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걷기 여행 둘째 날 여정은 코타키나발루 북부의 툰 무스타파 타워에서 시작하여 해변을 따라 제셀톤 선착장까지 걷는 여정으로 깔끔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는 걷기 좋은 경로이다. 어제 오후에는 구름이 가득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쾌청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코타키나발루 날씨는 일기 예보로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늘 국지성 호우의 예보가 있으니 외출 시 우산은 늘 챙겨 나가는 것이 지혜이다. 육교를 통해서 도심을 가르는 1번 해안도로를 건너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오늘 점심은 센트럴 포인트 쇼핑몰 옆에 있는 싱가포르 치킨라이스라는 식당에서 모래집과 내장 모둠, 그리고 치킨라이스를 먹었는데 고객들의 리뷰만큼이나 먹을만했다. 닭 모래집을 주문할 때 점원이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다른 내장을 ..
수리아 사바를 지난 이후에는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해변산책로, 중앙시장, 수산시장을 지나 워터프런트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수리아 사바를 빠져나오면 건물을 돌아서 해변으로 나간다. 하늘에는 코타키나발루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하며 고도를 낮추고 있다. 드디어 남중국해 태평양 바다를 만났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투어를 하는 가야섬, 마무틱섬, 마누칸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무엇이 잡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도 해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분들이 있었다. 그냥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시간일 것이다. 이곳에서 한 달 살기 한다면 해변에서 하는 낚시도 좋을 것 같다. 약간은 더운 듯 하지만 벤치에 앉아서 쉬는 분들도 있는 깔끔한 해안 산책로를 걸어 내려..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했던 가야 거리의 일요 시장을 뒤로하고 시그널 언덕 전망대를 다녀오고 사바 관광청 앞의 코타키나발루 0 Km 표식을 지나 수리아 사바 대형 쇼핑몰로 향한다. 가야 거리(Gaya Street)를 벗어나면 코타키나발루 우회 도로를 가로질러 좌회전하여 산 아랫자락을 따라 도로변을 걷는다. 코타키나발루 도심 곳곳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고 화살표 아래 버튼을 누르면 얼마 되지 않아 보행자를 위한 신호로 바뀌니 현지인들이 그냥 막 건너다고 따라 건너지 않아도 된다. 버튼을 통한 신호 변경은 곳곳에서 잘 동작했다. 가야 거리 뒤편의 아파트 모습을 보면 나름 깔끔한 것 같기도 하고 층별로 설치된 철제 계단을 보면 슬럼 같기도 하고 하루 이틀 지나는 나그네로서는 이들의 삶을 알 수가 없다. 산..
인천 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를 거쳐서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한 우리는 하룻밤 휴식 후 코타키나발루 도심 걷기에 나선다. 도심에 위치한 숙소 덕분에 모두 여정이 걸어서 소화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작은 코타키나발루 도시공원(Kota Kinabalu City Park)과 가야 일요시장(Tamu Gaya Street)이다. 이곳 사람들의 삶을 아주 밀착해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사실 인천공항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는 저가 항공사를 이용해서 직항으로 갈 수 있다.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가 터질 때 항공편 취소로 쌓여있던 여행 바우처를 사용하려니 에어아시아를 이용해서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서 코타키나발루로 들어간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떠나는 여행, ..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주변 농가들은 막바지 콩 탈곡을 하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게으른 텃밭 농부가 얼마 전 찍어 놓은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 텃밭에도 기후 변화의 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참깨와 고추 사이에 심었던 고구마가 어느덧 밭을 가득 채웠는데 어느 날 고구마 잎들 사이에서 그 귀하다는 고구마 꽃을 만났다. 누군가는 일백 년에 한 번 피는 꽃이라며, 일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행운의 꽃이라고 하지만 중남미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아열대 기후만 맞으며 언제든지 꽃을 피운다. 나팔꽃처럼 생겼는데,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꽃을 피우니 당연히 씨앗도 맺고 씨앗으로도 번식할 수 있다고 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후 유럽을 거쳐 필리핀, 중국으로 전파된 고구..
