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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근천과 강정천을 지나면 강정 해군기지를 앞을 지나 강정포구에 이른다. 원래의 올레길 7코스는 선녀 코지와 월평 포구를 들러서 월평 마을로 들어가 7코스를 마무리 하지만 공사 중인 구간이 있어서 우회로를 통해 월평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올레길 7코스는 원래 악근천을 건너 좌회전하여 악근천을 따라 내려가며 켄싱턴 리조트 외곽을 돌아 강정천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악근천으로 좌회전하는 지점에서 공사 중이라 리조트 앞을 직진하여 "이어도로" 도로를 따라 강정천 방향으로 이동한다.

 

제주도의 많은 하천들은 대부분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금세 마르는 건천이지만 강정천은 한라산의 맑은 암반수가 사시사철 흐르고 은어도 서식하는 하천이라고 한다. 하류에서는 강정천이라 부르지만 하천 중심이 도순동 지역이라 지도에는 도순천이라 기록되어 있다. 강정교로 강정천을 건넌다. 여기서부터는 해군 장병과 가족 7천여 명이 근무하고 거주하는 해군 기지 지역을 지난다.

 

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강정천에는 어김없이 천막을 설치하고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천변 나무 그늘에는 곳곳에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하천 끝 너머 범섬도 눈에 들어온다.

 

공사 시작까지도 큰 진통이 있었던 제주 해군 기지는 준공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 나라가 서로 으르렁 거리는 일이 없으면 가장 좋겠지만......"강정 해군 기지 반대 4,000일"이라 새겨진 팻말이 가슴 아프다. 

 

길은 샛길을 빠져나와서 해군 기지 앞을 지나서 강정포구로 향한다. 올레길 7코스 17.6Km 중에 13Km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축구장 75개에 이르는 상당한 규모의 공간을 지나야 한다. 방파제 길이만 2.5Km에 이르고 초대형 상륙강습함인 독도함도 접안하는 규모이니 해군 입장에서는 유용한 항구를 확보한 것이겠다 싶다.

 

해군 기지 앞 화단에는 억새 비슷한 커다란 풀이 화단을 덮었다. 일부러 심은 것인지, 아니면 관목을 심었는데 관리를 안 해서 나무는 모두 죽고 날아온 풀씨가 그 자리를 대신한 것 아닌가 싶었다. 과연 사람 키도 훌쩍 넘는 풀을 의도적으로 심었을까?

 

깔끔하게 현무암으로 바닥이 깔린 인도를 걷는데 공사를 위해 쌓아 놓은 바닥재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무암 바닥재가 베트남에서 만든 것이었다. 땅만 파도 온통 현무암인 이 제주도에서 건물이나 각종 공사에 사용하는 현무암들은 모두 제주에서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현무암이 베트남이라니......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선입견, 상식을 깨는 일이었다.

 

강정 포구는 해군기지 구석 쪽에 서귀포 강정 크루즈 터미널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겹쳐서 그런지 몰라도 601억짜리 터미널이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고 한다. 강정 포구 도로 옆 그늘에 앉아 간식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작은 게 한 마리가 신발 틈을 파고든다. 어떻게 큰 도로를 건너 여기까지 왔는지, 움직임이 쏜살같다.

 

휴식을 취하던 곳 위의 전깃줄에는 제비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길바닥에서 뭐하는 인간들이야!" 하면서 투덜거렸을지도 모른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 배낭을 둘러멘 아빠와 두 아이가 터벅터벅 걸어서 우리 앞을 지나간다. 올레 7코스를 걸으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벌써 서너 번 마주친 일행들이다. 일행을 바라보면서 옆지기와 나눈 대화는 남매냐 형제냐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니 걸음걸이를 보면 둘째가 여자 아이 같았는데, 그들이 휴식을 취할 때 지나치면서 얼굴을 보면 남자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아빠와 두 아이는 올레길을 걷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이른바 플로깅(Plogging)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걷거나 조깅하면서 쓰레기도 줍는 좋은 문화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던 것이다. 신문화를 실천하는 사람들 답게 그들은 신문물도 사용하고 있었다. 휴식 장소를 찾기 어려울 때는 쉬는 것도 녹록지 않은데 그들은 그늘이다 싶으면 자바라 의자, 아코디언 의자라고도 불리는 접이식 의자를 펴서 폼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에도 벅차 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플로깅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서쪽을 향해 걷는 올레길 지는 태양을 정면을 맞으면서 걸어야 한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말질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내륙으로는 산 봉우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흰 구름이 가득해 보이는데 우리 머리 위에는  구름 한 점 없이 지는 해 조차도 끝까지 쨍쨍하게 우리를 내려다본다.

 

강정 포구를 떠나 해안 도로를 따라 걷는데 제비 가족의 일상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새끼 제비들은 둥지에서 나와 전깃줄에 앉아 있고 부모 제비들은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다가 새끼들의 입에 넣어준다. 잠시 동안 한창 일하고 있을 자식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잔뜩 묻어나는 한숨을 크게 들이쉬고 길을 이어간다.

 

석양이 눈부신 강정 해변을 뒤로하고 해안 도로를 걸어간다. 석양이지만 햇빛이 강렬해서 챙이 큰 모자를 앞으로 바싹 숙여야만 해를 가릴 수 있다. 하늘의 흰구름조차 석양의 강렬함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올레길 7코스의 15Km 지점 표식이 붙어 있는 마을 어장 안내판을 지나니 켄싱턴 리조트 앞처럼 길을 우회하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월평 포구의 다리 설치 때문이란다. 선녀 코지와 월평 포구를 우회해야 한다. 우회로도 올레길 리본이 잘 붙어 있기 때문에 길 찾기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마을길을 지나는 우회로를 따라 월평 마을로 이동한다. 이왕 원래 경로를 우회하는 김에 맵스 닷미 지도 앱을 열어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비교하며 지친 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찾으며 걷는다. 

 

"자연 생태 우수 마을 강정마을"이라 붙은 표지석을 보니 인근이 서귀포시 강정동과 월평동의 경계선임을 짐작케 한다. 그런데, 자연 생태 우수 마을로 선정된 것이  2005년이고 얼마 되지 않아 강정 해군 기지 건설이 발표되었으니 이 또한 오묘한 상황이었다.

 

우회로는 "이어도로" 도로를 가로질러 올라갔다가 마을을 돌아서 다시 7코스 종점으로 내려오도록 되어 있었으나 우리는 월평교와 이천 장물 버스 정류장을 지나 도로를 따라 직진하기로 했다. 정류장 이름인 이천장물은 이첨장물, 유첨장물, 동해물이라고도 부르는데 정류장에서 하천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산물이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물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 동해성이라는 방호성이 있었던 곳이라 동해물이라는 병칭이 있는 것인데 이것을 모르고는 근처에 있는 식당 이름에 "동해물"이 있는 것을 보고는 제주도에서 왜 동해 바다를 찾지? 하는 무식한 호기심을 가졌었다. 이첨장이라는 사람이 이 물로 논농사를 지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월평 마을에 진입하니 돌담에 다육이를 심어 놓았다. 제주도 여행을 하다 보면 다육이가 담을 넘칠 정도로 풍성하게 가꾸어  놓은 카페나 가정집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돌담에 다육이를 심었다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역시 식물은 무엇이든 관심과 보살핌이 있어야 된다 하는 생각이 든다.

 

월평 하원로를 따라 월평 화훼 마을에 도착하면 올레길 7코스를 마무리하고 올레길 8코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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