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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 고개를 넘어선 해파랑길 32코스는 내리막길로 오분동으로 내려오면 오십천의 아름다운 천변길을 걸어 삼척 문화 예술 회관에 도착한다. 문화회관 앞 남산 전망대 길은 잠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오분 해변의 수많은 펜션들을 벗 삼아 한재 고갯길을 내려오면 오분 교차로 앞에서 마을길로 들어선다. 자전거를 타고 한재를 향해서 올라가는 라이더를 보니 오르막 초반인데도 힘들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오르막 끝에서 만나게 될 아름다운 풍경은 그에게 선물이 될 것이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행기 한대가 비행운이라고도 하는 하얀 꼬리 구름을 만들면서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강원도에는 영서의 원주공항과 영동의 양양 공항이 있으니 양양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인 모양이다. 양양 공항에서는 현재 매일 두 차례 이상 제주까지 항공편을 운행하고 있고 매일은 아니지만 여수와 대구행 항공편도 있다. 국제선은 태국과 필리핀행 항공편을 운행하고 있다. 언제 다시 바다 건너 걷기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데크길을 통해 오분동 마을길로 들어간다. 오분동 초입으로는 건설 중인 동해선 철도가 지나간다. 새로 건설 중인 철도는 삼척역과 연결되며 동해, 강릉으로 이어진다.
해파랑길은 오분 해변으로 나가지는 않고 마을길을 통해서 바로 오십천으로 향한다. 아담한 마을길에서 만난 봄꽃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오분동은 오화리 산성, 오화성(吳火城) 등으로 불리는 고성이 있는 곳으로 오불진으로 불리다가 오분리가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신라시대 이사부가 우산국 복속을 위해 배를 출발했던 곳이라 한다.
자목련과 노란 개나리까지 오분동은 유서 깊은 동네인 동시에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활짝 피지 않은 목련이 마치 고니와 같은 새머리를 닮았다.
오분동 마을길을 벗어나면 하수처리장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본격적으로 오십천 천변 산책길을 걷는다.
오십천 초입의 풍경은 삼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하다. 오십천을 건너서 삼척항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시멘트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뒤로 꽃망울을 틔우려는 봉황산의 벚꽃들이 분홍빛으로 하얀 절정을 준비하고 있다. 유연탄이나 폐플라스틱을 태우는 공정을 생각하면 시멘트 공장은 화력 발전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석회석 채굴을 위해서 산을 깎아내는 것이 추가되는 차이가 있다. 석회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시멘트뿐만 아니라 제철, 화학, 식품, 의약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곳 삼척이 석회석 주요 매장지 가운데 하나이다. 화력 발전소처럼 시멘트 공장도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어서 고용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택시 기사분의 말씀도 있었다.
거대한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오는 먼지나, 시멘트 제작 과정에서 유연탄이나 폐 플라스틱을 태우는 과정의 냄새가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다행히 먼지나 냄새를 만나지는 않았다. 하수처리장 옆을 지나는 길에서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 환상적인 벚꽃 산책길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멘트 공장 컨베이어 벨트 아래를 지나면 오십천 벚꽃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와우!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풍경 속에서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간다.
삼척교 뒤로는 벚꽃 꽃망울 덕택에 산 전체가 붉은빛이 도는 봉황산이 독특하다. 삼척의 중심지로 산책로를 걸으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삼척교 앞에 세워진 "천만 송이 장미애 빠지다"라는 광고판을 보는 순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화에서, 처음에는 뭔 소리지! 하는 의아함이 들었었다. 백만 송이 장미라는 심수봉의 번환곡과 연관되는 건가? 하는 뜬금없는 의문도 품었었다. 알고 보니 강 건너편 둔치에 조성된 대단위로 조성된 삼척 장미 공원을 이르는 말이었다. 해파랑길을 계속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장소다. 계단을 통해 삼척교 아래를 지나서 길을 이어간다.
오랍드리 산소길 3코스 안내판. 오십천 산책길을 통해 삼척 문화 예술회관 까지는 해파랑길과 같이 간다. 오랍드리는 "집 주변"을 가리키는 방언이라고 한다. 오랍드리 산소길 삼척 주변을 산소를 마시면 걷는 길이란 의미인 모양이다.
해파랑길에서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 주위를 휘감는 방식으로 걷는 곳이 삼척의 오십천 말고도 울산의 태화강이 그러한데 이곳 오십천의 강변 산책길은 태화강과는 다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아 좋다! 를 연발한다.
