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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거진읍 화포리를 걷고 있는 해파랑길 49코스는 화진포의 명물인 응봉을 오른다. 응봉에서의 환상적인 뷰를 즐긴 다음에는 해안 능선을 따라서 김일성 별장 방면으로 하산한다. 하산 길은 화진포 소나무 숲 산림욕장을 지난다.
응봉이라고 착각했던 봉우리를 내려가면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다시 오르막 앞에서 응봉(정상) 표지판을 만난다. 응봉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을 때는 진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봉우리인 줄 알았다. 화진포 근방에서는 높은 봉우리로 매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응봉이라 이름 붙은 명소인데 그것을 몰랐었다.
아무튼 키 큰 소나무가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작은 나무들이 싱그러운 공기와 냄새를 전해주는 숲길 걷기는 정말 좋다. 길은 화진포 해맞이교를 지난다.
거진리 해변을 한 바퀴 돌아 산을 넘어 화포리로 이어지는 거탄진로 도로 위를 횡단하는 화진포 해맞이교에서 바라본 서쪽 풍경이다. 거진리를 한 바퀴 도는 도로의 이름인 거탄진은 거진의 옛 이름이다.
화진포 해맞이교를 지나면 입구에서 만나는 강원도 명품길, 화진포 해맞이 산소길 안내판이다. 이제 진짜로 응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숲 속 길 가이드도 넓게 만들어 놓았다.
솔숲길이라 다행이지만 응봉 직전이라 경사도가 있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경사도가 높다 보니 가이드 줄을 지그재그 형태로 설치해 놓았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경사도가 있어도 직선으로 올라가고 싶겠지만 길을 직선으로 해놓으면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내려오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엉덩이를 깔고 내려가야만 하는 수준이다. 등산복이 아닌 차림으로 응봉이 멋있다고 가볍게 올라오면 옷도 다 버리고 된통 당할 수 있으니까, 길을 지그재그로 만든 것은 많은 이들을 위한 적절한 선택이다 싶다.
고비 구간을 지나고 나면 응봉 정상까지는 무난한 길이 이어진다.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작은 돌이라도 세워두고 가고 싶은 모양이다. ㅎㅎ
드디어 응봉(122m)에 도착했다. 화진포 소나무 숲 산림욕장의 핵심 장소다. 해발 고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가파른 편이라 동네 뒷산 생각하면 조금 힘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올라오면 모든 수고를 보상해 주는 그런 뷰를 가진 곳이다. 사람들이 많아서 인증숏 하나 남기기도 어려울 수 있다. 편한 일상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많았다.
응봉에 바라본 화진포의 절경이다. 거대한 8자 모양을 가진 화진포는 주위가 16Km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호다. 8자 모양이므로 위를 북호, 남호라고 하는데 북호와 동해가 만나는 지점에 화진포 해수욕장이 위치하고 있다.
화포리에 붙어 있는 남호 쪽의 모습이다. 경포호나 영랑호와 같은 동해안의 다른 석호와 달리 화진포는 호수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하천이 전혀 없다. 그래서 염도도 높고 호수지만 민물고기는 없고 바다 물고기만 잡힌다고 한다. 그렇지만 화포리, 원당리, 죽정리, 초도리 등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과 농경지에서 흘러드는 오염 물질을 막지 못하면 청정한 화진포를 지키지 못하므로 마을마다 습지를 만들어 오염 물질이 바로 호수로 가지 않도록 하고 호수의 물과 바닷물이 섞이도록 하여 수질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화진포호 둘레길을 걸으면 금강 습지, 화포 습지, 죽정 습지, 초도 습지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영랑호에서도 수질을 보호하고 민물고기들의 대피소 역할을 하는 생태습지가 있었는데 습지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화진포호와 바다까지 탁 트인 시야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응봉을 떠나기는 너무도 아쉬웠다. 먼저 도착한 관광객 일행도 도무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가슴 터지는 전경에 저들처럼 흥분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강한 바람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아쉽지만 하산길에 나선다. 해파랑길은 산 아래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김일성 별장을 방면으로 솔숲을 걷는다.
응봉을 내려오면 화진포 주차장 인근과 얼마 전에 지나왔던 화진포 해맞이교 인근으로 이어지는 작은 도로를 만나지만 군용 도로로 일반 차량은 들어올 수 없다. 해파랑길은 도로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이름하여 화진포 소나무 숲 산림욕장을 걷는다.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가볍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소나무 키가 작았다면 차마 산림욕장이라 이름 붙이기 어려웠겠지만, 쭉쭉 뻗은 소나무 숲과 강렬한 태양이 솔잎에 닿으며 풍기는 솔향기는 소나무 숲 산림욕장이라 하기 충분하다.
소나무 숲 산림욕장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쉼터들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는데 누워서 숲을 만끽하라고 침대형 벤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배낭과 신발도 벗어두고 숲 속에서 넉넉히 휴식을 취한다. 우리는 김일성 별장 쪽으로 내려가지만 그쪽에서 올라와 응봉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자 형제들이 먼저 가고 그들의 부인들이 뒤따라 가는 그룹이 있었는데 남자들이 벤치에 앉아 쉬며 이제 다 왔나? 하니 부인들이 아직 한참 가야 합니다! 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부인들은 길을 알고 가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들도 만났는데 이들은 두 사람 모두 길에 대한 정보가 없는 모양이었다. 김일성 별장 지나 조금만 가면 되나 보다 하는 모양이었다. 아직도 한참을 가야 하는데, 힘드니 아이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아직 한참 더 가야 합니다." 했더니 아무런 정보가 없던 상황에서 길을 열어준 모양새가 되어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김일성 별장으로 향하는 숲길은 천천히 걸으며 산림욕 하기에 딱 좋은 길이다. 산 아래에서 만날 땡볕을 생각하면 조금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다.
숲 사이로 금구도가 보인다. 섬의 모양이 거북이 같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고구려 연대기에 의하면 광개토대왕의 시신을 안장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광개토대왕 초기 왕릉 축조를 시작해서 10여 년의 공사 기간 중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사후에 장수왕이 이곳에 시신을 안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당이나 성벽과 같은 인공 건축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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