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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Km에 육박하는 기나긴 해파랑길 32코스도 이제 어느덧 종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봉수대길의 아름다운 숲 속 산책로에서 내려온 해파랑길은 이제 동해 바다 해안을 따라서 기암괴석 해안과 모래 해변을 모두 만나게 된다.

 

삼척항에서 삼척 해변까지 4.6km에 이르는 해안 도로는 2000년에 새천년을 맞이하여 개설한 도로라 하여 이름도 새천년 해안 도로다. 특히 해파랑길이 걷는 광진항에서 후진항까지는 우측으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바닷가 절경을 편안한 데크길로 걸으니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호사이지만 왠지 춥다. 짐을 숙소에 벗어두고 정말 가볍게 걷는 까닭일까? 등이 서늘하고 손도 시리다. 이른 봄 햇빛이 산으로 차단된 해안가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당연히 쌀쌀한데 짐을 모두 숙소에 두고 왔으니 방법이 없다. ㅠㅠ

 

광진항에서 가까운 곳에는 해안으로 비치 조각 공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유리 전망대와 깨끗한 화장실, 전망 좋은 커피숍도 있다. 유리 난간 뒤로 새파란 바다 위에 배 한두 척 떠있는 동해 바다 모습만으로도 그림이다.

 

새천년 해안 유원지는 공식적으로 낚시가 가능한 장소로 사철 낚시꾼들이 모이는 장소이고, 이 지역 일원에서 낚시 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조각 공원 아래로 내려가면 커피 마린 협동조합의 마린 데크라는 독특한 카페 및 레스토랑이 있다.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역, 상생 모델로 공정 무역 커피를 취급하고 수익금 일부는 삼척 바다 청소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 길은 일부가 삼척 이사부길과 겹친다. 이사부길은 삼척항 옆에 있던 이사부 광장에서 해안을 따라 오지만, 해파랑길은 삼척항에서 숲길로 광진항까지 돌아서 광진항에서 삼척 이사부길과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비치 조각 공원의 모습. 멀리 후진항의 방파제도 눈에 들어온다. 주차 공간도 많고 화장실에 편의점도 있어서 바다를 즐기거나 낚시하려는 분들에게는 괜찮은 장소로 보였다. 조각들은 덤이다.

 

인상 깊었던 작품 몇 개를 남겨 본다. 좌측부터 양재건의 "아이와 새", 아이 얼굴 속으로 들어가 버린 새의 모습이 처음에는 섬뜩하기도 했지만 놀라는 자세의 아이와 새의 모습에서 작가의 의도를 곱씹게 하는 작품이었다. 김삼순의 "쓸쓸한 마음을 채색하며"하는 작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과 작가의 이름이 같은데, 인연이 이름만 같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작가는 드라마를 방영했던 MBC가 주최한 1990년 제1회 MBC 한국 구상조각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작가의 어릴 적 꿈인 바이올리니스트를 표현한 것으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맨 우측 작품은 김선구의 "의지"라는 작품이다. 역동적인 움직임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런 청동상들도 시작은 점토에서 시작한다니 작가의 노력과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기암괴석의 바위들이 이어지는 해안을 이어서 걷는다.

 

기암괴석이 많다 보니 뭔가와 비슷한 측면이 있으면 바로 이름이 붙고, 안내판이 내걸린다. 바위에 얽힌 전설이나 스토리 하나쯤 있다면 금상첨화다. 때로는 그 바위를 보려고 사람들이 몰리기도 하니까. 이곳은 두꺼비 바위 포토존이 있는 곳이다.

 

삼척 펠리스 호텔에 이어 새천년 해안 도로 절경을 품고 있는 곳에 또 다른 대형 숙박 건물이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다. 가족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착공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현재는 방치된 상태라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2017년 개장한 초대형 숙박시설인 쏠비치 삼척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의 바람 앞에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는 짐작도 해본다. 지역 사회에서 좋은 해결책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낚시꾼들로 북적이는 후진항 방파제의 모습이다.

 

도로변이기는 하지만 후진항 근처의 길도 보행자를 위해서 잘 만들어 놓았다.

 

후진항의 모습. "뒷나루"라는 의미이다. 삼척 시내에서 뒤쪽에 있는 나루라는 의미이다. 후진항 옆에 아담한 모래 해변이 있는데 이곳은 작은 후진 해변이라 하고 지금의 삼척 해수욕장 자리가 큰 후진 해변이라 했다 한다.

 

후진 마을 해신당의 모습이다. 어부들의 만선을 기원하며 과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라 한다.

 

계속 바위 해변을 보다가 탁 트인 모래 백사장을 보니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이제 응달을 벗어나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삼척 해수욕장의 모습인데 원래 이름은 후진 해수욕장이었는데 어감이 좋지 않다고 삼척 해수욕장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삼척 해수욕장은 정겨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쌀쌀해서 그런지 다들 아직 점퍼 차림이다. 맹방 해변에 삼척 해수욕장까지 삼척의 바다가 매력적이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고 길을 떠난다.

 

삼척 해수욕장 곳곳에는 전국 어느 해수욕장 못지않은 다양한 편의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해변 데크길에 화려한 쉼터까지, 마치 두바이의 고급 리조트 해변에 와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모래 조각들과 모래밭에 세워진 놀이시설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이곳도 사람들로 넘쳐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삶의 쉼표 삼척"이라는 조형물 뒤에 있는 초대형 숙박 시설이 쏠비치 삼척이다. 예전에는 리조트 앞으로 해서 해파랑길을 가기도 한 모양인데 지금은 그 앞으로는 갈 수 없고 해안 도로를 따라서 쏠비치를 우회해서 가야 한다.

 

널찍한 삼척 해수욕장은 해변을 따라 주차 공간도 많고 곳곳에 설치해 놓은 포토존과 쉼터도 매력이 있었다. 동해선 삼척 해변 역이 개통되면 이곳을 다시 찾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해파랑길은 수로부인길 도로를 따라서 쏠비치 삼척을 우회해서 증산 해변으로 향한다. 이곳도 벚꽃이 삭막한 도로를 걷는 지루함을 달래준다.

 

쏠비치 삼척은 건물을 흰색으로 하고 지붕을 파란색으로 하여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특색이 있지만 쏠비치 삼척을 우회하며 걷는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수직 정원처럼 만들어 놓은 외벽이었다. 수직 공간에 흙을 채워 식물을 심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 진행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설계자의 의도가 수직 정원이었다면 흙 대신 콘크리트가 대충 채워진 공간은 설계와는 괴리가 커 보였다. 가로수 사이에 심긴 포도나무를 보면 포도 덩굴이 벽을 타고 올라가기를 원했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것은 건축가의 실제 의도와는 상관없는 보행자의 추측일 뿐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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