과 추암 해변을 거쳐서 촛대 바위를 돌아 추암 조각 공원을 지나서 추암역에 여정을 마무리한다. 쏠비치 리조트를 우회하느라 한동안 보지 못했던 바다를 다시 맞이 한다. 내리막길 아래에 보이는 정자가 있는 곳이 해가사의 터라는 장소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증산 마을비, 시루뫼라는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을 주변 산의 모양이 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시루 증(甑) 자를 써서 증산 마을이라 불렸다고 한다.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에 있는 삼척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서울시 은평구에도 시루뫼라는 별칭을 가진 증산동이 있는데, 그곳은 시루는 구멍이 있어 복이 나간다고 비단 증(繒)으로 한자 표기를 바꾸었다고 한다. 마을비 뒤로 임해정이라는 작은 정자에서는 전..
23Km에 육박하는 기나긴 해파랑길 32코스도 이제 어느덧 종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봉수대길의 아름다운 숲 속 산책로에서 내려온 해파랑길은 이제 동해 바다 해안을 따라서 기암괴석 해안과 모래 해변을 모두 만나게 된다. 삼척항에서 삼척 해변까지 4.6km에 이르는 해안 도로는 2000년에 새천년을 맞이하여 개설한 도로라 하여 이름도 새천년 해안 도로다. 특히 해파랑길이 걷는 광진항에서 후진항까지는 우측으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바닷가 절경을 편안한 데크길로 걸으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호사이지만 왠지 춥다. 짐을 숙소에 벗어두고 정말 가볍게 걷는 까닭일까? 등이 서늘하고 손도 시리다. 이른 봄 햇빛이 산으로 차단된 해안가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당연히 쌀쌀한데 짐을 모두 숙소에 두고 왔으니..
삼척 시내를 벗어난 해파랑길 32코스는 이제 중반을 넘어선다. 삼척로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걸으며 시작한 32코스는 오십천을 벗 삼아 걸었고 삼척항 뒷산에 오른 해파랑길은 이제는 봉수대길을 걸어 광진항에 이른다. "집 주변 길"이라는 의미의 오랍드리 산소길의 1코스인 봉수대길 일부와 겹치는 구간이다. 해파랑길은 삼척항 뒤편으로 올라오지만, 오랍드리 산소길 1코스는 7번 국도 너머의 봉황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시작한다. 삼척항 뒤편의 산은 온통 텃밭 천지였다. 삼척항 쪽은 나릿길을 따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작은 텃밭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았을 것이고 얼마간의 푸성귀라도 먹을라 치면 작은 언덕을 올라 이 사람 저 사람이 화전을 일구었으리라...... 길옆 묘지에 꽃을 피운 할미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한재에서 내려와 오십천을 휘감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겼던 해파랑길 32코스는 이제 삼척 장미 공원 입구가 있는 삼척교 사거리에서 삼척항으로 향한다. 어선과 대형 선박이 같은 길로 들어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항구다. 삼척항을 지나면 나릿골길을 따라 항구 뒤쪽의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여정이다. 오십천 둔치를 나오면 삼척항 방면의 좌회전한다. 삼척교 앞 사거리는 7번 국도가 지나가는 큰길이므로 조심해서 길을 건너야 한다. 길 우측의 담장이 한옥처럼 고급스러운데 사실 이곳은 시멘트 공장의 연관 시설이 있는 곳이다. 울산에서도 공단 지역을 해파랑길이 지나야 했었는데 그곳도 담벼락에 담쟁이를 심어서 비록 공단이지만 삭막함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지나친 낭비만 아니라면 이런 노력은 권장할만하다. 정라 삼거..
오십천 산책로를 걷고 있는 해파랑길 32코스는 삼척 문화 예술 회관을 지나면 오십천을 건너서 오십천 북쪽 강변을 걷는다. 북쪽 강변 산책로는 죽서루와 삼척 장미 공원을 만나는 길로 화려한 벚꽃 잔치가 벌어지는 길이다. 삼척 문화 예술 회관을 지나 죽서교를 통해서 오십천을 건넌다. 죽서교 앞에서 꽃양귀비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옆지기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꽃이다. 개양귀비, 우미인초라고도 불린다. 중국에서 우미인초라고 부르는 유래에는 초나라 장수 항우의 애첩 우미인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우희라고도 부르는 여인인데 초한전쟁 당시 항우가 한고조의 공격에 사면초가에 이르자 항우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는 전설로 우미인을 묻은 무덤에서 핀 꽃이라 하여 우미인초라 했다는 것이다. 개양귀비라는 별칭에서도..