마지막 해외 걷기 여행은 코로나가 막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봄, 인도 첸나이 여행이었다. 당시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에 에어아시아 항공편이 취소되는 황당한 일이 있었는데 에어아시아는 항공사 자체가 파산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거치면서 취소한 항공편의 현금 환불은 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항공권 금액만큼 포인트로 적립해서 추후 항공편 이용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여행 바우처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사용에 제한이 있다는 것인데 모든 항공편에 사용할 수는 없고 인천과 쿠알라룸푸르를 오가는 D7으로 시작하는 항공편에만 사용할 수 있다. 에어아시아의 바우처를 활용해야겠는데, 어디를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코타키나발루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
2022년 가을 1,470Km의 남파랑길 걷기를 할까 말까 망설인 이유 중의 하나는 트레킹 경로의 성숙도와 안전성이었지만, 돌아보면 나름 잘 정비된 경로를 가지고 있었다. 남해와 서해를 나누는 기준점까지 걸어보니 이제는 해파랑길, 남파랑길 보다도 훨씬 긴 서해랑길을 걸을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의외로 다닌 곳이 많아 친숙한 지역이기도 한 까닭일 것이다. 여행은 마음을 아주 흥분시키는 것이 없어도 여행 자체로 좋다. 게다가 걷는 여행은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남파랑길을 걸으며 적었던 글들을 하나로 정리해 본다. 글 제목만 보아도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 완도, 해남 후행 구간 남파랑길 90코스 - 송호리 임도에서 땅끝탑 남파랑길 90코스 - 마봉리 임도에서 송호리 임도 남파랑..
송호리 임도를 지난 길은 개재봉 작은 산을 넘고 땅끝해안로 도로 위를 건너는 구름다리를 지나서 땅끝전망대에 도착하고 전망대 아래 해안으로 내려가 땅끝탑에서 남파랑길의 모든 여정을 마무리한다. 송호리 임도에서 바로 앞으로 보이는 77번 국도 땅끝해안로 방면으로 내려가 땅끝마을로 가고 싶지만 남파랑길의 남은 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땅끝마을을 품고 있는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산야는 조림이 한창이다. 임도를 벗어난 길도 조림지로 보이는 작은 산을 오른다. 이 지역은 후박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심은 모양이다. 아담한 돌계단이 이곳이 산행길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멀리 달마산을 뒤로하고 땅끝 전망대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길은 중간에 갈산입구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
마봉리 임도를 가로지른 길은 이제 작은 산들의 능선을 걸어 남서쪽으로 이동한다. 작은 봉우리를 지나 송호지 인근의 임도를 가로지른다. 마봉리 임도 인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도솔봉 자락의 숲길을 걸어 몰골이재로 향한다. 청년기의 활력이 넘치는 편백숲을 지난다. 침엽수 조림지만 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활엽수 조림지를 통과한다. 목백합나무라고도 불리는 튤립나무이다. 계절이 더 깊어지면 노란 단풍이 지고 낙엽을 떨구겠지만 초여름에 피는 튤립을 닮은 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삼나무, 편백나무, 튤립나무에 소나무숲까지 달마고도 숲길은 생물 다양성도 가진 훌륭한 숲길이다. 달마고도와 이별해야 하는 몰골이재에 도착했다.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달마고도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돌아 북쪽으로 올라가는 경..
달마산 아랫자락의 미황사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마지막 90코스는 귀래봉, 떡봉, 도솔봉 아래의 중턱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마봉리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가로지른다. 미황사의 천왕문 앞에서 남파랑길 89코스를 끝낸 우리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야외 테이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평일임에도 혼자 또는 둘이서 걷는 분들을 여러 명 만났다. 그들이 남파랑길을 걷는지, 달마고도를 걷는지, 아니면 달마산 산행을 하거나 미황사 주변 만을 걷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 모두에게 좋은 길을 걷고 있다는 여유와 기분 좋음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훌륭한 산책로 맞다. 드디어 미황사 앞을 지나 90코스를 시작한다. 1,470Km에 이르는 남파랑길 대장정의 마지막 여정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불교의 108 번..
