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14코스는 한 여름의 열정이 넘치는 협재 해변을 떠나 옹포리 포구와 한림항을 지나 여정을 마무리한다. 야자수와 은빛 모래까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금능 해변에서 협재 해변으로 이동한다. 금능 해변을 뒤로하면서 바라보니 이곳에서 물놀이하시는 분들은 무릎까지만 물을 참방 거리는 모양이다. 물에 몸 전체를 담그는 수영을 하지 않아도 일상을 잊고, 시원한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부드러운 백사장을 밟고,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감상하며, 피부에 시원한 바닷물의 감촉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피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해변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바로 근처에 물가가 없는 지역까지도 작은 그늘막 하나 세우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비양도를 배경으로 세워져 있는 협재 해변..
월령리 카페에서 한숨 쉬어간 우리는 해안선을 따라서 금능 해변에 이른다. 올레길 13코스, 14코스 내내 바다 없이 내륙으로만 걷던 경로는 이제 바닷가 해안길을 이어간다. 그 첫 번째 장소는 월령리 선인장 군락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선인장의 원산지인 멕시코에서 해류를 타고 와서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래사장도 없는 월령리, 반포리 해변도 해수욕하는 사람들, 서핑하는 사람들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한눈에 보이는 장소다.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를 보니 현무암 바위 지대에 뿌리를 내린 선인장의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월령 코지 인근에 있는 풍력 발전기가 주위 풍경의 주연을 담당하는 듯하다. 검은 현무암 해변, 현무암에 착 달라붙어 ..
올레길 14코스는 굴렁진 숲길과 월령 숲길을 지나면 하천을 따라 해변으로 나가 월령리에 이른다. 굴렁진 숲길을 지난 올레길 14코스는 월림리에 위치한 제주시 서부 매립장을 지난다. 2002년에 매립을 시작하여 이미 매립 용량은 초과했고 2019년에 매립을 종료한 상태인 매립장이다. 공공시설인 만큼 철제 울타리도 쳐있다. 매립장을 지나면서 제주도가 당면한,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가 당면한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도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에 표정부터 어두워진다. 2019년 필리핀으로 갔다가 되돌아온 제주도 생활 쓰레기 사건을 생각하면 급격하게 늘어난 관광객과 인구를 소화하지 못하는 제주도의 쓰레기 소각 및 매립 능력만을 탓할 상황은 아니다.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
이번 여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올레길 14 코스는 저지 마을을 출발하여 마을 길과 숲길을 지나 굴렁진 숲길에 이른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올레길 걷기의 마지막 날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대,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기쁨이 섞여서 가슴 벅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육지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있지만 이렇게 맑은 하늘에 집에 가는 비행기가 뜨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은 곁들일 여지가 없다. 19.1Km라는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다른 날과 달리 한 코스만 걷는다는 가벼움도 있다. 저지 수눌음 마을 행복센터라는 곳을 지나는데 그 앞에는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는 팽나무 한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수눌음은 제주식 품앗이와 같은 것이라 한다. 여름철 김매기부터 가축 관리까지 공동체로 해야 할 일 들을 마을 ..
올레길 13코스는 저지오름을 지나 저지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저지오름을 오르기 시작한다. 닥몰오름, 새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저지오름의 정상부는 해발 239미터 정도로 경사가 급해서 그렇지 가벼운 걸음으로 지나갈 수 있다. 오름 입구에서 오름 반대편 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는데 올레길은 산책로에서 정상부 분화구로 올라가 분화구 주위를 한 바퀴 돈 다음 산책로로 다시 내려와 저지 산책로를 통해서 마을로 이동한다. 올레 12코스 일부를 걷고 13코스를 이어 걸은 길고 길었던 오늘의 여정이 끝나가고 있다. 올레 13코스 15.9Km 중에서 13Km 지점이라고 하니 넉넉히 3Km만 더 걸으면 숙소에서 편히 쉴 수 있다. 문제는 옆지기가 너무 힘들어한다. 옆지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
고목 숲길을 비롯한 여러 숲길을 지나는 올레길 13 코스는 낙천리 마을길을 지나 저지 오름 입구에 이른다. 고목나무 숲길을 지나면서 올레길 13코스는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조수리로 넘어간다. 몸이 지쳐가니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많은데 왜 우리는 햇빛을 안 가려 주는 거야! 하며 하늘에 대고 투덜거린다. 곶자왈처럼 터널같이 우거져 태양을 가려주는 숲은 아니지만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활엽수와 침엽수, 들풀 등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숲길은 언제나 푸근함을 전해준다. 고목나무 숲길을 나온 올레길은 포장길을 통해 산노루라는 유명 카페를 지난다. 산중 구석진 곳인데도 오가는 자동차들이 많았다.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함께 세계 3대 녹차 재배지인 제주의 녹차를 소개하고 알리고자 하는 그들의 목..