한재 고개를 넘어선 해파랑길 32코스는 내리막길로 오분동으로 내려오면 오십천의 아름다운 천변길을 걸어 삼척 문화 예술 회관에 도착한다. 문화회관 앞 남산 전망대 길은 잠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오분 해변의 수많은 펜션들을 벗 삼아 한재 고갯길을 내려오면 오분 교차로 앞에서 마을길로 들어선다. 자전거를 타고 한재를 향해서 올라가는 라이더를 보니 오르막 초반인데도 힘들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오르막 끝에서 만나게 될 아름다운 풍경은 그에게 선물이 될 것이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행기 한대가 비행운이라고도 하는 하얀 꼬리 구름을 만들면서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강원도에는 영서의 원주공항과 영동의 양양 공항이 있으니 양양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인 모양이다. 양양 공항에서는 현재 매일 두 차례 이상 제주..
해파랑길 30코스, 31코스가 짧게 가벼운 길이었다면 32코스는 23Km에 이르는 조금 긴 여정이다. 삼척 시내를 휘감아 걷는 여정이다. 시작은 명사십리를 가진 맹방 해변에서 시작한다. 맹방 해변을 벗어나면 삼척로를 따라서 한재 고개를 넘는다. 해파랑길 32코스의 시작은 맹방 해변이다. 해변 한쪽 끝에는 덕봉산 해안 생태 탐방로가 있다. 50여 미터의 아담한 크기의 덕봉산은 대동여지도에서는 섬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지금은 작은 다리로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마읍천 하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세월을 이겨낸 덕봉산은 60년대 무장 공비 침투 사건 때문에 2021년까지만 해도 출입금지였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없었으니 그만큼 자연환경은 잘 보존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 맹방 해수욕장에서도 강 반대편 덕산 해..
마읍천을 건넌 해파랑길은 부남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마읍천을 따라가며 가교리를 지나서 다시 마읍천을 건너 31코스의 종점인 맹방 해변에 도착한다. 마읍천 자락과 함께하는 평야 길이다. 부남리 마을길은 청보리 밭 사이로 걷는 눈이 호강하는 길이다. 강원도하면 날씨도 춥고 척박하다고 생각하여 이모작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메밀 농사나 짓는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영동 지방인 이곳 삼척도 넓은 평야에 청보리가 크고 있다. 이모작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우 농가 앞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앉아서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쉬질 못했는데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며 잠시 한량이 되어 본다. 나무 그늘이 햇빛을 막아 주지만 이른 봄의 차가운 바람 때문에 오히려 양달이 좋았다. 제법 규모가 있는 한..
해파랑길 31코스는 동해 바다를 뒤로 내륙 안쪽으로 들어간다. 마읍천과 함께하는 길이다. 궁촌리는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능이 있는 곳이다. 비운의 역사가 스며 있는 곳, 궁촌리 뒤편의 고개 이름이 사래재인데 원래 이름은 살해재였다. 공양왕이 살해된 곳이라고 한다. 새로운 왕조를 위해 왕 씨 일가가 죽임을 당한 상황은 시선에 따라 다양한 시각을 바라볼 수 있지만 명분이 무엇이라도 누군가의 죽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삼척로 도로변을 걷지만 바람에 휘날리는 해파랑길 리본처럼 널찍한 자전가 도로를 걷는 여유가 있다. 사래재를 넘으면 궁촌리에서 동막리로 이어지면서 완만한 내리막길이 해안까지 이어진다. 건설 중인 동해선 철교 아래를 지나간다. 이른 봄 벚꽃이 한창인 이 계절에..
