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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리 마을길을 지나 잔교 해변을 지난 해파랑길 42코스는 7번 국도 인근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자전거길을 따라 38선 휴게소와 기사문 해변을 지난다. 기사문항을 지나면 잠시 7번 국도 옆을 걷지만 이내 하조대 입구인 현북면 읍내로 들어간다.

 

7번 국도 옆 언덕 위로 조성된 자전거길을 따라 양양 현북면 잔교리 마을길을 이어간다. 국도 건너편 해안으로는 갖가지 교통 표지판이 있는 어린이 교통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잔교리 무궁화동산 내에는 어린이 교통 공원과 함께 사진처럼 경찰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1992년에 속초 경찰서에서 세운 것으로 한국 전쟁 전후로 이 지역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가 산화한 경찰 경비대원 32명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자전거길은 숲 속으로 이어진다. 숲 속에 아스팔트 포장의 자전거길을 만드는 것이 조금은 부담일 수 있겠지만, 걷기족에게도 라이더에게도 숲 속 자전거길은 최고의 길이다.

 

이런 숲길을 달려가는 라이더들은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천천히 달리며 숲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 환상적인 자전거길이다. 

 

잔교리 자전거길이 38선 휴게소로 가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데 대전차 방어용으로 설치된 낙석 장애물 시설 위로 길을 만들어 놓아서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언덕을 오르다 보니 머리 위로 항공기 한대가 양양 공항으로 향한다. 강원도 유일의 국제공항인 양양 공항은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편이 제일 많지만 국내선으로는 대구, 김포, 여수 항공편이 있고 국제선으로는 필리핀 클락으로 가는 항공편이 있다.

 

5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아카시 꽃이 꽃망울을 만들었다. 하얀 아카시 꽃이 반갑기도 하고, 봄이 절정을 넘어가는 구나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낙석 장애물 시설 위로 만들어진 길을 지나 7번 국도를 건너간다.

 

7번 국도를 넘어서면 38선 휴게소와 잔교 해변을 만난다.

 

2차 세계 대전에 승리한 강대국들이 우리 민족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군사적 편의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그어놓은 경계선으로 한국 전쟁 이전까지 남북의 경계가 되었다. 이곳을 기준으로 북쪽은 한국 전쟁 이전까지는 소련과 북한이 관할했던 것이다. 국군의 날이 10월 1일인 유래도 바로 이곳과 연결되어 있다. 인천 상륙 작전과 서울 수복 이후 미군과 유엔군은 전쟁 확대를 원치 않고 있었는데 이승만은 국군 단독으로 북진을 명령했고 그 첫 시작이 바로 이곳 잔교리 인 것이다. 1950년 10월 1일 국군이 38선을 처음 넘어선 것을 기념하는 날이 국군의 날인 것이다. 전쟁 이후 38선 대신 휴전선이 남북의 경계가 되어 현재에 이르는 것이다.

 

38선 휴게소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어묵으로 간식을 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어묵을 먹으면서 바라본 해변 풍경은 조용하기만 하다. 옆지기가 매운 어묵을 사 왔는데 무지하게 매웠다는...... 양양 8경을 안내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죽도정과 남애항은 지나왔고 하조대는 오늘 만날 예정이고 양양 남대천은 내일 해파랑길 44코스에서 지날 예정이다. 나머지는 설악산 대청봉, 오색령(한계령), 오색 주전골, 낙산사 의상대이다. 38선 휴게소 앞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은 조도라는 섬으로 조도 주변 해역은 2017년 멸종 위기종인 왕거머리말이 발견되면서 강원도 내의 유일한 해양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잔교리를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 나가는 작은 하천을 넘어서면 기사문리로 진입한다. 양양의 특산물인 송이버섯을 형상화한 기사문항의 등대를 배경으로 기사문 해변도 서퍼들의 놀이터다.

 

길은 기사문항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기사문항을 지나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 집 벽에 그려진 벽화는 한국 전쟁을 표현해 놓았다. 이 땅에  다시 전쟁에 벌어진다면? 아! 아찔하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 전쟁은 영화의 한 장면이나 그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세대, 지금 우리나라는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라는 것을 애써 생각하지 않는 세대, 종전 선언을 원치 않는 세대, 군대는 가지 않으면서 호전적 언어를 쏟아내는 이율배반적 세대, 강대국에 붙어 있으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세대, 정말 아찔하다.

 

기사문리를 나오면 하조대 부근까지는 7번 국도 옆의 자전거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마을 입구에서는 겹벚꽃이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길가에는 떨어진 겹벚꽃의 분홍색 꽃잎으로 카펫이 깔렸다. 하얀 벚꽃이 지면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겹벚꽃의 꽃잎도 떨어지고 있으니 4월이 지나가고 5월이 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4월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꽃 중의 하나인 겹벚꽃이 정말 이쁘다. 가슴 설레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7번 국도변의 자전거길이 조금 좁은 편이지만 가끔씩 앞뒤로 오는 자전거들에게 길을 내어 주면 걷기에 좋은 길이다. 완만한 오르막 길인데 길 건너로 만세 고개라는 표지석과 그 뒤로 3.1 만세 운동 유적비가 보인다. 1919년 4월 4일 양양 장날을 기점으로 시작한 만세 운동을 기리기 위한 공간으로 1천여 명이 모인 시위대를 향하여 일제는 무차별 총격을 가하여 9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동학 혁명 당시 반 동학군을 결성할 정도로 유림의 영향력이 강하고 보수적인 지역에서 강력한 만세 운동을 벌였다는 점을 보면, 우리 근대사에서 3.1 운동만큼 보수, 진보, 종교, 종파, 신분, 성별, 지역, 세대를 뛰어넘어 하나가 된 적인 있는가 싶다.

 

만세 고개를 넘어서면서 기사문리에서 하광정리로 진입한다. 길은 우측 길로 빠져서 하조대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하광정리 읍내로 들어가는 길, 이곳도 겹벚꽃 꽃잎으로 길은 분홍빛이다. 광정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초등학교의 강당 이름도 하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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