용수리 포구에서 올레길 12 코스를 끝낸 우리는 올레길 13 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용수 저수지를 지나면 마을길과 숲길을 걷는 길이다. 올레길 13코스는 용수리 포구에서 오로지 내륙 방향으로만 걸어 저지 오름에 이르는 15.9Km의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정오에 12코스를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미 땀범벅인 몸을 이끌고 13코스를 이어서 걷는 것이 막막하기만 하다. 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다. 한경 해안로 도로가 용수리 포구를 지나면서 만들어 놓은 포구 뒤편의 웅덩이를 돌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포구에서 계단을 올라 우회전했다가 다시 좌회전하여 용수리 마을로 들어간다. 올레길 화살표를 따라서 용수리 이 골목 저 골목을 걷다 보면 이곳에 사시는 분들의 일상을 좀 더 ..
올레길 12코스는 환상적인 엉알길을 지나 차귀도 포구와 생이기정을 거쳐 용수리 포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엉알길로 내려가는 길, 한 폭의 풍경화 걸작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절벽 바위와 푸른 초장을 모두 가진 차귀도, 그 앞으로 흐르는 짙은 바다, 시커먼 엉알길과 현무암 해변, 뭉게뭉게 흰구름까지 세상 어느 작가도 그려내지 못할 환상적인 풍경을 만난다. 엉알길에서 수월봉의 고산 기상대를 바라보니 이 또한 절경이다. 정면으로 차귀도 풍경을 보면서 좌측으로는 검은 현무암 해변, 우측으로는 절벽과 함께 걷는 길이다. 성산 일출봉에도, 송악산에도 굴을 파서 전쟁 준비를 했던 일제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상처를 남겨 놓았다. 녹고물이라 불리는 샘물. 지층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다. 녹고물과 수월봉에 관한 설화가..
신도 해변을 지난 올레길 12코스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서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로 넘어간다. 고산리에서 하룻밤 묵었다가 길을 이어간다. 고산리 마을길을 지나던 올레길은 수월봉을 지나 엉알길에 이른다. 신도리 해변에서는 파라 모터, 모터 패러 글라이딩, 동력 모터 패러 글라이딩 등으로 불리는 비행체를 타고 계신다. 윙윙하는 모터 소리를 내며 신도리 해변을 날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집 근처 강변에서도 모터 패러 글라이딩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기는 했는데 바람 많은 이곳 서귀포 해변에서 보니 아슬아슬한 느낌도 있지만 하늘에서 감상하는 서귀포 해안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면 나도 해볼까! 하는 충동이 가슴을 친다. 벌써 기억은 가물가물 해졌지만 젊은 시절 패러 글라이딩을 배워 보겠다고 강습을 한번 받..
신도 저수지를 떠난 올레길 12코스는 녹남봉을 지나 해안을 향해 신도 바당 올레에 이른다. 무릉리를 지나서 신도리에 진입한 올레길은 도원 연못, 신도 생태 연못, 신도 저수지라고도 불리는 작은 습지 옆을 지난다. 장마철인 지금은 물이 많지만 물이 항상 있는 곳이 아닌 모양이다. 무릉리 들판길을 걸어온 우리는 신도 생태 연못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쉬어 간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쉬어 가세요"라고 하는 "와리지마랑 놀멍놀멍 쉬엉갑써양"하는 공원 안내판에 적힌 제주어 대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놀멍 놀멍 쉬어간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무릉리부터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젊은 커플이 정자 안에서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다. 우리도 그늘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은데, 저분들 때문에 쉽지 않겠다...... 하는..
