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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왕곡 마을을 나온 해파랑길 47코스는 공현진항을 지나 가진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고성 왕곡 마을에서 나온 송지호로 도로는 길 끝에서 7번 국도와 만난다. 7번 국도를 넘어서 해안으로 나가야 하는데 작은 개천을 따라 7번 국도가 지나는 공현진교 아래로 지난다.

 

해파랑길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길 흐름이다. 공현진교 아래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우측으로 올라가 다시 우회전해서 공현진교를 건너는 방법이다. 

 

잠시 7번 국도변을 걷지만 이내 공현진 해변 안으로 들어간다.

 

송지호 해수욕장과 이어지는 공현진 해변이다. 공현진리는 1970년대 행정구역을 정비하면서 공수진리의 공과 장현리의 현을 합해서 만든 이름이다.

 

2014년에 공현진 개그 테마 해수욕장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조형물들이 서있다. 사람들이 억지웃음을 짜내는 것보다 이런 조형물이 낫다는 순간의 생각도 해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지나온 길에 희한하게 유명 여배우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하는 생각이다. 획 하나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송지호는 송지효, 공현진은 공효진 배우 이름과 닮았다. 초등학생 같은 우스개 소리가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화단의 노란 꽃은 과연 무엇일까? 한 겨울에도 다양한 색상으로 해변을 장식했을 꽃양배추다, 꽃배추, 잎모란이라고도 불리는 북유럽 원산의 배추과 식물이다. 초록잎 안쪽으로 흰색, 보라색, 붉은색 등의 잎이 나와서 마치 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잎일 뿐이지 꽃은 아니다. 배추처럼 5월에서 6월 사이에 진짜 노란 꽃을 피운다. 

 

사람들은 외면하는 꽃양배추의 노란 꽃에 꿀벌들이 날아들어 신이 났다.

 

공현진항을 지나 해파랑길 47코스의 종점인 가진항으로 향한다.

 

공현진항은 한적하기는 하지만, 대진항, 거진항, 아야진항과 함께 고성군의 국가 어항이다. 그만큼 규모가 있는 항구라는 의미이다.

 

공현진항을 기준으로 남쪽이 공현진 1리이고 가진항으로 가는 북쪽에는 공현진 2리 해변이 위치하고 있다. 유명세가 있는 해변이 아니지만 가진항 인근까지 활처럼 휘어진 모래 해변은 수심도 깊지 않아 해수욕하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항구 인근에 있는 바위는 이름이 수뭇개 바위로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감상하기 최적인 일출 명소이다. 

 

공현진 해수욕장을 빠져나와 해수욕장 입구에서 우회전하여 가진 해변길 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곳은 자전거에게도 도보 여행자에게도 그리 녹록지 않은 길이다. 도로변으로 여유 공간이 별로 없어서 차량들이 우리를 배려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여름이면 붉은 꽃으로 존재감을 뽐낼 길이지만 지금은 낭만가도 배롱나무 가로수길이란 표지판만이 그 존재를 알리고 있다.

 

아야진 해변처럼 가진항으로 가는 도로변 경계석에도 빨주노초파남보 색으로 칠해 놓았다. 이번 여정의 종점인 가진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집으로 빨리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복잡하다.

 

간성에서 속초로 가는 시내버스는 자주 있는 편이지만 모든 버스가 가진항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한대를 놓치면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때마침 버스가 지나갈 시간이라 마음이 급하다. 얼마 가지 않으면 버스 정류장이 있지만 버스 시간은 아슬아슬해서 버스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서 혹시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버스를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몸이 지쳐버린 옆지기를 채근하는 것이 미안하기는 했지만 끌다시피 버스 정류장을 향해서 열심히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내버스가 정류장을 지나서 우리를 향해서 달려온다. 옆지기와 함께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아! 버스 기사님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쌩 지나간다. 정류장이 아니라지만......

 

아쉬움이 가득한 마음으로 가진항으로 가는 길, 공현진리에서 가진리로 넘어간다. 해변의 바위와 백사장이 어우러진 풍경은 일품이다. 바위들이 큰 규모가 아님에도 나름의 멋을 자아낸다. 그렇지만 그늘 없는 해변가에 내리쬐는 땡볕은 46코스, 47코스를 이어 걸은 우리의 발걸음을 너무 무겁게 한다.

 

드디어 이번 여정의 종착지인 가진항에 도착했다. 거진항과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엄연히 가진리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다. 예전에 다른 어항보다 물고기가 많이 나서 작은 나루를 하나 더 만들어서 덕포, 더포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가진리의 이름도 더할 가(加)를 사용한다.

 

스탬프함에서 도장을 꺼내 찍으니 여정이 끝났다는 생각보다 다음 버스 시간까지 1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도 발걸음도 마음도 종잡을 수 없다. 늘 그렇듯 여행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일단 가진리에 있는 편의점까지 이동했다. 몸도 무거운데 태양은 또 얼마나 뜨거운지, 옆지기도 일단 쉬어가자고 한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두 개를 구입해서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일단 급한 갈증부터 해결했다. 히칭하이킹이라도 하고 싶지만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편의점 앞으로 공사 차량이 한대 서더니 편의점에 무언가를 구입하려고 들어간다. 일단,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쪽을 가리키며 간성 터미널 방향으로 가냐고 물었다. 첫 대답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식수를 차에 실으면서 여행 중이시냐고 대화를 건넨 청년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간성 터미널은 남쪽이 아니라 반대 방향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계획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도 방향 감각조차 잃었으니 순간 내가 저 사람에게 사기라도 친 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차에 타라는 청년의 말에 당황스러움이 곧 사라졌다. 더블캡 공사차량임에도 좌석들은 온갖 장비로 가득 차 있어 앉아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터미널 근처까지만 태워 주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놓친 이야기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근처에서 내려도 좋다고 했는데, 청년은 벌써 다 왔습니다!라는 것이다. 이름도 명함도 받지 못했지만 여행 마무리를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동서울 터미널로 이동하는 버스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로였지만 곤하게 한숨 자며 백담사와 홍천을 거쳐 집으로 가는 길도 좋은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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