30코스의 중간 지점인 황영조 기념 공원을 지나면 초곡항과 문암 해변을 거쳐서 레일 바이크 철로 주변을 따라 올라가면 궁촌리에 닿는다. 평탄하고 무난한 길이다. 황영주 기념 공원을 가로질러 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작은 언덕이어서 초곡리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황영조 선수의 고향이라고 하지만 언덕에서 바라보는 푸근한 바닷가 마을 풍경만이 가슴 가득히 다가온다. 태양광 패널을 얹은 집들 너머로 초곡항의 방파제와 푸른 동해 바다, 멀리 궁촌항으로 이어지는 풍경이다. 한적한 해안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부럽다. 초곡항 우측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용굴 촛대 바위길이 6백 미터 정도 이어지는데, 30코스와 31코스를 이어서 걸어야 하는 갈길 바쁜 우리는 용굴 촛대 바위길은 생..
용화리에서 궁촌리까지 가는 30코스는 레일 바이크가 있어 레일 바이크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는 구간이다. 레일 바이크를 타고 이동할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30코스를 끝내면 31코스를 이어서 걸을 예정이다. 다시 돌아온 삼척 용화리에서 이번 여정을 시작한다. 표지판은 중간 지점인 황영조 기념 공원까지 3.4Km, 30코스 종점인 궁촌 레일 바이크 역까지 7.1Km를 나타내고 있다. 용화리 고개인 용화재를 지나는 길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완만한 길이다. 용화 레일 바이크 역은 개천 건너편에서 시작한다. 맑아서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개천이 반갑다. 용화리를 떠나는 해파랑길 30코스는 마을 골목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용화리와 장호리를 이어주는 삼척 해상 케이블카, 용화리에..
해파랑길 38코스에서 40코스까지 강릉 구간을 걸었던 지난번 여정은 하루에 한 코스씩 무리 없이 걸었다. KTX와 시내버스로만 이동하고 배낭을 둘러메고 걸어야 했던 까닭도 있었다. 오래간만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었지만 다행히 큰 무리는 없었다. 이번에도 KTX와 버스로만 이동하고 배낭을 메고 이동하기로 했다. 양양, 속초를 구간을 끝내고 고성 구간까지 걸을 예정이다. 하루에 두 구간을 걷는 조금은 어려운 계획이지만 다행히 어려운 코스가 없어서 해파랑길 종료를 앞두고 도전적인 기회가 될듯하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는 강릉으로 가는 기차 예약 아주 어렵다. 절정에 오른 봄 날씨, 고온 현상,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까지 있으니 주말을 맞아 동해 바다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많은가 보다. 조금 더 이른..
임원리를 지난 해파랑길 29코스는 검봉산 자연 휴양림 입구를 지나서 조금은 가파른 고개를 지난다. 땀을 내야 하고 가파르기는 하지만 포장된 길을 걷고 2백 미터가 넘지 않으므로 무난한 길이다. 임원리에서 장호리로 넘어가고 용화 레일 바이크 정류장이 있는 용화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검봉산 자연 휴양림은 다리를 건너서 진입할 수 있다. 춘천 강촌에도 530미터의 검봉산이 있는데 국립 검봉산 자연 휴양림은 692미터 삼척 검봉산에만 있다. 숙박 시설과 양영장도 있다. 춘천 검봉산도 삼척 검봉산도 산 봉우리 모양이 칼을 꽂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 산을 "칼 코뎅이"라 불렀다고 한다. 용화로 넘어가는 고개로 가는 길은 대부분 포장길이라 여유 있게 걷기에 좋은 길이다. 넓은 길..
해파랑길 29코스는 비화 삼거리를 지나면 임원항까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임원항을 지나면 임원천을 따라 검봉산 자락으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데크 산책로를 걷는다. 비화항으로 내려가는 길은 산자락 사이 계곡으로 길을 잡아간다. 멀리 계곡 사이로 보이는 수평선이 운치가 있다. 도로 옆 자작나무 숲을 보니 하얀 수피도 아름답지만 결혼식의 화촉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옆지기와 같이 걷는 길이라서? 임원항으로 가는 길은 도로변을 걷기는 하지만 널찍한 자전거길에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런 길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임원항으로 이어지는 삼척로는 얼마간 7번 국도와 길을 같이 한다. 29코스 7Km 지점 길 옆으로 임원항의 방파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절반을 걷지 못했다. 임원항 앞바다에는 동그..
