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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주위를 돌고 있는 해파랑길 45코스는 호수 주위를 마저 걸어 장사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영랑호 산책길은 영랑호 범바위 뒤편을 돌아서 간다.

 

산책길 우측으로 범바위로 오르는 돌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범바위를 오르면서 마주하는 양랑호의 풍경. 호수를 나누고 있는 부교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범바위라고 이름이 붙은 이유는 멀리서 보면 큰 바위의 모습이 마치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범바위에 올라서 바라본 서쪽의 풍경은 바로 앞은 골프장이고 그 뒤로는 태백산맥의 준령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범바위 아래로는 연꽃이 심겨있는 작은 연못도 있다.

 

범바위 위에 세워진 영랑정. 조선 시대 이곳에 정자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의 정자는 최근에 복원한 것이라 한다. 범바위는 속초 8경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시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바람과 비와 안개, 햇빛 등 자연이 만들어 놓은 설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바위 사이를 오가며 범바위 주위 풍경을 즐긴다.

 

범바위에서 보이는 부교 건너편까지 가려면 아직도 한참 걸어야 한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 길을 이어간다.

 

범바위를 지나서 길을 이어가는데 우리 옆을 쉬익하며 지나가는 인라인 스케이터가 한분 계셨다. 마스크와 모자와 점퍼를 착용하시고 좌우로 움직이며 전진하시는 모습은 부드러움 자체였다. 그냥 보아도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이었다. 아! 나도 저런 노년을 누려야 할 텐데! 하며 부러움과 존경의 눈빛을 보낸다.

 

리조트 건물이 우측으로 보이니 영랑호반 주위를 걷는 길도 이제 절반을 넘어가는 모양이다.

 

영랑호로 유입되는 유일한 하천인 장천천을 건너면 장천 마을과 영랑호 습지 생태 공원으로 가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고 그 뒤로는 이곳과 연관된 설화들을 배경으로 제작한 조각상도 만날 수 있다. 영랑이라는 화랑이 이곳에 반해 서라벌로 가는 것을 잊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영랑호와 속초항이 있는 청초호에 용이 한 마리씩 살았는데 청초호의 용이 마을에 난 불로 죽어서 이곳 영랑호의 용이 사람들에게 화를 내렸다는 전설도 있다.

 

장천천은 영랑호에 유입되는 유일한 민물인 만큼 영랑호 정화 사업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오염된 상태로 내려오면 호수를 정비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영랑호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원활하게 물이 오가도록 정비하니 호수의 염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염도가 높은 물에서는 살 수 없는 잉어와 붕어들이 장천천 하구에서 떼죽음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만든 것이 장천천 하구의 영랑호 습지 생태 공원이다. 민물에 사는 생명들에게는 피난처가 되고 상류에서 내려오는 오염물질을 한번 걸러서 호수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해파랑길은 이제 바다를 향해서 길을 잡는다.

 

영랑호 북쪽 산책길로 접어들면 속칭 귀신집이라 불리는 폐가들이 이어진다. 영랑호 리조트의 별장형 콘도로 2019년 고성, 속초 산불에 피해를 입은 후 거의 방치 상태라고 한다. 소유권이 복잡한 모양이다. 2019년 산불 당시에 그나마 영랑호가 있어서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영랑호 남쪽은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로 스카이 라인이 한강에서 강남 아파트를 보는 듯하다. 나머지 방면이 남아 있어 다행이지만 개발의 광풍이 이 모습을 그대로 남겨 둘지 모르겠다.

 

영랑호 벚꽃길도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하얀 벚꽃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벚나무들은 꽃은 모두 보내고 지금은 나무 밑동에 황토 옷을 입었다. 해충이 알을 낳거나 침입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한다.

 

호수 북쪽 입구 쪽에는 작은 습지도 마련되어 있다. 획일화된 호숫가 풍경이 아니라서 좋다.

 

호숫가를 거의 다 나온 시점, 영랑호의 서쪽 하늘로는 구름 위로 비추는 태양은 눈이 부실 지경인데, 태백산맥을 넘어온 검은 구름이 한가득이다.

 

호수 끝자락에는 강아지와 함께 망원경을 들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소년 조각상이 하나 있다. 때마침 먹구름이 시야를 가려서 소년도 투덜거리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빨리 흘러가는 구름 덕택에 소년이 바라보고 있는 대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속초의 보물인 설악산이다.

 

영랑호를 빠져나가는 길 옆,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길목에서 새 한 마리가 외롭게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낚싯대를 던져 놓은 강태공 같다.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로 중앙로 도로를 건너서 장사항 해안길로 나간다.

 

해안길을 걸어 장사항에 도착하면 우리를 반기는 것은 한참 공사 중인 장사항 바다숲 공원이다.

 

장사항 뒤편 아주 작은 모래 해변도 낚시를 하든, 바닷물에 발을 담그든, 그저 사람 구경을 하든 즐기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장사 해변 앞에서 45코스를 마무리하고 46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이곳 스탬프함은 뚜껑이 없어서인지 거의 도장이 찍히지 않았다. 혼자서 길을 걷던 청년을 만났는데 짧지만 함께 투덜거리는 진 풍경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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