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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리에서 궁촌리까지 가는 30코스는 레일 바이크가 있어 레일 바이크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는 구간이다. 레일 바이크를 타고 이동할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30코스를 끝내면 31코스를 이어서 걸을 예정이다.
다시 돌아온 삼척 용화리에서 이번 여정을 시작한다. 표지판은 중간 지점인 황영조 기념 공원까지 3.4Km, 30코스 종점인 궁촌 레일 바이크 역까지 7.1Km를 나타내고 있다. 용화리 고개인 용화재를 지나는 길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완만한 길이다.
용화 레일 바이크 역은 개천 건너편에서 시작한다. 맑아서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개천이 반갑다.
용화리를 떠나는 해파랑길 30코스는 마을 골목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용화리와 장호리를 이어주는 삼척 해상 케이블카, 용화리에서 궁촌리를 잇는 레일 바이크,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진 아름다운 해변까지 놀거리, 볼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마을 골목길 양쪽으로는 펜션이 많이 있었다.
용화재를 오르는 길. 작은 골짜기의 벚꽃과 개나리가 봄의 기운을 전해준다.
길은 작은 계곡을 건너서 용화재 고개를 향해서 오르막을 계속 오른다. 작아도 오르막은 언제나 숨을 헐떡이게 한다.
마을 오솔길 끝에서는 삼척로를 만난다. 언덕에 올라서니 용화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척로는 7번 국도와 나란히 가는 지방도로 해파랑길을 걷는 우리를 삼척 시내까지 인도해 줄 것이다. 삼척 구간의 해파랑길 상당한 부분이 이 삼척길 도로변을 걷는다. 삼척로가 도로이기는 하지만 자전거길을 넓게 만들어 놓아서 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게도 우리처럼 도로변을 걷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길이다.
용화재 근처에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용화리와 멀리 장호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용화재 쉼터에서 바라본 용화 해변 전경. 평화로운 해변이다.
카메라를 조금 당겨서 보면 용화 방파제 뒤로 장호항도 눈에 들어오고 용화리와 장호리를 이어서 바다 위를 지날 수 있도록 바다 양쪽에 설치된 삼척 해상 케이블카 타워도 확인할 수 있다.
높은 곳에서도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바다도 좋고,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잔잔한 물결도 아름답다. 해파랑길을 걸으며 자주 맛보는 행복 중에 하나는 아침 해변을 걸으며 만나는 은빛 물결이 아닌가 싶다. 가까운 바다부터 먼바다까지 이어지는 찬란한 은빛 물결은 해파랑길의 축복이다.
용화재 쉼터를 지나니 30코스 목적지인 궁촌 정거장과 중간 지점인 황영조 기념 공원 표지판이 다시 길을 시작하는 우리는 격려하는 듯하다.
흐드러지게 자태를 뽐내는 개나리 꽃. 노란 개나리 꽃이 화려하다, 품격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처음인듯하다. 개나리 꽃이 피면 그저 봄이 왔구나! 하며 봄소식을 알려주는 소식지 취급을 했던 것이 그동안의 행동이었다면 천천히 걸으며 만나는 개나리는 나름의 품격과 매력이 있었다. 스쳐 지나는 세상과 걸으며 마음으로 접하는 세상은 하늘과 땅의 차이로 다가온다.
넓은 삼척로 자전거길을 걷다가 초곡항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해안 쪽으로 길을 잡는다. 우회전 길에는 황영조 기념 공원 팻말도 크게 서 있다.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 금메달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흔하지 않은 삼척 출신 스포츠 스타라서 그럴까? 어떻게 운동선수 개인을 기념하는 공원을 만들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고 초곡항 방면으로 길을 내려간다.
내리막길 끝에 레일 바이크 철길 건너로 황영조 기념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궁촌 방면의 터널 입구에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라는 문구와 함께 입구를 하트 모양으로 장식해 놓았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린 올림픽 스타디움 근처에는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를 굽어 볼 수 있는 몬주익 언덕이 있다. 언덕에는 몬주익 성도 있다. 8월의 뜨거운 날씨에 더해서 마라토너들에게 짐을 더해준 것이 높은 경사도의 몬주익 언덕이었다고 한다. 해녀인 어머니에게 받은 선천적 폐활량 덕택인지 많은 국제 대회 수상 경력이 없던 황영조는 몬주익 언덕 구간에서 스퍼트를 하며 2, 3위를 떨쳐내고 1위로 골인한 다음 바로 쓰러졌다고 한다. "몬주익의 영웅"이라는 말은 이렇게 나온 것이다.
황영조 기념 공원으로 가는 길은 황영조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다. 마치 황영조가 스퍼트 했던 몬주익 언덕 같이 오르막 길이다.
손기정의 금메달 이후 56년 만이고 대한민국 국적으로는 최초의 마라톤 금메달이었다. 공원에 세워진 동상은 골인 지점의 황영조의 모습이다. 어떤 이야기 보다도 가슴에 태극기를 메달고 처음으로 받은 금메달의 의미는 크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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