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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25코스를 모두 걸은 다음에는 26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왕피천을 따라서 이전에는 엑스포 공원으로 불렸던 왕피천 공원 옆길을 걷는다. 오늘은 인도교인 은어 다리까지 걷고 나머지 구간은 다음 여행 때 마저 걷는다. 울진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영덕으로 이동하여 영덕 터미널 인근에 주차해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해파랑길 26코스는 왕피천을 건너는 수산교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왕이 피신한 곳이라고 왕피리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을 지나서 구불구불 내려오는 왕피천은 실제 발원지는 600미터의 높은 분지로 이루어진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원이다. 이 지역에서는 장수포천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고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 된다. 왕피리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피리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왕피리가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지역으로, 왕피리라는 명칭은 삼한시대 당시 이 지역에 존재했던 실질국이라 나라의 왕이 피신했다는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수산교를 넘어가다 보니 지역 곳곳에 활발하게 퍼져가고 파크 골프장이 왕피천 둔치에도 엄청난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27홀 규모이니 그 규모를 가늠할만하다. 지방 자치 단체 입장에서도 건설비가 많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니 유휴 공간을 시민들이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곳도 보니 주차장에 자동차로 한 그룹의 인원이 내리더니 트렁크에서 장비를 꺼내고는 바로 게임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통상 4명 내외가 같이 게임을 하는데 앞 그룹이 조금 더디게 나아간다 싶으니 한두 개의 홀은 건너뛰어서 게임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어떤 그룹은 중년 여성들만 모여서 게임을 하고, 어떤 그룹은 노년의 남성 그룹, 어떤 팀은 부부들이 쌍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도 있었다.

 

공이 크니 공 찾으러 헤맬 일도 없고 86Cm, 600 그램의 나무 클럽 하나만 있으면 되니 장비도 간단하다. 특수 금속에 경사도를 주어 멀리 공을 보내는 드라이브 골프 클럽으로 공을 쳤을 때의 타격감이나 소리를 상상한다면 조금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공이 뜨지 않아 안전하다. 집에서 가까운 도시의 공원에서 산책과 대화를 나누며 가볍게 운동할 수 있고, 고급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누구나에게 열린 스포츠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울진 왕피천 둔치 파크 골프장처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비용도 들지 않으니 정말 매력적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왕피천 파크 골프장 주변으로 나무 심기가 같이 이루어진다면 사계절 좋은 파크 골프장으로 사랑받지 않겠나 싶다.

 

울진 왕피천 공원은 원래 엑스포 공원이라 불리던 곳이다. 2005년과 2009년 울진 세계 친환경 농업 엑스포가 열린 곳인데 전국에 엑스포 공원이 여러 군데 있다 보니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2021년부터 울진 왕피천 공원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해파랑길은 아쿠아리움을 향해서 걷는다.

 

해파랑길은 왕피천 공원 강둑으로 조성된 산책길을 걷는다. 우리는 강둑에서 아래로 내려와 둔치길을 걸었다.

 

둔치길을 걸으면 직접 만날 수 있는 왕피천 생태 공원이다. 봄이 지나고 들꽃들이 알록달록한 꽃들로 그 존재감을 뽐낼 때면 이곳도 습지와 더불어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지 않을까 싶다. 수산교 훨씬 이전부터 시작한 파크 골프장은 이곳을 지나 왕피천 하구 해안 근방까지 이어진다. 왕피천을 건너가는 케이블카도 풍경에 한몫을 한다.

 

강둑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은 주공연장을 지나서 아쿠아리움 입구 쪽으로 나온다. 

 

왕피천 공원길을 지나면 염전 해변의 솔숲길 옆의 산책로를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염전 해변은 북쪽으로는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고 남쪽으로는 왕피천이 바다와 만나는 독특한 지형을 가진 곳이다. 4월~6월 보리가 익어갈 무렵이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숭어 떼가 출현하여 투망으로 숭어잡이 하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보리가 익을 무렵에 나온다고 해서 보리 숭어라는 일명도 있다. 그런데, 왜 염전 해변이라고 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자료를 찾아보니 울진 토염이 유명했다고 한다. 바닷물을 황토에 부어 염수를 만들고 그 염수를 끓이는 방식으로 소금을 얻는 우리나라 전통 소금 제조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왕피천 공원 한쪽으로는 토염 체험장도 있다.

 

쭉쭉 뻗은 소나무 가로수와 함께 염전 해변의 산책로를 걷는다. 널찍하고 잘 정비된 길이다. 염전 해변으로 들어선 캠핑장을 벗 삼아 걷는 길이다.

 

울진의 명물이 된 은어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울진 남대천을 건너가는 인도교다. 

 

조금은 황량해 보이는 염전 해변 방향의 모습이다.

 

연어 회귀로 유명한 양양의 남대천은 아니지만 울진에서는 은어를 내세울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는 대부분 은어 낚시가 가능한데 6월이 지나면 은어 다리 주변으로 은어를 낚으려는 강태공들이 모인다고 한다. 

 

해파랑길 26코스는 은어 다리가 생긴 이후로 코스도 변경되었는데  예전에는 읍남리 마을 길을 거쳐서 울진군 의료원 앞을 지나 연호로 갔었다. 지금은 은어 다리를 건너서 남대천변을 따라 읍내를 관통하여 연호로 가도록 바뀌었다. 그런데 은어 다리를 볼수록 수박향 나는 은어가 아니라 로봇 용이 상상되는 것은 왜일까? ㅎㅎ

 

원래의 해파랑길은 은어 다리를 건너서 남대천 북쪽 강둑을 걷는 것이지만 우리는 울진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영덕으로 갈 것이므로 남대천 남쪽 산책로를 걷는다. 남쪽 산책로를 걷다가 읍내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바로 울진 터미널에 닿을 수 있다.

 

울진에서 영덕으로 가는 버스는 자주 있는 편이다. 다만, 의외로 버스 값은 상당히 비싸다. 와우! 9,500원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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