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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해수욕장을 떠난 해파랑길 45코스는 아바이 마을을 지나며 청초호와 속초항을 거쳐 동명항에 이른다.

 

2022년 봄에 생긴 속초 아이 대관람차 덕분에 속초 해변의 뷰는 엄청나게 바뀌었다. 대관람차를 직접 타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대관람차 자체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하니 요즘 세대 사람에게는 속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것이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관람차 앞의 파이프로 만든 대형 조형물의 이름은 이철희 작가의 "Falling in love - Kiss"라는 작품이다. 파이프라는 독특한 재료가 만드는 감성적이 형상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파이프를 따라 바람도 드나들고, 반대편의 시야도 드나드는 독특한 설치 예술품이다. 거대한 공영 주차장이 바로 앞이고, 속초 고속 터미널이 5분 거리이니 이곳은 정말 핫한 장소일 수밖에 없다.

 

속초 아이 대관람차를 돌아서 다시 해변길을 걷는다. 해파랑길 표지판에는 아바이 마을(갯배), 속초항, 청초호, 영금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해변길을 걷다가 청호 초등학교 인근에서 좌회전하여 청호동 골목길로 들어간다. 동네 어르신들을 그려놓은 벽화 옆에 아바이 길이라 적혀있다.

 

시멘트 블록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은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사연들이 담겨 있었다. 멈추어 섰다가 걷기를 반복한다. 무슨 긴 말이 필요할까 "철조망이 아니야"하는 짧은 말과 표정에서 애끓는 마음이 전해진다.

 

보따리를 소재로 작은 조형물과 글을 새겨 놓은 벽에서는 단순하지만 묵직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보따리 하나쯤 있지. 
난리통에 떠나온 고향의 추억 보따리. 
고향 그리움 동여매고. 
열심히 살아 보게 만든 희망보따리"

 

오징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은 그리움을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가슴이 아려 온다.

 

"오징어 배를 가르면 원산이나 청진의 아침 햇살이

퍼들쩍 거리며 튀어 오르는 걸 본 적이 있는지"

 

청호 초등학교 쪽으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꽃터널 조형물에는 여러 문구가 새겨져 있었는데, 필자에게 가장 공감이 되는 문구는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입니다"였다. 우보천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는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이다. 환경, 시류의 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진리에 서서 묵묵하게 결심한 바를 이루어가는 그런 중년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청호 초등학교는 1958년에 세워진 학교이니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피난 내려온 1세대 어르신들도 이곳을 다녔을 것이고 그 자손은 말해 무엇할까? 그 시절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겠지만 사연이 많은 학교이겠다 싶다.

 

청호 초등학교를 지나 계속 직진하면 청호 방파제가 있는 해안가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사진에서 보이는 설악대교를 넘어 아바이 마을로 넘어간다.

 

설악대교 교각에 새겨진 갯배의 모습. 방송에서도 여러 번 보았고, 탔던 경험도 있는데 접근하는 경로가 다르니 완전히 새롭다. 승강기를 타고 설악대교 중간으로 올라가서 다리를 건넌 다음 다시 다리 중간에 있는 승강기로 내려가면 아바이 마을로 갈 수 있다.

 

승강기를 타고 설악대교 중간으로 올라가 다리를 건넌다. 이런 방법으로 다리를 건너는 경험은 이곳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설악대교에서 바라본 속초항 방면의 모습. 앞쪽으로는 아바이 마을이 뒤쪽으로는 속초항 국제 크루즈 터미널과 속초항 국제 여객 터미널이 위치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편과 일본 사카이미나토로 가는 배편을 운행하고 있다.

