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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천 산책로를 걷고 있는 해파랑길 32코스는 삼척 문화 예술 회관을 지나면 오십천을 건너서 오십천 북쪽 강변을 걷는다. 북쪽 강변 산책로는 죽서루와 삼척 장미 공원을 만나는 길로 화려한 벚꽃 잔치가 벌어지는 길이다.
삼척 문화 예술 회관을 지나 죽서교를 통해서 오십천을 건넌다.
죽서교 앞에서 꽃양귀비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옆지기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꽃이다. 개양귀비, 우미인초라고도 불린다. 중국에서 우미인초라고 부르는 유래에는 초나라 장수 항우의 애첩 우미인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우희라고도 부르는 여인인데 초한전쟁 당시 항우가 한고조의 공격에 사면초가에 이르자 항우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는 전설로 우미인을 묻은 무덤에서 핀 꽃이라 하여 우미인초라 했다는 것이다. 개양귀비라는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꽃으로는 마약을 만들 수 없다. 유럽에서는 줄기는 채소로 꽃잎은 시럽이나 술을 담그는데 쓰고, 씨는 기름을 짜거나 빵에 넣어 먹었다고 하니 마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식물 분류에서는 양귀비과가 맞다.
자세히 보니 솜털이 많다. 꽃망울은 꽃이 피기 전에는 고사리처럼 아래를 향해 있다가 꽃을 피우면서 위를 향한다고 한다.
죽서교에서 바라본 남산 방면의 전경. 남산을 잘라서 새로 물길을 만들었을 당시를 생각하며 바라보니 저곳도 많은 사연을 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십천을 건너려는데 다리 좌측 죽서루가 빼꼼히 보이는 곳에 붉은 나뭇가지가 인상적인 흰말채 나무가 발길을 돌아 세운다. 봄에 새로 나온 가지가 말채찍으로 쓰기에 좋다고 말채나무라는 이름이 쓰였는데, 열매가 하얀색이어서 흰말채 나무라고 부르고 홍서목이라고도 부른다. 언뜻 본 적이 있다 싶었는데 그때는 그냥 조화나 가짜 나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겨울눈으로 겨울을 나고 이제는 봄을 맞이해 초록잎을 풍성히 낼 준비하고 있는 자홍색 줄기의 나무를 보니 강 건너편 죽서루보다 나무에 더 시선이 끌린다.
관동팔경의 하나이자 보물로 관리되고 있는 죽서루의 전경이다. 정확한 창건 시기와 주체는 알 수 없고 고려 원종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후 여러 차례의 보수와 중건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쪽에 대나무 숲이 있었고 숲 안에 죽장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그 숲의 서쪽에 있는 누각이라고 죽서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죽서루를 제외한 관동팔경의 나머지 명소들은 모두 동해안을 따라 있지만 죽서루만이 오십천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죽서루의 절경은 죽서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아니고, 죽서루 건너편에서 죽서루를 보는 것도 아니고 오십천 위 죽서교에서 죽서루를 바라보는 모습이 최고이지 않나 싶다.
죽서교 교각 위에는 죽서루를 상징하는 모양으로 장식해 놓았다. 장식품과 실제 모델을 함께 보는 재미가 있다.ㅎㅎ
새로운 물길을 내기 위해 잘려나간 남산의 모습과 그 남산이 품고 있는 삼척 문화 예술 회관을 뒤로하고 동해 바다를 향해서 오십천 산책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오십천 북쪽 산책로는 남쪽보다는 널찍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편안한 걷기를 이어간다.
남산 절단 공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는 토종꿀을 치는 벌통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삼척의료원을 지난 자리에서 오십천 양쪽을 둘러보면 새로운 물길을 위해서 어떻게 남산이 잘렸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봉황산 아래에 봉황담이란 소를 만들며 동해로 나가던 오십천은 잦은 홍수를 유발했고 8년에 걸쳐 남산을 잘라 물길을 돌린 것이었다. 이 대공사 덕분에 삼척 시내의 시가지가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지역민들에게는 새로운 물길이 고마운 일이었겠다 싶다. 오십천은 동해안에서 가장 긴 강인 동시에 한강과 낙동강과 오십천이 발원 지점이 동일하다.
횡단보도로 중앙로를 가로질러 오십천교 앞길을 지나간다. 길 건너편에 한옥 지붕을 얹은 건물은 과연 무엇일까? 무슨 기념관일까? 전시관인가?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담벼락의 벽돌도 돌을 박아 놓은 독특한 것이었다. 시가지 지구 빗물 배수 펌프장이었다. 공공시설이라고 근엄하고 투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재미있는 건물이었다.
배수 펌프장을 지나면 오십천 둔치로 내려간다.
삼척선 철교 아래를 지나면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으로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해파랑길 리본이 걸려있는 둔치 윗길을 걷는 방법이다. 이 길은 화려한 벚꽃 사이로 환상적인 풍경을 즐기며 갈 수 있는 길이다. 따가운 햇빛을 피하고 싶다면 이 길이 좋다. 다른 하나는 둔치에 있는 삼척 장미 공원을 걷는 방법이다. 벚꽃이 지고 장미꽃이 만발할 때면 둔치를 걸으며 화려한 장미 속에 빠져 걷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선택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간중간에 언제든지 위아래로 오갈 수 있고 둔치 끝에서 두 길은 하나로 만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둔치 위의 해파랑길 리본이 걸려 있는 벚꽃길을 걷기로 했다. 이곳은 벚나무가 꽃을 많이 피웠다. 우람한 벚나무가 선사하는 환상적인 꽃길 속에서 이른 봄의 정취를 만끽한다.
둔치에 있는 장미 공원에서는 젊은이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둔치 곳곳과 언덕에도 온통 장미 천지다. 200 품종의 장미들이 가장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5월이 되면 풍경의 주인은 벚꽃에서 장미로 바뀔 것이다. 6월까지는 장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중간중간 쉬어갈 벤치도 있고 잘 가꾸어 놓은 벚꽃길이 계속 이어진다. 이곳 벚꽃길은 엄지 척할만했다.
환상적인 벚꽃들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도 아름답다.
프랑스식 정원이 연상되는 삼척 장미 공원의 모습이다. 단일 지역에 심긴 장미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오십천 산책로 바로 좌측으로는 봉황산이 함께 한다. 겉모습보다는 봉황산 산책로를 걸으며 산속의 기운을 느끼면 더 좋겠지만 해파랑길은 봉황산으로 가지는 않는다. 택시 기사께서 추천하신 산책로인데 다음에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벚꽃길에서 열기고 있던 작은 시화전도 나름 볼거리였다. 그중에서 눈에 들어온 두 작품. "죽서루 뜰에 봄 향기가 가득하구나", "천만 송이 장미향이 오십천가에 은은히 퍼진다"라는 작가의 말이 공감이 되는 풍경이었다.
드디어 공원 끝에서 벚꽃길과 장미 공원이 만났다. 강 건너편에서 오십천 강변에 들어설 때만 해도 장미 공원도, 환상적인 벚꽃길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로즈 파크라는 간판이 있는 곳에서 인라인도 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으므로 넓은 장미 공원을 인라인이나 자전거를 타고 데이트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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