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 마을에서 하동호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 10코스는 난이도가 상급인 난이도가 있는 코스이다. 9코스에 이어서 10코스를 걷는 우리는 궁항마을까지 걷고 군내버스로 하동읍내로 나가 하룻밤 휴식을 취한 다음에 다시 궁항마을로 돌아와 10코스 나머지를 걷기로 했다. 위태 마을 회관 앞에서 시작한 길은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마을길을 통해서 주산 자락의 지네재 고개로 향한다. 정오를 바라보는 시각이지만 궁항마을에서 하동 읍내로 나가는 버스가 많지 않아서 마음 한 구석에 초조함이 있다. 사실 위태 마을에서 조금 올라가다 보면 정돌이민박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민박집이 있는데 여기서 묵을까? 하는 검토도 했었다. 시간이 너무 이르기도 하고 코스를 배분하다 보니 지나치게 되었는데 커다란 나무와 정자가 있는 민박..
지리산 둘레길 9코스는 산청군 시천면 면사무소가 있는 덕산을 떠나 중태재 고개를 넘으며 하동군으로 진입하는 코스이다. 지리산 남서 방향으로 나아간다. 중태재 부근의 일부 등산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마을길과 임도로 구성된 무난한 길이다. 8코스 종점이자 9코스 시작점인 남명 조식 기념관 건너편의 산천재 앞에서 9코스를 시작한다. 산천재는 조식 선생이 후학을 키우기 위해서 천왕봉이 보이는 이곳 덕산에 지은 것이라고 한다. 지리산 종주를 했던 사람이라면 기억하는 세석평전, 촛대봉, 중산리, 장터목 산장, 천왕봉이 모두 이곳 산청군 시천면에 속해있다. 천왕봉이 산청에 있으니 산청 사람들이 "지리산은 우리 거야!"라고 해도 달리 대꾸할 방도가 없다.ㅎㅎ 골목길을 지나 덕천강 강변으로 나간다. 북서쪽으로 천왕봉이 ..
지난번 둘레길 걷기 이후 다시 이어지는 걷기는 2026년 1월을 보내며 2월을 맞이하는 시기이다. 8코스는 난이도는 상에 해당하지만 백운 계곡을 지나서 마근담 자락까지 쭉 이어지는 오르막이 끝나면 완만한 내리막으로 코스를 마무리하는 매력적인 코스이다. 이른 아침 대전 복합 터미널에서 원지 정류장까지는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프리미엄 우등이라고 넓은 좌석에 칸막이 커튼까지 있는 필자에게는 새롭게 만나는 신세계였다. 중부 지방에서 산청으로 가는 길은 대전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최단 코스이다. 대전에서 8시 버스를 타고 원지 정류장에 내린 우리는 운리마을로 들어가는 11시 5분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백반으로 넉넉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지난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서도 이..
인심 좋은 산청에서의 하룻밤 휴식을 보낸 우리는 이른 새벽 난이도가 상급인 지리산 둘레길 7코스 성심원, 운리 구간을 걷는다. 상급 난이도이기는 하지만 아침재와 웅석봉 하부 헬기장에 이르는 약 5Km의 오르막길을 지나면 그 이후는 완만한 내리막의 임도를 걷는 무난한 코스이기도 하다. 어제저녁 둘레길 6코스를 끝내고 산청읍내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성심원 앞에서 친절한 마을 주민을 만나 그분의 차를 얻어 타고 편하게 읍내로 나갈 수 있었다. 가끔씩 이곳에서 버스를 놓치거나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태워 주신다고 하셨다. 오늘 새벽에는 산청 터미널에서 원지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성심원 앞에서 하차하여 여정을 시작한다. 정류장 이름은 성심원이 아니라 "풍현"이었다. 무료 버스인 산청 농어촌 ..
댐이 아닌 농업용 저수지로는 국내 최대라는 충남 예산의 예당호 느린 호수길 걷기를 다녀왔다. 호수 둘레가 40Km에 이르니 걷기를 위한 좋은 산책로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호수 북서쪽을 따라서 조성한 7Km 정도의 데크길 말고는 딱히 산책로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걸어보니 호수 서쪽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 도로이기 때문에 산책로가 만들어지기에는 무리이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흙바닥이 아닌 데크길을 통해서라도 호수 옆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이 감사했다. 순환형 산책로가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갔던 길을 그대로 돌아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예당관광지 12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후사리 버스 정류장에서 호수 중간 지점까지는 시내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예당호의 명물이라는 출렁다리를 지나서 걷기를 끝..
함양군을 지나서 산청군으로 들어온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북쪽을 돌아서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둘레길 6코스는 산청군 읍내를 지난 다음에 선녀탕을 경유하는 코스와 계속 경호강을 따라가는 코스로 나뉘는데 우리는 경호강을 따라서 성심원으로 향한다. 6코스는 산청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을 몸의 체험한 구간이었다. 대부분 평지로 난도는 높지 않다. 산중에서 점심을 해결했던 우리는 5코스를 끝내면서 수철마을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고동재 고갯길에서부터 카페 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이라 그런지 동네에 있는 카페는 문을 열지 않은 모양이었다.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옆지기는 많이 실망한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수철마을에서 잠시 정비를 하고 바로 6코..
