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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코스의 중간 지점인 황영조 기념 공원을 지나면 초곡항과 문암 해변을 거쳐서 레일 바이크 철로 주변을 따라 올라가면 궁촌리에 닿는다. 평탄하고 무난한 길이다.

 

황영주 기념 공원을 가로질러 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작은 언덕이어서 초곡리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황영조 선수의 고향이라고 하지만 언덕에서 바라보는 푸근한 바닷가 마을 풍경만이 가슴 가득히 다가온다. 태양광 패널을 얹은 집들 너머로 초곡항의 방파제와 푸른 동해 바다, 멀리 궁촌항으로 이어지는 풍경이다.

 

한적한 해안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부럽다. 초곡항 우측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용굴 촛대 바위길이 6백 미터 정도 이어지는데, 30코스와 31코스를 이어서 걸어야 하는 갈길 바쁜 우리는 용굴 촛대 바위길은 생략하고 해파랑길을 이어간다.

 

문암 해변, 초곡 해수욕장, 원평 해수욕장으로 아름다운 모래 해변이 이어진다. 아래쪽의 초곡항, 위쪽의 궁촌항 사이에서 활처럼 휘어진 해안선이다.

 

해파랑길은 레일 바이크 철로 옆 작은 도로를 따라서 올라간다. 이곳의 철로는 사실 철로가 부설되기는 했지만 한 번도 기차가 제대로 달린 적이 없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부산에서 출발하여 포항, 삼척, 강릉을 거쳐 원산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계획했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고 해방 후 군사 정권하에서도 독일 차관으로 동해선을 건설하다가 중단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 지역이 워낙 험하다 보니 동해 중부선의 일환으로 조기 착공했다가 공사가 중단되어 방치되었던 것을 레일 바이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영덕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동해선은 내륙 쪽으로 조금 들어가야 한다. 2023년 단선 철도로 개통 예정이다. 철로변 소나무가 그 세월을 대변하는 듯 우람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초곡리 해변에서 바라본 초곡항의 모습이다.

 

굴다리로 철로 아래를 지나면 삼척로를 만나서 길을 이어간다. 삼척로를 걷다 보면 레일 바이크의 초곡 휴게소도 지난다. 

 

2023년에 개통할 동해선은 한참 공사 중인데 이곳에 초곡역이 생긴다고 한다. 레일 바이크가 다니는 철로 옆 옹벽은 예전에 많이 시공했던 방식으로 마름모 모양의 개 이빨을 닮았다 해서 견치석이라고 부르는 돌을 놓고 돌과 돌 사이를 시멘트로 발랐다면 지금 짓는 철로 옆 옹벽은 시멘트 블록으로 쌓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곳 도로변에는 무궁화나무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다.

 

이른 봄 겨우내 숨죽였던 무궁화가 잎을 틔우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원평 해수욕장 표지판을 보면서 우회전하면 레일 바이크 철로를 가로지른다. 

 

우람한 솔숲 사이로 이어진 철로를 보면 왠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 하며 생을 마감하는 설경구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워낙 강렬한 장면이라 그럴 것이다. IMF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시절을 겪은 세대로서 영화의 배경과 나의 삶을 오버랩시킨 까닭일 수도 있다. 미술 시간에 아이들에게 원근법을 가르친다면 예제로 쓰기에 딱인 풍경이다.

 

철로 주변으로는 마을 어르신들이 알바로 안전 관리를 하시는 모양이다. 레일 바이크가 관광객을 위한 단순 놀이 시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폐철로를 활용한 관광 자원으로 주변 마을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해파랑길은 원평 해수욕장 앞을 가로질러 궁촌항 방면으로 향한다. 캠핑족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지나가야 한다. 남쪽으로 초곡항 쪽의 모습과 원평 해수욕장 앞바다에 설치된 이안잠제, 북쪽으로 궁촌항 쪽의 전경이다. 원평 해수욕장은 2007년부터 4년 동안 수행한 궁촌 방파제 건설 이후로 모래 유실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간 사진처럼 수면 아래에 있는 제방인 이안 잠제를 설치했지만 해안 모래 유실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원평 해수욕장에서 인도교로 추천이라는 하천을 건너면 궁촌리로 넘어간다.

 

추천을 건너서 궁촌리로 연결하는 다리들이 상류로 차례로 이어진다. 맨 앞에 있는 다리가 레일 바이크 철교이고, 그다음은 새로 생기는 동해선 철교, 그다음은 삼척로를 잇는 다리 두 개, 맨뒤는 7번 국도를 이어주는 궁촌교이다.

 

궁촌리 앞 추천 하천변에 누군가 카누를 하나 매어 놓았다. 주위에서 주워온 부이들 하며 아이용 튜브, 파라솔과 접이식 썬베드까지 딱 보아도 이곳 동네에 사는 한 가족의 놀이 공간인 듯했다. 젊은 아버지와 아이들의 즐거운 일상이 상상이 되며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궁촌리 마을로 들어서니 멀리 마을 주차장에서 마을분들이 돌미역 건조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른 봄 동해안은 돌미역 건조의 계절이다. 음력 3월에서 4월까지가 미역이 연하고 맛이 좋을 때라고 한다. 이 시기가 되면 해녀 분들은 바닷속 미역을 망태기에 담아 모으고 마을 남성들이 배를 이용해서 뭍으로 옮겨주면 할머니들이 선별 과정을 거쳐서 미역을 건조대에 가지런히 올려놓는 방식으로 돌미역 건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반나절이나 하루 만에 건조 작업을 끝내지 못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날씨를 보고 채취 작업도 들어간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국이 먹고 싶다면 미역국이나 콩나물국을 끓이곤 하는데 굳이 소고기나 다른 화려한 양념이 없어도 맛을 낼 수 있는 좋은 재료다. 

 

해파랑길은 궁촌항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 광장에서 골목길을 통해서 레일 바이크 궁촌역으로 올라간다.

 

깔끔하게 단장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는 레일바이크 궁촌역. 깨끗한 화장실도 인상적이었다. 정거장 앞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간중간에도 가족 단위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용화와 궁촌 사이를 이동하고 셔틀버스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짧지만 나름 매력이 있었던 30코스를 마무리한다. 해파랑길 31코스의 스탬프함은 궁촌 레일 바이크 주차장 구석에 있다. 이제 길은 고개를 넘어서 동막리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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