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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 해안 인근을 지나는 올레길은 사계 포구를 지나 해안산을 따라 이동하여 송악산에 이른다.
용머리 해안 절벽 아래의 비경을 돌아서 가면 좋겠지만, 입장료를 내야 갈 수 있는 유료 입장 구간이기도 하고 파도가 치면 관람을 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올레길은 매표소와 하멜 상선 전시관 사이를 지나 사계리 마을길을 지나 사계항으로 향한다. 용머리 해안의 기암 절경은 포털 맵의 로드뷰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나마 그 맛을 조금은 느껴볼 수 있다.
사계항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이다. 산아래 사찰들을 지나 산을 조금 오르면 산방산 이름의 기원인 산방굴사라는 동굴을 만날 수 있다. 사찰 우측으로는 산방 연대도 보인다.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의 시끌벅적한 유원지를 빠져나오면 사계리 마을길을 걷는다.
사계리 마을 길을 걷다 보니 올레길에서 한두 번 본 것 같은 특이한 조형물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공중전화 박스처럼 생겨서 무슨 와이파이 존이나 통신 수단이나 인증소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지질 트레일등 지질 공원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폐기하는 공중전화 부스를 제공받아 지오 인포라는 무인 안내소로 만든 것이라 한다.
사계항에 도착하면 우회전하여 형제 해안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우도, 차귀도 등에서도 잠수함 관광이 있지만 사계항에서도 잠수함 관광 상품이 있다. 항구에 잠수함이 있을까 하면서 살펴보았지만 항구에 잠수함은 없었다. 대부분의 잠수함 관광처럼 이곳도 사계항에서 잠수함을 타고 포인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잠수함이 있는 곳까지 이동한 다음 잠수함으로 옮겨 타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니 항구에서 잠수함을 구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푸틴은 소위 제3차 세계 대전이라고도 불리는 전쟁을 시작했지만 얼마 전 타개한 고르바쵸프는 냉전을 종식시킨 인물이었다. 물론 러시아 내부에서는 매국노라는 평가도 있겠지만 세계적으로는 냉전을 해체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의 부인이 이곳을 방문해서 해녀들의 작업 모습도 보고 직접 채취한 해산물도 맛본 것을 기념하여 동상을 세워 놓았다.
사계 해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테왁과 함께 해녀 체험 중이었다. 해녀 체험은 7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는데 이 무더위에 시원한 바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좋은 바캉스 방법이 아닌가 싶었다.
멀리 송악산을 바라보면서 형제 해안 도로를 따라서 이동한다. 갈색 바위가 특이한 해변이다. 사람들이 인증숏 남기려고 모이는 장소다. 응회암이 침식되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모양의 지형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장소다.
사계항에서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형제 해안로 한쪽에는 도로 준공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이곳 앞바다에 있는 형제섬 덕택에 형제 해안로라는 길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때로는 형제 해안로 안쪽으로 들어와 모래 언덕길을 걷기도 한다. 머리 위로 내로 꽂는 태양이 강렬하지만 평화로운 길이다.
뒤돌아 바라본 산방산의 모습. 가까이에서는 위압감마저 들었던 산방산도 이제는 멀게 보인다.
사계리 해안 체육공원을 지나며 전체 15.6Km의 올레 10코스 중에서 5Km 지점을 통과하고 안덕면 사계리에서 대정읍 상모리로 진입한다.
천연기념물 464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상모리와 사계리 일대 해안의 발자국 화석 발견지를 지난다. 각종 동물의 발자국도 있지만 한반도에 살던 인간의 발자국도 발견된 상당히 드문 경우라고 한다. 도로와 유적지 사이의 길을 통해 이동한다.
그늘 한점 없는 해안선을 걷다가 나무 그늘이 있는 산책로 작은 언덕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편안한 벤치가 아니지만 그늘에 앉아 도시락도 먹고 배낭에 고이 모셔온 얼음물을 마시는 즐거움은 그 무엇에 비할바가 아니다. 형제 해안로 자전거길로는 아름다운 제주 해안선을 내달리는 라이더들이 이어진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은 총 234km로 15시간 30분이 소요되며 형제 해안로를 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라이더들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해변에서 바라본 형제섬. 형제들처럼 나란히 서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작은 모래 해변도 있어 최근에는 스노클링 등 물놀이 장소로 뉴스도 타고 유명해진 장소다.
해안 보호 울타리를 따라 걷다가 형제 해안로 자전거길을 따라 상모리 언덕길을 오른다.
상모리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 산방산과 월라봉, 박수기정까지 서귀포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모리 언덕길을 돌아 내려오면 상모리 해안으로 자리 잡은 수많은 카페와 펜션을 지나야 한다. 멀리 보이는 송악산을 바라보며 우리는 저곳 어디로 길을 이어갈까? 가늠해 본다.
검은 현무암 해변과 형제섬, 멀리 박수 기정이 멋진 풍경의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강렬한 태양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흰구름과 흰구름도 잔잔한 물결 위에 그려내는 푸른 바다가 풍경의 절반 이상이다.
잠시 멈추어 서면 앞으로는 송악산이 뒤로는 산방산이 우리를 당겨주고 밀어주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송악산 직전에는 마라도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산이수동항이 자리하고 있다. 마라도로 가려면 이곳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함께 송악산 너머 하모리의 운진항에서 출발하는 방법이 있다. 운진항은 모슬포 남항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하모리도 우리가 올레길 10코스를 걸으며 지나가야 할 곳이다.
산이수동, 생이물, 산이물, 산이물 동네는 이 마을을 지칭하는 모두 같은 말이다. 용천수를 중심으로 모여 살았던 마을은 이제 유명 관광지로 변모하여 펜션, 카페, 식당이 즐비한 동네가 되었다.
성산 일출봉 아래에도 구멍을 파서 진지 동굴을 만들었던 일제는 송악산 해변에도 구멍을 뻥뻥 뚫어 놓았다. 저 작업에는 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동원되어 고생했을지 생각하면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그들에게 굽실대는 이들을 보면 돈은 영혼조차 팔게 한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굴착 기계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대못과 야전삽으로 만든 동굴이라 하니 더 가슴이 아프다.
마라도로 향하는 배가 승객들을 모두 태우고 막 출발하려고 한다. 이곳 산이수동항에서는 마라도까지 하루 세 번 왕복 운행한다고 한다.
드디어 송악산 입구에 도착했다. 해녀상 가운데로 시대 흐름을 반영하듯 돌하르방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성문 입구나 길 입구에서 장승처럼 엄숙하게 서있던 돌하르방이 하트를 그리고 있으니 그저 천진난만하게 보인다.
송악산 입구 공원에 세워진 다크 투어리즘 안내판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올레길 10코스를 걸으며 만날 어두운 흔적들을 미리 살펴본다. 역사적으로 비극이 발생했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고자 하는 여행을 의미하는데 유태인 대학살이 있었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9. 11 테러가 있었던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크메르 루주의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수많은 독립 운동가와 민주화 운동 연관 인사들이 고문을 당했던 서대문 형무소를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 들 수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도 일제 강점기의 상흔이 깊게 남아 있는 곳으로 올레길 10코스는 송악산 둘레를 걸은 다음 이곳의 상당 부분을 걸어서 지나가게 된다.
송악산 입구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송악산을 향해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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