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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남천을 건너 동호리 해변에 도착한 해파랑길 48코스는 동호리와 봉호리를 지나 북천을 건너 송죽리로 넘어간다.
동호리 해변길에서 장우산을 들고 혼자서 해파랑길을 걷고 계신 어르신을 만났다. 50코스까지 서너 번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분이다. 터벅터벅 속도가 빠르시지도 않고, 가끔은 바닥에 주저앉아 지도나 안내서를 보시기도 하신다. 내심 우리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았는데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그분에게도 우리에게도 각자의 흐름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 감자가 나올 시기답게 감자 밭에는 감자꽃이 피었고 열매가 맺힌 곳도 있다. 감자도 마늘도 땅속 작물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마늘도 감자도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힌다. 그리고 열매를 심으면 마늘도 감자도 수확할 수 있다. 마늘의 경우 씨앗인 주아를 1년 동안 키워서 그다음 해에 마늘 종자로 사용하는 농법이 마늘 주산지인 서산도 의성도 일반화되어 있지만, 감자의 경우에는 토마토처럼 생긴 열매 속에 있는 아주 작은 씨앗들을 심으면 감자가 나오기는 하지만 균일하지 않고 크기도 작아 상품성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아무튼 감자도 꽃을 피우고 열매가 있으며 열매 속의 씨앗들을 심으면 상품성을 없지만 감자도 나온다는 것은 사실이다.
길 옆 해당화도 열매를 맺었지만 길 옆이라 그렇까? 감자 열매처럼 대접이 그리 좋지는 못하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해당화 열매는 칼슘, 비타민-C, 폴리페놀 성분이 엄청나다고 한다. 시중에서 씨앗도 판매하고 있으니 본격적으로 심어 볼까?
완전 숲 속 길을 걷는 것은 아니고 솔숲 곁을 따라 걷는 것도 완전 땡볕보다는 낫다.
오래간만에 보는 클로버도 반갑다. 어린 시절 토끼를 키우며 열심히 뜯어다 주며 토끼를 키웠는데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오니 토끼 가죽만 빨랫줄에 걸려있고 토끼는 온데간데없었다. 아버지가 동네 아저씨들과 해치운 것이었다. 토끼풀이 없는 겨울에는 김장무로 버텨 내며 키운 토끼였었다. 때로는 네 잎 클로버를 찾겠다고 눈에 불을 켰던 적도 있었다. 콩과 식물이니 어디서든지 잘 크고 초식 동물들에게는 딱인 식물이다.
소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싱그러운 그늘 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있다. 아직 이른 오전 시간이라 태양의 각도가 길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행운도 있다.
솔숲을 벗어나 동호 1길 도로로 나오면 넓은 간성의 들판을 걷는다.
모내기가 끝난 고성 평야를 보니 시야가 탁 트이는 것이 너무 좋다. 진부령 산록에서 발원한 북천과 마산(1,052m)에서 발원한 남천이 동해와 만나면서 만든 고성 평야는 고성군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군부대와 산지가 많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평야도 상당하다.
북천에 도착했다. 이곳도 강한 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건너편 우리가 북천을 건너서 가야 할 송죽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천변 길을 따라 내륙 방향으로 이동하면 멀리 북천 철교도 보이기 시작한다.
북천 철교는 양양에서 원산까지 이어지는 옛 동해북부선의 철교로 지금은 폐선 상태도 평화 누리길이라는 이름으로 리모델링하여 사람이 오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북천 철교 위에 조성한 데크길을 통해서 북천을 건넌다.
북천 철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상류와 하류의 모습이다. 상류로 보이는 다리는 7번 국도가 지나는 북천 1교다. 진부령에서 시작해서 동해로 흘러가는 북천이 강한 바람 탓인지 상당히 넓어 보인다.
북천을 건넌 다음에는 다시 해변 방향으로 이동한다. 북천 모래톱에서는 물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가마우지와 갈매기는 먹이를 두고 싸우기도 한다는데 서로 다른 종이 섞여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 중에서 한 마리가 먹이를 찾기라도 하면 같은 종이라도 그것을 빼앗으려고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이나 새나 수준이 오십 보 백보다.
북천 끝자락에서 송죽리로 넘어가는 지점에는 쉼터가 있었다. 때마침 속에서 신호가 와서 화장실을 가야 했는데 컨테이너보다 작은 단순한 화장실이었지만 아주 깔끔했다. 이런 곳에 있는 화장실 수준을 보면 진짜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파리조차도 공중 화장실을 찾기 어렵고, 깨끗하지도 않은데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몇 단계 위다.
마산 해안교를 통해서 북천으로 들어오는 초계천을 건너면 거진읍 송죽리로 넘어간다. 송죽리 입구에 있는 작은 산은 마산이라 부르는 곳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저곳에서 아주 용맹스러운 말이 태어났는데 그 말을 탈만한 사람이 없어서 결국 말이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죽었다고 마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옛날에는 대나무가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른 나무들이 마산의 멋을 더해주고 있다.
마산 해안교를 넘어서 우회전하면 북천변을 따라 송죽리 해안으로 산책길로 갈 수 있지만 해파랑길은 좌회전하여 마산 아래를 돌아간다. 풀이 덮인 작은 동산에 활엽수들이 서있는 풍경이 나름의 멋을 자아낸다.
솔숲만 보다가 푸른 초원 위의 자작나무를 보니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겨울에는 조금 황량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훌륭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마산을 돌아 나오면 우회전하여 해안으로 이동한다. 이제 반암리 솔밭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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