부산, 울산, 경북을 지나 이제 강원도를 걷는다. 해파랑길 29코스는 삼척을 걷는다. 호산천과 길곡천을 따라 올라가며 화력 발전소를 우회하여 길을 이어간다.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포장길이라 무난한 길이다. 용화리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삼척 시내버스로 호산까지 이동하여 29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어제 건너왔었던 호산천을 따라서 호산천변을 걷는다. 멀리 하얀 눈을 쓰고 있는 태백산맥 준령의 모습을 보니 지금 히말라야를 걷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호산천변을 계속 걷다 보면 호산리를 벗어나 옥원리로 들어간다. 옥원 1리라는 마을비와 이천 폭포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천 폭포는 호산천 상류에 계곡으로 내려오는 폭포로 옛날에는 용추 폭포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용추 폭포, 용추 계..
코로나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고 봄도 한창인 계절 강릉으로 해파랑길 걷기를 떠나기로 했다. 된장도 가르고 이것저것 집안일을 처리하느라 한 주 쉬고 떠나는 길이다. 수도권 아래에서 강원도를 가기가 녹록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해 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에 강릉으로 떠나는 기차들은 모두 매진이다. 봄 나들이로 두 시간 만에 강릉에 갈 수 있는 세상이다. 밤 기차를 타고 새벽에 정동진에 내려서 해돋이를 보던 것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았고 이제는 그렇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하루 전날 강릉으로 이동해서 다음날을 준비하기로 했다. 학산 오독 떼기 전수관으로 가는 101번 버스가 운행 횟수가 많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강릉에 도착하면 첫날은 강릉 이화 모텔에서 쉬고 다음날 인근에 있는..
수로부인길 숲 속 산책길을 내려가면 월천 1리를 지나 월천교를 통해 가곡천을 건너고 호산 삼거리를 지나 해파랑길 28코스의 종점인 호산 터미널에 도착한다. 삼척 LNG 기지 인근의 산이 이번 울진 산불로 불탄 것을 보니 정말 아찔하다. 한울 원전 울타리 안까지 번졌던 산불은 잡았지만 불이 강풍을 타고 삼척까지 번지자 소방당국은 대용량 방사포와 86대의 소방차, 2백 명이 넘는 소방대원들을 집중 배치하며 진화에 총력 대응했다고 한다. 삼척 원덕읍에는 축구장 137배에 해당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LNG기지도 있지만 유연탄 화력 발전소도 있다. 우리나라의 LNG기지는 이곳 삼척 말고도 평택, 인천 송도, 제주, 통영에 위치하고 있다. 영하 162도로 냉각한 액화 천연가스를 배를 통해 운반하여 기지에 보관했다가..
나곡리를 지나서 수로부인 길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길로 도화 동산과 갈령재를 지나야 하는 28코스의 고비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고포항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경로였지만 지금은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울진북로 도로변을 걷는 무난한 길이다. 나곡 교차로에서는 7번 국도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나곡 4리가 있는 태봉산 자락의 태봉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다. 태봉이란 이름은 태반을 묻은 태실이 있었다 하여 불린 이름이라고 한다. 전국에 태봉이란 이름을 가진 마을이 많다. 도로변을 걷지만 그림처럼 저전거나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해서 위험하지는 않았다. 전국의 명당을 찾아 왕실의 태반을 묻었다고 하는데 울진에도 이곳 나곡리를 비롯하여 사계리, 온정리, 삼달리, 월송리에 태실이 있다. 가..
해파랑길 28코스의 종점인 호산에 차를 세워두고 시작점인 부구 삼거리로 이동하기 위하여 고포를 거쳐서 부구로 가는 7시 50분 시내버스를 탄다. 28코스의 종점이 호산 터미널 앞이라 정류장이 헷갈릴 수 있는데 부구로 가는 버스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타는 강 건너의 호산 터미널이 아니라 읍내에 있는 원덕 파출소 건너편에 있는 "호산"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하루에 단 한번 운행하는 버스이다. 부구 삼거리에서 나곡리까지는 평탄한 해안길을 걷는다. 석호항을 지나면 울진북로 길을 따라서 도로변 길을 이어간다. 부구 삼거리에 있는 스탬프함에서 도장을 찍고 해파랑길 28코스를 시작한다. 부구천변길을 따라 길을 시작한다. 부구천 끝에 부구 해수욕장이 있기는 한데 한참 공사 중인 모양이다. 해안선으로는 그..