 

설악대교 반대편 청초호 방면의 모습은 호수 주위로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한 모습이다. 산, 호수, 바다 전망 모두를 가진 고층 아파트에 살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일상의 분주함, 삶의 고뇌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전망이 있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좋은 전망도 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바이 마을은 석호인 청초호와 동해 바다 사이에 형성된 사구의 모래밭에 세워진 마을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설악대교도 없었고 청초호와 바다를 바로 이어주는 지금의 수로도 없었다. 청호동의 긴 사구가 쭉 이어져 있었고 청초호에서 속초항으로 이어지는 수로 입구에서 갯배를 이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청초호의 배가 바다로 나가려면 좁은 수로를 통해 속초항을 거쳐 나가야 했는데 1998년 이곳에 살던 1백여 가구를 인근 매립지(미리내 마을) 쪽으로 이주시키고 수로를 만들고 다리를 놓으면서 청초호의 배들이 바다로 바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설악대교에 이어서 멀리 앞쪽으로 보이는 금강대교가 구 수로 위에 놓이면서 청호동은 속초시 중앙동과 바로 연결되는 공간이 되었다.

 

다리를 건너는데 때마침 요트와 어선이 수로로 들어오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복잡한 속초항을 지나 좁은 구수로를 거쳐서 가야 했을 텐데, 옛날 모습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는 천지개벽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초호와 바다를 연결하는 넓은 수로가 생겨서 일까? 청초호는 거의 바다화 되었다고 한다. 청초천이라고 호수로 유입되는 민물이 있기는 하지만 넓어진 바닷길의 위력을 감당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다리에 설치된 승강기나 계단을 이용해서 다리 아래로 내려오면 아바이 마을이다. 교각을 따라 갯배 타는 곳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는 아바이 마을의 엣 풍경을 사진과 조형물들을 통해 재현해 놓았다.

 

갯배 승차장 근처에는 2000년에 방영된 드라마 가을동화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있다. 송승헌, 송혜교, 원빈, 문근영 등이 스타덤에 올랐던 계기가 된 작품이다. 사람 손으로 끌어야 하는 갯배 특성상 갯배를 운영하시는 분이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들 체험하겠다고 나서는 덕택에 아저씨는 별 힘들이지 않고 배를 반대편으로 댈 수 있었다.

 

갯배를 내려서 직진하면 속초 관광 수산 시장, 아바이 순대 타운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옆지기에게 가고 싶냐고 물으니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아직 갈길이 멀어서 그랬을까? 간식 천국, 쇼핑 천국을 외면하고 계속 길을 가자고 한다. 해파랑길은 갯배를 내려 바로 우회전하여 구수로길을 따라 걷는다. 구수로 양쪽에는 수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구수로 위로는 금강대교가 아바이 마을과 중앙동을 이어주고 있다. 구수로를 따라서는 속초 생선 구이 거리가 있었는데 때마침 출출한 시간이라 거리에 퍼지는 생선구이 냄새를 외면하면서 걷기란 보통 곤욕이 아니었다. 생선구이라고 이름 붙은 메뉴들은 왜 이리 가격이 비싼지 쉽게 가게 안으로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생선구이 좋아하는 옆지기는 아마도 그냥 손잡고 들어가 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속초 생선 구이 거리를 빠져나오면 바로 우회전하여 구수로를 건너온 금강 대교 바로 앞에 있는 신호등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 반대편 길에서 중앙로 거리를 걷는다. 속초항을 따라 걷는 길이다.

 

속초항을 따라 걷는 길은 속초 시청이 자리한 중앙동을 지나 동명동으로 넘어간다.

 

생선구이를 먹지는 못했지만 먹거리 천국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가는 길에 속초 아바이 냉면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에 냉면집에서 냉면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아바이 냉면은 함흥식 냉면이었다. 매콤하니 맛있는 점심 식사였다.

 

식사를 끝낸 우리는 다시 길을 건너 동명항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속초항 한쪽 구석에 자리한 어항이다. 속초에 놀러 와서 해산물을 먹고 싶다 하면 찾는 곳이 대포항 아니면 동명항이었다.

 

동명항 뒤편에 자리한 영금정이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거문고 소리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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