강 건너 봉황산도 이쁘고, 절정을 앞두고 있는 벚꽃의 꽃망울들도 이쁘다. 청춘 남녀의 설렘과 같은 색깔로 중년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이른 봄의 화창한 햇살이 개나리와 벚꽃 꽃망울을 비추니 더욱 환상적이다. 노란색은 멀리서도 잘 보이는 밝은 색으로 개나리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밝아지는 것이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듯하다.
동해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삼척선 철교. 지금은 여객 운송이 없지만 영덕과 삼척을 연결하는 동해선이 완공되면 이곳으로도 열차가 지날 것이다. 동해선 열차를 타고 해파랑길을 걸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황산 녹색 쌈지 공원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있지만 해파랑길은 이곳을 지나쳐 남양 체육공원 옆길로 길을 이어간다. 사실 쌈지 공원으로 올라가도 앞쪽에 다시 강변 산책로로 내려오는 길이 있기는 하다. 쌈지 공원은 삼척 보훈 공원과 함께하는 곳으로 6.25 및 월남 참전 기념비와 충훈탑도 세워져 있다. 오십천 수로 변경 통수 기념비라는 것도 세워져 있는데 원래의 오십천은 죽서루에서 터미널 앞을 거쳐서 봉황산을 둘러 구불구불 흘렀는데 1962년부터 8년간 물길을 바꾸는 공사를 하면서 지금처럼 황산 앞으로 오십천이 흐르게 된 것을 기념한 것이라 한다.
길은 삼척 여고 뒤편의 길로 이어진다.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 벚꽃들이 여고생들의 청춘과 화사함을 닮은 듯하다.
오십천 남쪽 산책로는 남산 앞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데크 계단을 오른다.
저질 체력은 이제 오르막길만 보면 억! 하며 겁부터 먹는다. 무릎아 잘 견뎌다오! 하면서 데크 계단을 하나씩 오른다.
얼마간의 계단을 오르면 남산 능선을 걸으며 삼척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바위 절벽 위에 조성해 놓은 산책길 앞 바위에는 성벽처럼 돌을 쌓아 놓았다.
전망대에 바라본 남산 앞 오십천의 모습. 바닥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하천 바닥의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1960년대 오십천의 물길을 바꾸기 위해 남산을 잘라 내었던 흔적이 아닌가 싶다. 지금이야 중장비가 있어서 작은 산 하나 깎아내는 일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모두 사람 손으로 해야 했을 텐데, 그래서 8년이나 걸린 대공사였고, 사람이 많이 필요하니 근처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급료는 밀가루로 지급되기도 했다고 한다. 삼척시와 태백시 경계인 백병산에서 발원한 오십천은 하도 굽이굽이 흐르다 보니 50Km에 육박하는 오십천을 강 하구에서 상류까지 가기 위해서는 50번을 강을 건너야 한다고 붙은 이름이 오십천이라고 한다.
숲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남산 산책로를 이어간다.
숲길 너머로 멀리 엑스포 광장과 삼척 문화 예술 회관의 야외 공연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제 평지로 내려갈 때가 된 것이다.
회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오십천의 모습. 물길이 바뀐 지 5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유유히 흐르는 오십천의 모습처럼 예전 물길의 추억이 있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
드디어 삼척 문화 예술 회관에 도착했다. 앞으로는 넓은 엑스포 광장이 있다. 1994년 지어진 회관 내부에는 2층으로 이루어진 94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이 있고 외부에는 우리가 지난 온 16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이 있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 1993년에 완공되었으니 비슷한 시기에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삼척과 엑스포가 무슨 관련이 있나?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2002년 세계 동굴 엑스포가 열렸다고 한다. 21개국 53개 도시가 참여했다. 동양 최대 규모의 환선굴을 비롯하여 관음굴, 대금굴 등 80개가 넘는 동굴을 보유하고 있는 삼척을 동굴의 도시라 부르는 것도 과언이 아니겠다 싶다. 회관 인근에 있는 동굴 신비관은 동굴 엑스포의 대표적인 시설물이라고 한다. 광장 한편에 있는 지구 조형물 뒤에 있는 건물이다. 유명 동굴들은 예약이 되어야 입장할 수 있지만 동굴 신비관은 언제나 동굴을 체험할 수 있다. 이제 엑스포 공원은 가람 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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