올레 11코스에 이어 올레길 12코스에 나선다. 무릉 외갓집을 떠난 올레길 12코스는 무릉리 마을길을 지나 신도 저수지에 이른다. 무릉 외갓집 복합 문화 농장을 출발한 올레길 12코스는 좌기동 마을 회관으로 이동한다. 한낮의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는 시간이다. 인향동 "강 셰프의 키친"에서 넉넉한 점심과 충분한 휴식을 취한 까닭에 올레길 11코스에 이어 걷는 길이지만 나름 몸 상태는 좋다. 올레 12코스 12Km 지점에 있는 숙소까지 가야 할 길은 멀다. 마을길, 농지 사이를 걷는 지루할 수 있는 길이지만 완만한 길인 만큼 체력 관리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다. 무릉 보건소 앞 공원과 놀이터, 연자 맷돌에 그려진 올레 12코스 화살표까지 정겨운 마을길이다. 무릉 2리 마을 보물 중의 하..
올레길 11코스는 무름 곶자왈과 안향동을 지나 무릉 외갓집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셰프의 한 끼도 맛보는 폼나는 길이었다. 무릉 곶자왈을 돌아 나와 이제는 인향동을 향해서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다. 곶자왈의 한 축이 양치식물, 나무와 덩굴들이 만들어 내는 숲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울퉁불퉁한 현무암 돌바닥이다. 돌 사이사이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생명의 기운이 뿜 뿜 한다. 인향동으로 향하는 넓은 숲길은 바닥이 좋아서 그렇까? 발걸음이 가볍다. 인향동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인향동, 좌기동, 평지동을 합하여 무릉 2리라 부른다. 올레길은 11코스와 12코스를 걸으며 인향동 마을 회관, 좌기동 마을 회관, 평지동 마을 회관 인근을 차례대로 지난다. 커다란 나무가 마을에 진입하는 나그네를 포근하게 반겨..
모슬봉을 내려온 올레길 11코스는 신평리 마을길을 지나 신평 곶자왈에 이른다. 숲과 마을길이 지루하다면 지루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있는 그러한 길이다. 모슬봉을 내려와 만난 도로를 따라서 신평리 방향으로 이동한다. 모슬봉을 내려와 도로를 걷는 위치는 올레길 11코스 7Km 지점이다. 한참 길을 가는데 교차로 부근에서 쓰레기를 줍고 계시는 분들 중에 한 분이 우리를 보시고는 손을 흔들며 아주 반가운 인사를 하신다. 우리도 쭈뼛쭈뼛하며 인사를 하기는 했지만 아주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에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었다. 올레길을 걷고 있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등을 물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어제 10 코스 종점이자 11 코스 시작점에서 문을 열고 우리를 환하게 반겨 주었던 그분이 아닌가 싶다. 어제는 몸이 지쳐서..
올레길 11코스는 모슬봉을 지나면 보성리에 도착한다. 모슬봉 언덕길을 부지런히 올라오니 나이 먹은 백구 한 마리가 흐흐하며 미소 짓는다. 세상에 저런 개가 있나! 사람이 지나가도,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어도 미소만 지을 뿐 도통 짓지 않는다. 백구 나름의 연륜이 쌓은 것일까? 모슬봉의 기운을 받아 넓은 마음을 가진 것일까? 아니면, 올레꾼들을 하도 보아서 그러려니 하는 것일까? 사진을 자세히 보면 미소 짓는 백구의 모습은 만화 영화에서 씩 웃는 캐릭터의 모습 같다. 모슬봉 언덕에서 해안을 보니 아랫마을보다는 수평선이 깨끗하게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과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그 맛이 다르다. 아마도 시야에 사람 사는 풍경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싶다. 여행지에서의 시간 보다,..
대정읍내를 출발한 올레길 11코스는 동일리를 지나 모슬봉 입구에 이른다. 가는 길에 대정 오일 시장도 지난다. 어제는 올레길 11 코스 시작점 인근에 있는 모슬포 호텔에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고 괜찮은 숙소였다. 우리는 오늘은 11코스를 걷고 이어서 12코스의 12Km 정도를 걸어 총 29.3Km에 이르는 강행군을 해야 하므로 조금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한다. 읍내에 있는 김밥집들이 문을 열기를 바랐으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 김밥들을 배낭에 쓸어 담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왜 이렇게 많이 사는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하나하나 유효 기간을 확인하고 판매해 주셨다. 숙소에서 미리 얼려 놓은 생수를 냉매로 ..
