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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라봉에서 내려온 올레길 9코스는 창고천을 따라 해안 방향으로 이동한다. 창고천 끝자락에서는 화력 발전소 앞을 지나 발전소 옆에 새롭게 조성된 공원을 지나 화순 해안로를 걸어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9코스를 마무리한다.

 

방목하는 말이나 소는 가지 못하지만 사람은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든 출입구를 다시 지난다. 예전에 올레길의 오름을 걸을 때 커다란 소들이 길을 막고 있던 것을 기억하면 오금이 저려올 정도이다. 어떤 어르신이 앞서 가지 않았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것이다. 동물하고 교감하며 친숙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부럽다. 동물들에게 마음을 여는가 그리고 동물들과 있었던 교감의 경험이 중요할듯하다. 아무튼 소나 말을 마주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벤치 두 개가 마련되어 있는 월라봉의 뷰포인트에 도착했다.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화순항의 풍경이다. 서쪽으로 지고 있는 태양의 강렬한 햇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나는 흰구름들이 존재감을 뽐내는 풍경이다.

 

뷰포인트부터는 완만한 산 능선을 따라서 산 반대편 진지동굴과 월라봉 전망대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중간에 월라봉 정상으로 가는 계단이 있었지만 몸 상태가 너무나 좋지 않은 옆지기의 의견을 따라 능선으로 가는 최단 거리를 선택했다. 대안이 없었다면 월라봉 정상과 전망대, 진지동굴을 모두 갔을 텐데 생략하고 최단 거리의 능선을 따라 걷다가 바로 하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대안이 있어 다행이었다. 

 

나무 데크를 따라 내려가는 길, 이제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가슴을 채운다. 거리는 짧지만 어려운 코스라고 해서 나름 긴장했는데 옆지기가 힘들어하는 것을 제외하면 수월하게 지나왔다. 몸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하산길에 바라본 풍경 산 아래로 산방산과 화순리 마을 풍경을 보면서 걸어 내려간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산 중턱에 울타리와 함께 사람들을 위한 출입구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도 말이나 소를 방목하는 모양이다. 이쪽 길에는 응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배설물들이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더해지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동물들의 존재를 찾게 된다. 맛있는 풀을 찾아 길에서 좀 먼 곳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알프스 산중에 풀어놓은 소들을 막기 위해 쳐놓는 전기 철책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산 중턱에 있던 울타리와 쌍이 되는 출입구를 지나면 이제 방목 중인 소나 말과 만날 염려로부터는 해방이다. 이제 마을길을 따라서 안덕 계곡에서 내려오는 창고천 방향으로 이동한다.

 

월라봉 입구를 지나 산방산을 바라보면 창고천을 향해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개끄리민교라는 이름의 다리를 통해서 창고천을 건너는데 이곳에서 군산에서 내려오는 현재의 올레길 9코스와 만난다. 이곳에도 9코스 경로가 변경되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올레길 9코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코스 전체가 변경이 참 많다. 아마도 제일 좋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개끄리민교에서 바라본 창고천의 모습이다. 한대오름, 삼 형제 오름 일대에서 발원하여 안덕 계곡을 지나 이곳까지 내려온 창고천은 현재의 올레길 9코스가 군산에서 내려와 계속 함께 걷는 하천이다. 

 

개끄리민교를 지나 좌회전하여 남제주 화력 발전소까지 계속 창고천변을 따라 걷는다. 아름다운 서귀포 해변에서 화력 발전소의 굴뚝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전력의 상당 부분이 육지에서 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환상적인 박수기정과 산방산 사이로 화력 발전소의 굴뚝이라니, 말이 나오지 않았었다. 재생 에너지의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해서 2015년부터 풍력 발전의 출력 제한을 실시하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했던 까닭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으로 제주의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량은 정격 용량의 57%에 이른다고 한다. 아무튼, 전력 수급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제주에는 이곳의 남제주 화력과 함께 제주 북부의 제주 화력, 한림 복합 화력 발전소가 있다고 한다.

 

예전에 다래나무가 많아서 다래 오름, 도래 오름이라고도 불렸다는 월라봉과 인사하면서 창고천변길을 걷다 보면 창고천이 바다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는 다리인 황개천교를 만난다. 다리 앞에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옆지기는 이미 환자 수준이라 말을 거는 것도 힘들어하며 손짓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래도 숙소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로 절뚝절뚝 걸어간다. 서귀포에는 월라봉(지도에서는 월라산)이 하나 더 있는데 쇠소깍 인근 효돈의 감귤박물관 뒤에 있는 산이다.

 

남제주 화력 발전소 앞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제주 화순리 선사 유적 공원도 지난다. 2005년 발전소 3, 4호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움집터, 옹관묘 등이 발견되어 2년간 발굴 조사가 진행되었고 일부는 이전하여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기원전 2세기 이후의 철기 시대 유적이라고 한다.

 

올레길은 발전소에서 조성한 남제주 나누리 파크를 가로질러 해안으로 나간다. 이 공원이 생기면서 마을길을 통해 화순 금모래 해변으로 가던 길이 이 공원을 들러가도록 경로가 바뀌었다.

 

이 공원의 명품 뷰는 아마도 이곳이 아닌가 싶다. 사각형 틀 속에서 산방산을 담는 포토존이 일품이다. 

 

발전소 벽면을 특이한 조형물로 장식해 놓았는데 이 또한 훌륭했다. 거울 같은 철판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하늘과 바다와 초록 공원을 담은 벽면이 오묘한 그림을 만들어 냈다.

 

나누리 공원을 지나면 하순 해안로 도로를 따라 화순 해변을 걷는다. 화순항은 산방산 유람선이 출발하는 곳으로 화순 금모래 해변, 항만대와 산방산, 용머리 해안, 사계 포구를 지나 송악산까지 갔다가 형제섬을 돌아오는 경로로 운행한다.

 

드디어 올레길 9코스 종점인 화순 금모래 해변에 도착했다. 올레길 8코스와 짧지만 9코스를 이어서 걸은 강행군이었다. 해변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근처 숙소를 잡은 까닭에 제주 바다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무리하지 않고 잘 쉬는 것이 내일을 위한 지혜라는 생각에 제주 여름 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은 다음으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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