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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 곁을 돌아가는 해파랑길 47코스는 고성 왕곡 마을을 들렀다가 간다.

 

송지호 동쪽 산책길로 해파랑길 47코스를 이어간다. 산책길에서 보이는 송지호 관망 타워. 7번 국도에서 들어오면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송지호를 둘러볼 수 있다. 무료로 자전거도 빌려 준다고 한다. 호수 둘레 5.3km를 약 30분이면 완주할 수 있다고 한다.

 

송지호 무장애 나눔길. 무장애 나눔길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걷기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숲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길이다. 송지호 무장애 나눔길은 1.8Km에 이르는 길이로 조성되어 있고,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무장애 나눔길은 한국 산림 복지 진흥원(https://www.fowi.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요한 호수와 싱그러운 숲길에는 허리춤에 넣어둔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와 우리의 발걸음 소리만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7번 국도 인근을 걸어도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가 많이 거슬리지 않는다. 아마도 나무들이 보호막을 쳐준 느낌이다. 사각사각 마사토 위를 걷는 느낌이 참 좋다. 아스팔트나 데크길이 깔끔하기는 하지만 마음이 좋아하는 길은 이런 길이다. 때로는 떨어진 솔잎을 밟으며 때로는 솔방울을 건드리며 상쾌한 발걸음으로 걷는 길이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이런 길을 어느 정도 걸으면 언제 들어갔는지 신발 속에서 신경을 자극하는 돌을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무가 한낮의 태양을 막아주는 이런 길은 환상적인 산책길임에 틀림없다.

 

이제 해파랑길은 호수 끝에서 좌회전하여 호수 북쪽 호숫가를 걸어 왕곡 마을로 향한다. 7번 국도 건너편에 송지호 오토캠핑장과 죽왕면 공설 운동장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호숫가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분들을 위한 오봉리 농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땡볕이 내리쬐는 호숫길. 어떻게 하든 그늘을 찾아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 

 

송지호 북쪽 호숫길을 걷다 보면 멀리 동쪽으로 송지호 관망 타워도 보이고 송지호 해수욕장에 있던 대형 숙박 시설 르네 블루 바이 워커힐도 눈에 들어온다. 송지호 해수욕장은 송지호에서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건물이 크다 보니 관망 타워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워커힐 하면 우리나라의 최고급 호텔이라 생각해 왔었다. 한편으로는 외국 호텔 체인인가? 하는 추측도 했었다. 그런데, 그 배경을 알고 나니 그야말로 감회가 새롭다. 일단 호텔 이름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미군의 월튼 워커 장군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 8군 사령관으로 한국 땅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내며 인천 상륙 작전까지의 시간을 벌어 주었지만 지프 이동 중 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분이었다. 우리나라 유수의 고급 호텔들이 대기업 손에 있는 것처럼 워커힐도 대기업 소유라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시작이 민간이 아니라 정부로 1960년대 외화벌이를 위해 중앙정보부가 시작한 것이었다. 토지의 강제 수용, 무상 노역, 예산 횡령까지 그야말로 복마전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결국 민간에 불하되었지만 외신의 평가는 혹독했다. "군사정부가 외화벌이를 위해서 매춘과 도박을 합치려 했지만 실패했다, 군사정권의 상징적인 계산 착오 사례다."

 

이곳은 호수 주변으로 작은 규모의 농경지들이 들어서 있다. 그렇지만, 호수 옆에 있는 농경지라고 석호의 물을 끌어다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염분이 섞여 있으니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다 써야 한다. 걸으면서 곳곳에서 모내기를 위해 논에 물을 퍼올리기 위한 모터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호수를 옆에 두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바로  못 먹는 떡이란 게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싶다.  고성 왕곡 마을로 가는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한다.

 

이제 멀리 해변의 르네 블루 바이 워커힐 하고도 송지호하고도 안녕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송지호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재첩 수확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남획과 오염으로 예전만큼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좋은 환경으로 지역 주민들도 여기를 찾는 사람들도 모두 행복했으면 한다. 송지호를 뒤로하고 우회전하여 왕곡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로 들어가는 언덕에 올라서니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이 인상적인 왕곡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왕곡 마을은 5개의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계곡에 위치한 마을로 주소지가 오봉리인데 오봉리가 가리키는 5개의 산은 281미터의 오음산을 중심으로 두백산, 공모산, 순방산, 제공산, 호근산을 말한다고 한다.

 

7번 국도로 이어지는 송지호로 도로에서 좌회전하여  잠시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우회전하여  왕곡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간간히 마을 분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이 섞여 있는데 본채 기준으로 20여 채가 기와지붕이고 30여 채가 초가지붕이라 한다. 행랑채와 부속 건물들은 대부분 초가지붕이라 한다. 멀리서 보면 초가가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초가지붕에 불이 붙지 않도록 굴뚝에 항아리를 얹어 놓은 집도 있다.

 

매년 7월에서 10월 사이에는 왕곡마을 민속체험축제가 열려서 전통 가옥에서의 수박 체험, 농촌 생활 체험 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봉 1리 마을 회관과 경로당 건물도 전통 한옥이다. 이곳이 단순히 전시용 마을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임진왜란 때는 마을이 완전히 폐허가 되었지만 이후 마을이 다시 형성되면서 19세기 전후로 지어진 집들을 보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한 북방식 한옥으로 윤동주의 생애를 조명한 영화 "동주"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다.

 

마을 입구의 장승과 국가 민속 문화재인 왕곡 마을 안내판을 지나며 왕곡 마을을 빠져나간다.

 

왕곡 마을을 빠져나오면 7번 국도와 이어지는 송지호로 도로를 다시 만나는데 이 도로가 7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까지 도로를 따라서 해안 방향으로 이동한다. 가는 길에는 우측으로 왕곡 마을 향토음식점 저잣거리도 지난다. 강원도 토속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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