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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31코스는 동해 바다를 뒤로 내륙 안쪽으로 들어간다. 마읍천과 함께하는 길이다.

 

궁촌리는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능이 있는 곳이다. 비운의 역사가 스며 있는 곳, 궁촌리 뒤편의 고개 이름이 사래재인데 원래 이름은 살해재였다. 공양왕이 살해된 곳이라고 한다. 새로운 왕조를 위해 왕 씨 일가가 죽임을 당한 상황은 시선에 따라 다양한 시각을 바라볼 수 있지만 명분이 무엇이라도 누군가의 죽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삼척로 도로변을 걷지만 바람에 휘날리는 해파랑길 리본처럼 널찍한 자전가 도로를 걷는 여유가 있다.

 

사래재를 넘으면 궁촌리에서 동막리로 이어지면서 완만한 내리막길이 해안까지 이어진다. 건설 중인 동해선 철교 아래를 지나간다.

 

이른 봄 벚꽃이 한창인 이 계절에 라이더들이 부웅 소리를 내면서 지나간다. 그들 나름의 재미도 있고, 걷는 우리 나름의 맛도 있다.

 

동막리를 걷다 보면 삼척시의 백도라지 가공 공장도 만날 수 있다. 기관지에 좋다며 장모님이 정성껏 고아서 도라지청을 생각나게 하는 공간이었다. 백도라지는 도라지 몸통이 하얗다고 붙은 이름이 아니라 초롱 모양의 도자리 꽃이 백색이면 백도라지, 보라색이면 자도라지라고 한다. 통상 약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백도라지이다. 땅이 넓은 삼척에서도 도라지를 많은 심는 모양인데 우리나라 도라지 생산량의 40% 이상이 강원도라고 한다. 10년 이상된 장생 도라지는 산삼에 버금 한다고 하지만 새콤한 도라지 무침도 입맛을 돌게 한다. 도라지를 나물로 먹는 민족은 우리 밖에 없다고 한다. 원형 교차로를 직진한다.

 

원형 교차로에서 만난 벚꽃.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일주일 후면 꽃이 만개한다고 한다. 이 벚꽃을 누리고 싶어서 연달아 떠나온 여정, 벚꽃은 마음껏 누린다.

 

동막교를 통해 마읍천을 건넌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다리로는 동해선 철로가 지난다. 

 

동막교를 건너며 내려다본 마읍천. 정말 맑다. 이런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의 해수욕장과 바다라면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까? 마읍천은 1천 미터가 넘는 높이의 사금산(四金山, 1,092m)에서 발원한 하천으로 상, 중, 하 마읍리를 지나 이곳 동막리를 지나 맹방 해변에서 동해와 만난다. 해파랑길 31코스는 마읍천이 동막리 하류에 만들어 놓은 넓은 평야 지대를 걷는다.

 

동막교를 건너면 우회전하여 마읍천 천변길을 걷는다. 

 

마읍천 천변길에서 만난 매화. 매화, 벚꽃, 살구꽃, 복사꽃 모두 이른 봄 잎 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장미과 유실수다. 꽃도 비슷해서 헷갈릴 수 있지만, 매화가 제일 먼저 피고 그다음에 벚꽃이 핀다. 매화는 꽃이 줄기에 바싹 붙어서 핀다는 특징도 있다.

 

우리는 봄에 빠져서 걷듯 매화에 푹 빠져있는 꿀벌들이 이쁘기만 하다.

 

마읍천 천변길을 이어서 걸으면 7번 국도 아래를 지나면서 동막리에서 부남리로 넘어간다. 생태하천 마읍천의 모래톱도 감상하며 길을 걷는다. 동막리를 떠나며 마음에 드는 생각은 팝콘이 휘날리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동막리라는 이름은 마읍천 물길 동쪽을 막아 논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잠시 멈추어 서서 뒤돌아 본 전경. 넓은 들판이 인상적이다. 삼척 하면 무장공비와 산골, 작은 해안만 상상했었는데 걸어보니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다가온다. 한번 살아보았으면 하는 푸근한 도시다.

 

모래톱과 갈대밭을 품고 있는 생태 하천은 보고만 있어도 귀중한 느낌이다.

 

해파랑길은 부남리에서 다시 부남교를 통해 마읍천을 건넌다. 마을의 우람한 소나무를 보면 나무는 정말 후대를 위한 자산이라는 말을 되뇌게 된다.

 

부남교에서 바라본 마읍천의 상류와 하류의 모습. 아직 푸른 움이 돋지 않았지만 겨우내 숨죽이며 봄을 기다렸을 하천변의 식물들의 흔적은 그 자취만으로도 마음에 위로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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