달마산 임도에 들어선 길은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걷다가 미황사 인근에서 숲 속 산책길을 걸어 미황사에 이른다. 미황사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산 중턱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어렵지 않게 걷는다. 1백 미터마다 길 옆에 박아 놓은 길 표식은 길을 지루하지 않게 돕는다. 길 표식을 보면 또 일백 미터를 걸었구나 하며...... 콘크리트 임도가 아닌 흙길 임도도 괜찮다. 다만, 이른 아침에 출발한 까닭에 풀잎에 맺힌 이슬들이 아직 마르지 않아 신발 앞부터 천천히 젖고 있다. 게다가 예보에 없던 비까지 토닥토닥 내리기 시작한다.ㅠㅠ 일기 예보만 믿고 우비도 우산도 챙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리는 비가 당황스럽다.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피해서 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
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은 해남군 남창에서 길을 이어간다. 남창시장과 남창 교차로를 거쳐 남창을 빠져나오면 잠시 도로를 걷다가 남창리 농로를 걸어서 이진리로 넘어가 달마산 임도로 진입한다. 어제 88코스를 끝낸 우리는 원동에서 쉬어 갈지를 고민했었다. 86코스를 걸으면서 원동에서 하룻밤 쉬어 갔던 경험이 있었고, 남창부터 원동까지 86코스와 89코스가 겹치는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원동에서 해남까지는 직행버스를 이용하고 해남에서 남창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해남 읍내에 좋은 숙소 후보도 많고 식당도 많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해남 군내버스로 남창까지 이동한 우리는 달도를 넘어온 남창교 앞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밀물 때인지 물살이 세차다. 북평면사무소 입구 교차로에서 남창 시장 방면으..
완도 수목원을 빠져나온 길은 초평리와 망축리를 지나 해변으로 나오고 원동리의 정해진 서로 도로를 따라 걸어서 원동 버스 터미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오봉산 상왕봉을 넘어 완도수목원으로 내려온 길은 왜성침엽수원, 진달래과원, 아열대온실, 북카페와 방문자센터를 차례로 지난다. 왜성 침엽수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일본이 원산지인 침엽수들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안내문을 읽어 보니 왜성은 왜소하다는 의미로 왜성침엽수원은 같은 종의 표준 크기에 비해서 키가 작게 자라는 나무 50여 종을 모아 놓은 곳이라고 한다. 신학저수지로 흐르는 개울을 건너 길을 이어간다. 이 개울은 삼장골에서 내려오는 개울과 합류하여 신학저수지로 내려가며 완도수목원을 남북으로 가르는데 남파랑길은 개울과 저수지 북쪽 길로 내..
상왕봉을 넘은 길은 등산로를 통해 하산길에 나선다.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에 들어서면서 완도 수목원 영내로 진입한다. 상왕봉에서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우리는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다. 거칠어도, 경사가 급해도 에너지가 덜 필요한 하신길이다. 물론 이제는 무릎과 관절이 잘 버텨 주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좋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은 필자뿐만이 아니라 그런지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사고 비율이 훨씬 높다. 실족과 추락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한다. 백운봉 방향의 숲길로 이동한다.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가지만 남파랑길은 임도가 지나는 하느재 고개에서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를 따라 완도 수목원으로 내려간다..
화흥 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88코스는 화흥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임도를 오르다가 가파른 등산로를 통해서 완도 최고봉인 상왕봉에 오른다. 어제 화흥초등학교 앞에서 87코스를 끝낸 다음 군내버스를 타고 완도읍내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화흥초등학교로 이동하여 88코스 여정을 시작한다. 완도 군내버스는 2023년 9월부터 완전히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 남파랑길이 지나는 여러 군 지역에서 1천 원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곳이 많지만 완전 무료 버스는 처음이다. 교통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다. 버스 내부에 있는 단말기도 완전히 전원을 꺼 놓은 상태였다. 출발 시간도 정확하고 비용도 무료이니 정말 고마웠다. 커다란 편백나무와 히말라야 시다가 우뚝 서있는 화흥초등학교 옆을 통해서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