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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30코스, 31코스가 짧게 가벼운 길이었다면 32코스는 23Km에 이르는 조금 긴 여정이다. 삼척 시내를 휘감아 걷는 여정이다. 시작은 명사십리를 가진 맹방 해변에서 시작한다. 맹방 해변을 벗어나면 삼척로를 따라서 한재 고개를 넘는다.

 

해파랑길 32코스의 시작은 맹방 해변이다. 해변 한쪽 끝에는 덕봉산 해안 생태 탐방로가 있다. 50여 미터의 아담한 크기의 덕봉산은 대동여지도에서는 섬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지금은 작은 다리로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마읍천 하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세월을 이겨낸 덕봉산은 60년대 무장 공비 침투 사건 때문에 2021년까지만 해도 출입금지였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없었으니 그만큼 자연환경은 잘 보존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 맹방 해수욕장에서도 강 반대편 덕산 해수욕장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맹방 해변의 아름다운 조형물. 맹방이라 이름은 매향 의식을 치르던 곳이라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향을 묻는 곳이라는 의미의 매향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맹방이란 이름은 고려 당시까지 올라간다. 제사를 지내고 향나무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묻어둔 다음에 3백 년 후에 꺼내어 향을 피우면 냄새가 좋다고 향나무 묻기를 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침향과 함께 매향에 가치를 두는 모양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맹방 해변. 모래도 좋지만 바다도 1~2미터로 깊지 않아 물놀이하기에도 좋다고 한다.

 

모래 해변 옆으로 도보 블록을 길게 깔아 놓은 것이 이색적이었다. 자동차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소나무 숲 앞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 바로 앞에 차 세우기 어려운 경우에는 송림 뒤쪽으로 넓은 주차장들이 많으므로 차를 세워놓고 해변으로 나오는 것도 방법이다.

 

맹방 해변은 바다도 좋지만 BTS 앨범 재킷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싱글 앨범 "버터(Butter)" 재킷의 촬영 당시 소품들을 재현해 놓았다.

 

BTS 앨범 재킷 촬영지 뒤쪽 송림 앞으로는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 리본들이 매달려 있다. 아미로 대표되는 BTS의 팬덤은 정말 대단하다. 송림 안쪽으로는 산림욕을 할 수 있는 산책로도 있다.

 

아름다운 해안선은 하맹방에서 상맹방으로 넘어가면서 그림이 달라진다. 리조트가 1Km 넘게 이어지고 해변은 한참 공사 중이다. 송림 사이로 6홀의 작은 골프장도 있는 리조트로 강릉과 묵호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배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관리하는 리조트이다.

 

맹방 해변은 모래 유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가져온 자연의 역습이다. 이곳도 화력 발전소 건설이 타격을 주었다고 한다. 

 

동해안 곳곳에 벌어지는 수많은 개발과 그 결과로 벌어지는 해안 침식, 그리고 반복되는 모래 퍼붓기와 이안제나 잠제와 같은 인공 구조물 설치하기는 흡사 다람쥐가 쳇바퀴를 굴리는 모습과 같다.

 

해파랑길은 상맹방에서 좌회전하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민박집들과 주차장을 가로질러 들판으로 향하는 길이다.

 

맹방리를 지나는 삼척로 양쪽으로는 커다란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맹방 벚꽃길이다. 지금 막 터지고 있는 벚꽃은 일주일 후면 환상적이겠다 싶다. 망울망울 맺힌 벚꽃이 정말 이쁘다. 다음 주에도 다시 오자! 하는 유혹을 떨칠 수가 없다.

 

벚꽃이 피기 직전까지는 유채꽃이 이곳을 빛내고 있었을 텐데 우리가 이곳에 오기 얼마 전에 밭을 엎었나 보다. 2022년 축제는 코로나로 취소되었다고 하지만 꽃은 조금 더 두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갈아엎은 유채밭의 남은 꽃들로 위안을 삼아 보지만 아쉬움은 숨길 수가 없다. 보통은 꽃이 진 다음에 씨앗까지 수확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상춘객들이 몰려들까 염려되어 밭을 일찍 갈아엎은 모양이다.

 

분홍색 꽃망울이 터지면 온통 하얀색 벚꽃으로 만발할 이 길을 상상하면 정말 환상적이겠구나 싶다. 매년 벚꽃이 필 때면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는 상춘객들 때문에 차들을 통과시키기 바쁘다고 한다. 다음 주면 동해안 벚꽃이 절정이겠구나 싶으니 다음 주에도 걷자 하는 결심이 더욱 강해진다. 30코스, 31코스에 이어 32코스 상맹방까지 걸었던 오늘의 여정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내일 32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오늘 걷기는 버스로 한재밑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32코스 해파랑길 걷기를 이어간다. 오분 해변을 향해서 삼척로를 따라 도로변을 걷는다.

 

7번 국도 아래를 통과해서 길을 이어간다.

 

다음 주면 절정일 맹방 벚꽃을 뒤로하고 절정의 벚꽃을 볼 기대감에 들뜬 마음으로 한재를 향하는 오르막에 나선다.

 

삼척로의 매력은 도로변을 걷지만 널찍한 자전거도로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우리 같은 걷기 족도 자전거 도로 덕택에 편안한 길을 걷는다.

 

맹방 해변의 해안 침식을 유발했다는 삼척 화력발전소의 항만 시설이 한창 공사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지정되었던 화력 발전소로 환경 문제로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던 적이 있다. 20톤이 넘는 덤프트럭들이 먼지를 날리며 경사도 심한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7번 국도는 한재 소공원 아래의 한치 터널을 통과해서 오분동으로 이어진다.

 

헉헉 거리며 오르는 오르막, 한재 소공원을 지난다.

 

한재 소공원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 노란 개나리와 쭉쭉 뻗은 나무들이 시야를 즐겁게 한다.

 

정상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맹방 해변 쪽의 모습은 화력 발전소의 항만 공사 현장을 선두로 건설 중인 이안제들이 차례로 이어져 있다. 아름다운 맹방 해변은 어디로? 하는 아쉬움에 남는 풍경이다.

 

쉼터에서 북쪽으로는 멀리 삼척항이 눈에 들어온다. 삼척항 뒤로 있는 산으로 길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십천이 흘러나오는 삼척 바다는 높은 곳에서도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이제는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 삼척항 뒤 정라동 산책로에 오르기까지는 평탄한 길을 걷는다.

 

바닷가 내리막길을 걸어내려간다. 삼척항 방파제가 가까이 보이는 것이 오분 해변 근처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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