죽변리에서 부구 삼거리까지 가는 해파랑길 27코스 나머지 구간은 비상활주로를 지나고 한울 원자력 발전소를 우회하는 경로이다. 발전소 부근이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포장길을 지나므로 큰 무리는 없다. 죽변리 읍내를 떠나면 길은 숲길과 들길을 이어서 간다. 빗속에서 숲길을 걷는 독특한 맛이 있다. 숲길을 지나니 우리를 맞아주는 것은 넓은 들판과 푸릇푸릇한 보리밭이다. 바닷가 마을이지만 산 위에 이런 넓은 들판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눈에 들어오는 넓은 풍경은 마음까지도 활짝 열어준다. 길은 비상활주로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비상활주로는 공항이나 공군 기지의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을 때를 위한 공간으로 고속도로에 설치되기도 한다. 길이 막혀 있을 텐데 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잠시 멈추어 있다가 왔던 ..
죽변항에서 시작하는 해파랑길 27코스는 죽변리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길을 시작한다. 죽변항과 죽변 등대 공원을 지난다. 울진 화성리 향나무도 수령이 5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이지만 이곳 후정리 향나무도 5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이다. 바닷가 해안 도로 옆에 있으면서도 푸른 잎을 자랑하는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울릉도에서 떠내려온 나무라고 한다. 죽변항 표지판을 따라서 항구로 들어간다. 죽변항은 국가 어항으로 해군 부대도 주둔해 있다. "죽변항에 잘 왔니더"하는 사투리로 죽변항을 안내하는 항구 안내판이 정겹다. "핵교 댕개 오겠심더, 집에 갈랍니더, 밥뭇심더"하는 ~더로 끝나는 경상도 사투리들이 나름 정겹다. 우리는 해안 스카이 레일, 후정 해수욕장, 드라마 세트장 방향으로 향한다..
양정항에서 해파랑길 26코스의 종점인 죽변항 입구까지는 평탄한 해안길을 걷는 무난한 길이다. 골장항과 봉평 해수욕장을 거쳐서 죽변항에 이른다. 대나리항을 지나 양정항으로 가는 길은 좌측으로는 경사도 심한 바위산을 우측으로는 흐린 날씨에 해안으로 무섭게 몰아치는 파도를 보는 걷는 길이다. 서늘하게 떨어지는 보슬비는 덤이다. 겨울이 가기 싫은지 늦겨울 내리는 비는 손이 시리게 한다. 산으로는 지난번 울진 산불의 상흔이 엄청나다. 산불로 바닥은 시커멓게 불탔지만 이곳의 나무들은 어느 정도 살아남은 듯하다. 이번에 내리는 비로 잔불도 모두 없어지겠지만 겨울비가 살아남은 나무들이 힘을 내는 영양제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정항에 도착했다. 방파제가 있지만 항구 내부도 파도로 출렁거린다. 비가 내리는 날인데도 항구에..
부구 삼거리에 차를 세워두고 울진군청까지 버스로 이동한 우리는 지난번 여정의 남대천 천변길에 이어서 해파랑길 26코스를 걷는다. 연호 공원을 지나 대나리항으로 가는 길이 약간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탄한 포장길이다. 부구 1리 버스 정류장에서 6시 30분 버스를 타니 오전 7시에 울진군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를 내리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작은 우산을 챙기기는 했지만 약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기에는 우비가 낫지 않을까 싶어 편의점에서 우비를 하나 구해 입었다. 눈이 섞여서 내리는 서늘한 날씨에 얇은 우비가 조금은 보온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연호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을 건너서 읍내리의 공세항길을 걷는다. 아파트 단지 앞 공세항길을 지나면 연호 공원으로 갈 수 있는 건널목을 만날..
