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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구 삼거리에 차를 세워두고 울진군청까지 버스로 이동한 우리는 지난번 여정의 남대천 천변길에 이어서 해파랑길 26코스를 걷는다. 연호 공원을 지나 대나리항으로 가는 길이 약간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탄한 포장길이다.
부구 1리 버스 정류장에서 6시 30분 버스를 타니 오전 7시에 울진군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를 내리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작은 우산을 챙기기는 했지만 약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기에는 우비가 낫지 않을까 싶어 편의점에서 우비를 하나 구해 입었다. 눈이 섞여서 내리는 서늘한 날씨에 얇은 우비가 조금은 보온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연호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을 건너서 읍내리의 공세항길을 걷는다.
아파트 단지 앞 공세항길을 지나면 연호 공원으로 갈 수 있는 건널목을 만날 수 있다. 공세항길 우측으로 얕은 산이 있는데 그 위로 연호 체육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연호 공원 건널목에서 바라본 울진군 의료원의 모습. 경북에서는 포항, 김천, 안동과 함께 울진에 의료원이 위치해 있다. 지역 어르신의 필요를 감안한 까닭인지 많은 버스 노선이 울진군 의료원을 거치도록 되어 있었다. 바로 옆으로 7번 국도도 있으니 인근 주민들에게는 접근성이 좋다.
연호라는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곳은 연꽃이 많은 자연 호수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많은 호수들이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면 이곳은 남대천과 연계되어 생성된 배후습지성 호소라고 한다. 1998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우포늪도 배후습지성 호소이다. 우포늪은 낙동강과 토평천이 연계되어 있다. 아주 단순하게 정리하면 연호는 남대천의 범람이 만든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팔각 정자는 "달에 비친 연꽃"이란 뜻으로 월연정이라 지었고, 정자로 가는 다리는 "물고기의 즐거움"이란 뜻으로 어락교라 지었다고 한다. 아이의 이름을 아버지가 주듯이 이런 시설의 이름은 군수가 지어준 모양이다. 무언가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시각에서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이른 아침,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들고 연호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꽃이 땅속줄기로 호수 전체를 덮지 않도록 수중 경계막을 설치한 모양이다. 이런 호수 관리도 인상적이다. 연꽃이 이쁘기는 하지만 호수는 호수다워야 한다는 것을 지킨 선택이지 않나 싶다.
연호 한쪽에 있는 울진 과학 체험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단순히 관람만 하는 과학관이 아니라 드론존, VR 영상관, 패러글라이딩 체험, 카레이싱, 낚시 게임, 자이로스코프 체험, 순발력 테스트 등을 저렴한 입장료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외부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투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연호 북쪽 길을 통해서 죽변 등대 방향으로 연지리길을 간다.
연지 2리에서 7번 국도 아래를 지나면 해안 방향으로 오르막 길을 걷는다.
언덕을 넘어서며 연지 3리로 진입하면 내리막 끝에서 거친 동해 바다를 만난다. 연지리 또한 연호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연지리 앞바다는 흐린 날씨 때문인지 파도가 거칠다.
하늘에는 낮은 회색 구름들이 부글부글하고 바다는 거친 파도가 으르렁 거리지만, 흐린 날의 동해 바다도 아름답다. 인생에 맑은 날만 있을 수 없듯이 흐린 날을 가진 해파랑길도 참 좋다.
갯바위를 때리며 하얗게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는 바다에 대한 무서운 마음을 어후! 어후! 하는 감탄사로 내뱉게 한다.
대나리항으로 가는 길의 방호벽 벽화는 미술관 수준이다. 보슬비 속에서 아름다운 바다와 어울리는 환상적인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를 준다.
연지 3리인 이곳은 죽진항이라고도 부르고 대나리항이라고도 부른다.
대나리항을 지난 방호벽 벽화에서는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따뜻한 마음 친절한 울진"이라는 구호에 걸맞은 벽화이지 않나 싶었다.
비행사이자 작가인 생텍쥐페리(Saint-Exupery)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주요 명언들을 그림과 함께 새겨 놓은 것이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좋은 구절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아이들만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언어는 오해의 근원이다.
내 비밀은 바로 이거야. 정말 간단해. 마음으로 볼 때만 진정으로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마음으로 보아야만 분명하게 볼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사막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거야.
한 사람이라도 큰 성당의 이미지를 품고 돌무더기를 본다면, 그 순간 더 이상 그것은 돌무더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이다.
사랑이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공허해.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도 지나가는 사람에겐 너희들과 똑같겠지. 그렇지만 나에겐 그 꽃 한 송이가 너희 모두를 합친 것보다 소중해. 내가 직접 물을 준 꽃이니까.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것을 각오하는 것이다.
나는 오직 하나의 자유를 알고 있다. 그것은 정신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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