올레 10코스는 섯알 오름을 지나면 옛 상흔이 남아 있는 알뜨르 비행장을 가로질러 하모 해변을 지나 대정읍내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섯알 오름 예비 검속 희생자 추모비를 보면 가슴 아린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끝나지 않고 2022년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생각의 다름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억압, 배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한국판 똘레랑스를 세울 수는 없는 것인가? 진정한 관용이 없는 변질된 법치는 또 다른 희생자와 가해자를 낳을 뿐이다. 무거운 발걸음과 마음으로 희생자 추모비 진입로를 빠져나간다. 진입로 입구에 이르면 한국 전쟁 당시 섯알 오름에서 있었던 참혹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만나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양민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 했던 해병 대..
송악산 입구에서 길을 이어가는 올레길 10코스는 송악산 해안으로 한 바퀴 돌아 다시 송악산 입구로 나와서 섯알 오름으로 이동한다. 송악산은 원래 해송이 많아 송악산이라 이름이 붙여졌지만, 일제 강점기에 군사 기지를 만든다며 수많은 나무를 태워버려 곳곳에 풀만 무성한 곳이 많다. 많은 이들이 일본군의 진지 동굴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며 대충 눈길만 주고 지나가는데, 이런 동굴을 만드는데 동원된 제주도민의 고통과 희생을 제대로 알려주는 안내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송악산 언덕길에서 바라본 산방산, 형제섬과 그 뒤로 화순항과 월라봉의 전경이다. 이제는 아련한 거리이다. 송악산을 돌아 나가면 더 이상 시야에 잡히지 않을 풍경이다. 잘 포장된 해안 산책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송악산 정상부는 2..
용머리 해안 인근을 지나는 올레길은 사계 포구를 지나 해안산을 따라 이동하여 송악산에 이른다. 용머리 해안 절벽 아래의 비경을 돌아서 가면 좋겠지만, 입장료를 내야 갈 수 있는 유료 입장 구간이기도 하고 파도가 치면 관람을 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올레길은 매표소와 하멜 상선 전시관 사이를 지나 사계리 마을길을 지나 사계항으로 향한다. 용머리 해안의 기암 절경은 포털 맵의 로드뷰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나마 그 맛을 조금은 느껴볼 수 있다. 사계항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이다. 산아래 사찰들을 지나 산을 조금 오르면 산방산 이름의 기원인 산방굴사라는 동굴을 만날 수 있다. 사찰 우측으로는 산방 연대도 보인다.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의 시끌벅적한 유원지를 빠져나오면 사계리 마을길을 걷는다. ..
매일 2개의 올레 코스를 걸었던 우리는 오늘은 10 코스만을 걷는다. 한 코스만 걷지만 거리가 15.6Km로 결코 만만한 여정은 아니다. 저질 체력은 이제 10Km를 넘어서면 발부터 온몸이 "더 걷기 싫어!"라고 외치기 때문이다. 아무튼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시작하는 올레길 10코스는 해변의 아기자기한 숲길과 황우치 해변을 지나 산방연대 인근에 있는 하멜 기념비에 이른다. 어제 오후의 시끌벅적했던 화순 금모래 해변의 조용한 아침 풍경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빛은 아니지만 강렬한 햇살이 비추면 금빛 모래를 뽐낼 듯하다. 방파제 안쪽에 있는 해수욕장이라 잔잔한 물과 함께 해수욕할 수 있는 곳이다. 올레길 10코스는 이제 산방산을 향해서 이동한다. 화순 금모래 해변은 해수욕도 즐길 수 있지만 해수욕과 함께 차..
월라봉에서 내려온 올레길 9코스는 창고천을 따라 해안 방향으로 이동한다. 창고천 끝자락에서는 화력 발전소 앞을 지나 발전소 옆에 새롭게 조성된 공원을 지나 화순 해안로를 걸어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9코스를 마무리한다. 방목하는 말이나 소는 가지 못하지만 사람은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든 출입구를 다시 지난다. 예전에 올레길의 오름을 걸을 때 커다란 소들이 길을 막고 있던 것을 기억하면 오금이 저려올 정도이다. 어떤 어르신이 앞서 가지 않았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것이다. 동물하고 교감하며 친숙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부럽다. 동물들에게 마음을 여는가 그리고 동물들과 있었던 교감의 경험이 중요할듯하다. 아무튼 소나 말을 마주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벤치 두 개가 마련되어 있는 월라봉..
