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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읍천을 건넌 해파랑길은 부남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마읍천을 따라가며 가교리를 지나서 다시 마읍천을 건너 31코스의 종점인 맹방 해변에 도착한다. 마읍천 자락과 함께하는 평야 길이다.
부남리 마을길은 청보리 밭 사이로 걷는 눈이 호강하는 길이다.
강원도하면 날씨도 춥고 척박하다고 생각하여 이모작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메밀 농사나 짓는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영동 지방인 이곳 삼척도 넓은 평야에 청보리가 크고 있다. 이모작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우 농가 앞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앉아서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쉬질 못했는데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며 잠시 한량이 되어 본다. 나무 그늘이 햇빛을 막아 주지만 이른 봄의 차가운 바람 때문에 오히려 양달이 좋았다.
제법 규모가 있는 한우 농가가 많았던 부남리 마을길을 벗어나면 교가 1리, 오리 버스 정류장에서 도로를 만난다. 규모가 큰 한우 농가들이다 보니 농가 한쪽에 가축 분뇨 처리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정 크기 이상의 공간에 가축을 키울 때는 관청에 반드시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질 보전 특별 대책 지역의 경우에는 그 조건이 더욱 까다로운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돼지 분뇨의 악취에 비하면 소의 분뇨는 고급 퇴비이고 냄새도 좋다 하는 생각이 있다. 가축 분뇨 처리 시설이라 하면 퇴비나 액비로 만드는 자원화 시설과 침전이나 분해 등의 방법으로 정화하는 시설을 말한다고 한다. 삼척에서는 지역의 화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와 가축 분뇨를 섞어서 인공 토양을 만들어 조경용으로 활용하는 시도도 하는 모양이다.
마읍천과 나란히 가는 방재로 도로변을 걷다가 다시 교가 1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교가 1리의 한우 농가 바로 옆을 지나다 보니 지붕이 열리고 닫히도록 만들어진 우사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처음 볼 수도 있었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축사는 바람과 햇빛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어서 생산량 증대로 이어진다고 한다.
예쁜 마을이었던 교가리를 나오면 근덕면 풋살장에서 다시 방재로를 만나는데 얼마간 도로변을 걷다가 길을 건너서 하천변 산책로로 이동한다. 교가리라는 마을 이름은 2천 년 된 느티나무가 길을 가르고 있어서 붙은 이름인데 강원도 기념물인 느티나무는 마읍천을 건너서 읍내로 가야 한다.
마읍천 산책길로 들어서니 와우! 하는 탄성을 터지게 하는 아름다운 산책길이 우리를 맞이했다. 한동안 넓은 평야를 걷던 시야에서 이제는 오밀조밀 예쁜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터지기 일보 직전인 벚꽃이 활짝 피면 이곳도 환상적인 그림을 만들어 내겠구나 하는 감탄과 그것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마읍천 하구에 자리한 이곳은 팔이구 기념 공원이라고도 부르는데 2019년 8월 29일 원전 건설을 막아낸 것을 기념하여 만든 것이라 한다. 원전 백지화 기념탑도 세워져 있다. 40년 동안 이곳 근덕면 지역이 원전 지정과 철회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뀐 현실에서 또 어떤 결론을 맺을지......
팔이구 공원을 지나면 좌회전하여 덕봉 대교를 건너 길을 이어간다. 넓은 마읍천 하구 끝에 작게 솟아 있는 언덕이 53미터의 덕봉산이다.
덕봉산 주위로는 산 주위로 데크길이 마련되어 있어 한 바퀴 둘러보기 좋은데 다리를 건너기 전 덕산리 쪽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다리를 건너서 교가리의 맹방 해변에서도 걸어갈 수 있다. 2021년에야 해안 생태 탐방로라는 이름으로 개방되었는데 1968년 공비 침투 사건 이후로 계속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동여지도에서는 섬이었던 곳이다.
덕봉 대교를 건너서 맹방 해변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따로 인도가 없어서 걷기에 조금 위험한 길이지만 도로변에 심어진 무궁화들이 그나마 위안을 던져준다.
작년 가을에 맺혔을 무궁화 씨앗이 이른 봄에도 그대로 나무에 달려있다. 무궁화는 씨앗으로도 번식이 가능하지만 3년이 지나야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삽목으로 번식한다. 번식력이 강해서 무궁화 가로수 주위로 수많은 무궁화가 피웠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렇게 방치되는 씨앗이 많아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무궁화 가로수길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드디어 맹방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곰솔 향기 그윽한 명사십리 맹방 해수욕장"이란 안내 문구가 특이하다. 곰솔은 껍질이 흑갈색인 소나무로 해송, 흑송으로도 불린다. 그 곰솔이 해변으로 쭉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동시에 모래 해변이 10리에 걸쳐 있어져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오늘은 30코스와 31코스에 이어서 32코스의 일부인 이 맹방 해변을 걷는 것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맹방 해변에서 덕봉산으로 가는 길. 풍경이 일품이다. 마읍천이 덕봉산을 휘감아 나가는데 해변에서 덕봉산으로는 길에는 작은 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산 주위로는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맹방 해변에서 31코스를 마무리하고 이제 32코스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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