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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 준비물을 챙기면서 반드시 챙기는 한 가지가 있다. 여행에 맞는  책 한 권.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걷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문학작품들을 몇 가지 준비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꼬마 철학자(쁘티 쇼즈, Le Petit Chose)이다. 누군가는 학창시절에 읽었을 법한 명작이지만 여행을 핑계로 중년의 나이에 만날 수  있었던 책이다.  명작을 만나는데 나이가 무슨 의미이며 적절한 때가 어디 있을까? 





프랑스 문학 작품이지만 일단 책을 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책이다. 풍요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과  출중하지 않은 외모,  나름 왜 사는가 하는 철학적 문제에 깊이 빠져 있었고,  시를 쓰겠다고 밤을 꼬박 세웠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주인공인 쁘띠  쇼즈에  나를 충분히 투영 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글을 읽을 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지난 파리 걷기의 경험이었다. 파리 구석구석을  걸었던 기억은 2부의 배경인 파리를 주인공이  이동할 때마다 나도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이 형과 함께 살았던  생제르맹데프레 또한 주변 공원과 더불어 생생한 기억으로 현장감이 있었다. 돌아보면 파리를 다녀온 다음에 이 책을 읽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지 않았나 싶다.


세느강변, 몽파르나스, 몽마르뜨 등  파리 걷기에 있었던 장소들을 만날 때마다  나름의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파리에 가보지 않은 사람조차도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청년시절을 떠올릴만한 생생한 고백과 같은  글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에 나를 맡길 만하다.  로빈슨 크루소를 수십 번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필자에게는 1부의 주인공의 어린 시절은 나를 책에 빠져들게 하는 촉매 와도 같았다. 주인공 쁘띠 쇼즈 또한 로빈슨 크루소의  열렬한 추종자 였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이 절로 공감이 되는 글이다. 누군가에게는  청년의  열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책이고, 누군가에게는 알퐁소 도데와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참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다.


끝으로 불어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겨준 옮긴이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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