대평 포구를 출발한 올레길 9코스는 박수기정 위로 올라가 월라봉을 향한다. 최근에 변경된 올레길 9코스는 월라봉 우측 길을 통해서 군산으로 가지만 오전 내내 올레 8코스를 걸은 우리는 체력을 감안해서 월라봉을 오르는 이전의 올레길 코스로 간다. 올레길 표식도 리본도 없어 길 찾기가 어렵지만 우리의 체력을 감안한 고육책이었다. 넓은 들을 의미하는 난드르를 병칭으로 가지고 있는 대평 마을의 포구는 고려시대 원나라가 제주를 말 목장으로 강점하던 시기에는 말을 실어 나르는 포구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포구의 우측의 "난드르로"를 따라서 올레길 9코스를 시작한다. 대평 포구를 지나서 "난드르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얼마 가지 않아 길은 끝나고 올레길이 시작된다. 이전에는 박수기정 절벽을 따라 박수기정 잔디밭으..
대왕수천 생태 공원을 지난 올레 8코스는 논짓물을 지나 하예 포구를 거쳐 대평 포구에 이른다. 이 구간은 휠체어도 갈 수 있는 평탄한 구간이다. 예레 해안로를 따라 걷는다. 대왕수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도 절경이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현무암 바위와 땅 속으로 스며 들어가 땅속에서 수많은 시간을 흐르다가 용천수로 지표로 나와서 대왕수천을 따라 내려와 이제 큰 바다로 다시 나가는 것이다. 자연의 신비를 생각하면 할수록 인간은 그저 미미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검은 현무암 해변을 따라 예래 해안로 도로를 따라 논짓물과 하예 포구를 향해서 이동한다. 하예동 환해장성이다. 제주 해안 곳곳에 왜구를 막기 위한 환해 장성들이 있는데 기록으로는 고려 때까지 올라가지만 이곳의 환해장성은 조선 현종(1845년) 때 우..
옛 올레길은 중문 색달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갔지만 지금은 살짝 스쳐 지나간다. 리조트 사이의 길을 지나면 환상적인 천제연로 나무 숲길을 지난다. 얼마 동안 도로를 걷지만 대왕수천 예래 생태 공원에서 훌륭한 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중문 요트 계류장을 지나 해안길을 걷다 보면 길 우측으로 중문 색달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뒤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독특한 해수욕장이다. 모래 해변의 폭이 넓지 않은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풍광만큼은 일품인 해수욕장이다. 걷기를 그만두고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바다다. 예전의 올레길 8코스는 중문 색달 해수욕장 아래로 내려가서 해안가를 돌아 골프장 옆길로 중문 단지를 빠져나갔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올레길은 해수욕장으로 내려가지 않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카페와..
올레길 8코스는 대포 연대를 지나면서 중문 관광단지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처음으로 만나는 것은 대포 주상 절리대를 지나는 환상적인 산책길이다. 산책길을 나오면 부영 리조트 옆으로 잠시 큰 도로로 나가 베릿내 오름을 오르지만 공사중이라 생략하고 천제 2교를 건너 중문 요트 계류장으로 내려간다. 대포 연대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중문 관광단지 안으로 진입한다. 유명 관광단지답게 산책길도 잘 정비되어 있는 곳이다. 해안가로는 소나무 중간에는 야자수 우측으로는 협죽도가 이어지는 독특한 풍경을 가지고 있다. 넓은 산책로로 시작하는 중문 단지는 서귀포시 대포동에서 시작하여 중문동, 색달동까지 이어진다. 유도화라는 별칭이 있는 협죽도가 붉은 꽃을 피웠다. 잎은 대나무를 닮았는데 꽃은 복숭아와 비슷하다고 유도화라는 별칭..
월평 마을을 떠난 올레 8코스는 약천사를 지나서 길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 묵었다가 다음날 길을 이어간다. 대포 포구를 거쳐 중문 단지 입구에 있는 대포 연대에 이른다. 월평 아왜낭목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우리는 올레 8코스 초반에 있는 숙소를 향해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월평 마을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저녁 7시를 바라보는 시각이지만 흰구름은 여전히 석양에 빛나고 있다. 월평 하원로에서 약천사 쪽으로 좌회전한다. 지는 태양이 끝까지 강렬함을 내뿜지만 이제는 구름에 가리고 오름에 가려서 얼굴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서귀포시 월평동에서 하원동으로 넘어가 마을길을 걷는다. 약천사로 가는 길은 하원동 마을길을 오르다가 담앤루 리조트로 좌회전하여 리조트의 주차장을 거쳐서 가야 한다. 리조트 끝자락..