지난번 여정에서 삼척과 동해시에서 만난 벚꽃은 그야말로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물론 아주 일부는 활짝 펴서 벚꽃을 누리고픈 부부의 조바심에 불꽃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주의 틈도 없이 다시 해파랑길 걷기에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강릉과 묵호까지 오가는 KTX 덕분에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하는 한참의 고민이 있었지만 이번 여정에는 산을 올라야 하는 난코스도 있고, 비용적인 차이도 있고 해서 결국 자가용으로 큰 구간을 이동하고 열차나 버스로 세부 구간을 이동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 해파랑길 34코스(14.1 Km, 5시간) 첫날은 34코스와 35코스를 이어서 걸을 예정이므로 35코스 종료 지점인 정동진역 인근에 있는 정동진역 노외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34코스 시작점인 묵..
해파랑길 25코스를 모두 걸은 다음에는 26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왕피천을 따라서 이전에는 엑스포 공원으로 불렸던 왕피천 공원 옆길을 걷는다. 오늘은 인도교인 은어 다리까지 걷고 나머지 구간은 다음 여행 때 마저 걷는다. 울진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영덕으로 이동하여 영덕 터미널 인근에 주차해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해파랑길 26코스는 왕피천을 건너는 수산교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왕이 피신한 곳이라고 왕피리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을 지나서 구불구불 내려오는 왕피천은 실제 발원지는 600미터의 높은 분지로 이루어진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원이다. 이 지역에서는 장수포천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고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 된다. 왕피리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피리에 머물..
이제 해파랑길 25코스도 산포리를 지나서 망양정을 오르고 왕피천 천변을 걷는 것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길은 산포 2리로 접어든다. 산포 2리 해안으로는 독특한 모양의 구조물들이 바다를 향해서 뻗어 있다. 방파제라면 바다에서 파도를 막아주도록 횡으로 설치되었을 것이고 방파제 옆으로 접안 시설이 있는 항구도 있었겠지만 이곳은 해안선과 수직으로 구조물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해 놓았다. 돌제라는 해안 침식 방지 공법의 하나로 해류가 해안선을 따라 흐르는 것을 방지하여 해안으로 흙이 쌓이도록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뉴스를 보면 이곳의 해안 침식이 심해서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도로도 피해를 볼 정도였는데 돌제가 설치된 해안을 보니 해안 침식은 이제는 마음을 놓아도 될 모양이다. 동해의 유명 해수욕장들 앞바다..
오산리를 떠난 해파랑길은 917번 지방도로인 망양정로를 따라서 걸어간다. 태백산맥이 바다를 만나 급하게 멈추어 버린 듯한 산자락을 감싸며 걸어가는 길이다. 길은 매화면 오산리에서 근남면 진복리로 넘어간다. 계속 도로변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길에 도보길이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좌우 어떤 곳으로 걸어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다. 차가 많지 않아서 차들이 알아서 비켜가기는 하지만 상호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가끔씩 둘이서 이야기라도 하는 상황이 되면 의도치 않게 도로를 점거해 버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로 자체가 좁은 구간에서는 정말 난감했다. 어떤 분은 이런 상황이 거슬렸는지 트럭 창문을 내리더니 저기 한쪽으로 가세요! 한마디 내뱉고 가버린다. 바위에 뚫린 작은 구멍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그..
망양 휴게소에서 영신 해수욕장, 덕신 해수욕장, 오산항을 거쳐 오산 3리 무릉에 이르는 경로다. 망양 휴게소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마시고 잠시 앉아 뻥 뚫린 구름 아래로 동해 바다로 쏟아지는 태양빛도 감상한다. 휴게소를 벗어나면 삼척, 울진 방향으로 7번 국도 옆의 작은 길을 따라간다. 휴게소에서 내려오면 매화면 덕신리의 영신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고요하지만 해변에 얼마나 강한 파도가 몰아쳤는지 파도의 상흔이 보통이 아니다. 북쪽으로는 곧 만나게 될 오산항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덕신리 앞바다는 파도가 강한지 해안 앞으로는 테트라포드들이 늘어서 있다. 잠시 7번 국도변을 걷지만 이내 덕신 1리 마을길로 들어간다. 우리가 망양정까지 계속 따라 걸어야 할 917번 지방도인 망양정로가 시작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