악근천과 강정천을 지나면 강정 해군기지를 앞을 지나 강정포구에 이른다. 원래의 올레길 7코스는 선녀 코지와 월평 포구를 들러서 월평 마을로 들어가 7코스를 마무리 하지만 공사 중인 구간이 있어서 우회로를 통해 월평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올레길 7코스는 원래 악근천을 건너 좌회전하여 악근천을 따라 내려가며 켄싱턴 리조트 외곽을 돌아 강정천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악근천으로 좌회전하는 지점에서 공사 중이라 리조트 앞을 직진하여 "이어도로" 도로를 따라 강정천 방향으로 이동한다. 제주도의 많은 하천들은 대부분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금세 마르는 건천이지만 강정천은 한라산의 맑은 암반수가 사시사철 흐르고 은어도 서식하는 하천이라고 한다. 하류에서는 강정천이라 부르지만 하천 중심이 도순동 지역이라 지도에는 도순천..
법환 포구를 지난 올레길 7코스는 법환 마을에서 강정 마을로 넘어간다. 강정 마을로 들어서면서부터는 해안을 따라 현무암 바위와 몽돌 위를 걷기도 하고 오솔길도 걸으며 악근천으로 향한다. 국내 최남단 해안 촌락이라는 법환 마을 안내판이다. 제주에서 해녀가 가장 많은 어촌 마을이라고 한다. 바닷가로 시커먼 혀를 내두르는 현무암 바위들이 즐비한 서귀포 해안선은 정말 절경이다. 검은 바위 덕분에 바다는 더욱 파랗게 보이고 나무와 풀들은 더욱 짙은 녹색으로 보인다. 동쪽으로 새섬과 문섬, 서쪽 인근으로는 범섬이 흰 구름을 배경으로 한 폭 풍경화의 중요 오브제 역할을 한다. 고려 공민왕 당시 원나라의 말을 키우던 몽골족의 목호들을 진압한 최영 장군의 전적비를 세워 놓았다. 명나라의 요구로 시작한 토벌이었지만 정규군..
몇 년 전 올레길 걷기에서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계획을 대폭 축소하여 올레길 7코스 중간부터 역방향으로 걸었던 적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 당시 걷지 못했던 7코스 나머지를 순방향으로 걷고 8코스 초반에 있는 숙소까지 조금 더 걸을 예정이다. 우선 서귀포 여고에서 숙골을 거쳐 법환 포구에 이른다. 오전에 올레길 21코스를 끝낸 우리는 무더위에 파김치가 된 상태로 옆지기가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료수를 거나하게 들이켜고 종달 초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201번 시내버스를 올라탔다. 긴 시간의 이동이니 만큼 급행을 타고 환승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조금 늦더라도 서귀포 여고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거의 2시간에 육박하는 긴 이동 시간에 버스를 거칠게 모는 기사님 덕분에 깊은 잠을..
지미봉 밭길을 지나 지미봉(162.8 미터)을 올라 사방으로 탁 트인 환상적인 풍경을 접하고 나면 종달리 쪽으로는 조금은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종달항 인근에서 해안 도로로 나와 종달리 해변에서 올레 21코스를 마무리한다. 올레 1코스와 만나는데 올레 21코스를 끝내면 다음 여정인 서귀포로 이동하기 위해서 올레 1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어 종달 초등학교 앞의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한다. 원뿔처럼 생긴 지미 오름에 가까워질수록 오르막에 대한 긴장감이 한층 더해진다. 이번 여행에서 걷기를 계획하고 있는 다른 올레 코스에도 오름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이번 여행 전체의 체력과 몸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는가! 첫 오름을 무난히 통과한다면 이번 여행..
하도 포구 인근의 별방진을 지난 올레 21코스는 해맞이 해안로 도로를 따라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 인근을 지나 하도 해변과 용항포 터에 이르러 지미봉 밭길로 진입한다. 하도리 마을길을 지난 올레길은 잠시 문주란로 1길 도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우회전하여 밭길 사이로 들어간다. 도로와 보행로 사이 화단에는 가자니아를 심어 놓았다. 올레길을 걸으며 태양국이라 불리는 노란 가자니아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만난 것은 중심부는 노랗고 하얀 꽃잎을 가진 가자니아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국화과 가자니아속 식물로 20여 종의 가자니아가 있고 교배종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제주도 토박이는 아니고 물 건너온 식물이다. 사철 꽃을 보게 하려는 의도에 맞고 제주에서 노지 월동이 가능한 품종도 있으니 많이 심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