동강마을에서 수철마을까지 걷는 지리산 둘레길 5코스는 난이도 중급이지만 왕산 자락의 쌍재와 고동재를 넘어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경로이다. 그렇지만, 고갯길을 넘는 과정에서 숲길을 통과하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위의 고도 변화 그림과 같이 완만하게 고도를 올리다가 고개를 지나면 완만하게 내려오는 걷기에 좋은 길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 함양 터미널에서 마천, 추성행 농어촌 버스를 타고 동강마을로 향한다. 오늘은 5코스, 6코스를 이어서 걸을 예정이라 조금 일찍 여정을 시작했다. 지방을 다니면 보통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농어촌 버스를 타기 마련인데, 함양군은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이기는 하지만 약 2백 미터 정도 걸어가야 하는 위치에서 별도로 출발한다. 동강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엄천교를 통해서 유유..
의중마을에서 벽송사를 경유하는 코스와 용유담을 경유하는 코스로 나누어졌던 둘레길 4코스는 모전마을에서 합류하여 동강마을까지 임천을 따라서 평탄한 길을 걷는다. 숲길을 벗어나 도로와 마을길을 걸으니 계곡 주위를 돌아보며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는 경로이다. 좌측으로는 법화산(993m), 우측으로는 와불산(1,214m)을 두면서 동북쪽으로 계곡을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뒤로는 용유담 위로 임천을 가로지르는 용유교가 계곡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송전길을 따라 가는데 복주머니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 하나가 나그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길을 만들기 이전부터 저런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길을 만들다가 생긴 것일까? 임천 건너편 마을을 보니, 마치 지금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
2026년 새해에 떠난 지리산 둘레길 걷기, 이제는 경상남도 지역으로 들어서서 걷기를 이어간다. 함양 지역의 둘레길 4코스는 출발 전에 벽송사를 거쳐서 갈지 아니면 임천을 따라서 와불산 아랫자락의 숲길과 용유담을 거쳐 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벽송사를 거쳐 가는 방법이 오르막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지만 쭉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단순한 경로이기 때문에 의외로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우리는 용유담 경유 코스를 선택했는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숲길을 걷느라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았다. 두 코스를 모전 마을에서 합류한다. 금계 마을 입구에서 둘레길 4코스의 전체적인 그림을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걷기에 나선다. 멀리 보이는 천왕대불이 아침 햇살을 받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채석장 한쪽 면에 불상을 새겨 놓..
난이도가 상에 해당하는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인월 - 금계 구간도 어느덧 절반을 넘기면서 마지막 고비인 등구재를 지나면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서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으로 진입한다. 전라남도 구례군까지 더해 3개 도에 걸친 거대한 지리산 자락의 한축인 경상남도 함양군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등구재를 넘어서 창원마을 이후에 다시 숲길을 통해서 약간의 고갯길을 통과하면 목적지인 금계마을에 닿는다. 서진암 입구에는 넓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서 김밥을 먹으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은 3코스의 종점인 금계마을의 펜션을 숙소로 예약했기 때문에 버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를 갖고 쉴 수 있었다. 장항마을을 지나며 이어지던 포장길은 서진암 입구에서 끝나고 이제부터는 숲길 걷기에 나서야 한다. 서룡..
지리산 둘레길 3코스는 난이도가 "상"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코스이다. 초반에는 람천을 따라 걷는 평탄한 길이지만 배너미재를 넘어가야 하는 난관이 있다. 산을 내려와 장항마을에 도착하며 남원시 인월면에서 산내면으로 건너가고 60번 지방도 천왕봉로를 가로지르면 삼봉산 자락에 위치한 서진암 입구까지 오르막길을 이어간다. 예전에 지리산을 오를 때면 구례구역에 새벽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밤 기차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내리는 그런 기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고속열차를 타고 남원역에 내려서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내려와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서 역 앞에서 밥을 해 먹고 산을 오르던 기억은 그저 낭만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
강천보를 지난 길은 단현동 마을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화창하던 하늘에 구름들이 몰려오니 길이 쌓인 눈과 함께 분위기가 왠지 을씨년스럽다. 단현동 마을길을 거쳐온 길은 여강길 표식을 따라서 여강길 1코스의 이름인 "옛 나루터길"의 유래인 옛 나루터들을 찾아 강변으로 나간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찾아가는 첫 나루터는 "부라우 나루터"이다. 콘크리트 둔덕이 아닌 자연스러운 강변도 좋고 남한강을 옆에 두며 걷는 강변 숲길도 마음에 든다. 부라우 나루터는 강가 바위가 붉어서 붙은 이름이고 예전에는 중요한 나루터 중의 하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팻말만 남아있고 강물은 유유히 흐른다. 고려 때부터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만 해도 남한강은 수운의 핵심 물길로 세곡을 안전하게 나르고 목재와 도자기 등을 실은 배들이 저..
2025년을 보내면서 여주 여행을 다녀왔다. 여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한강을 여강이라 불렀는데 여강 주위를 도는 길이다. 11코스까지 있고 300리, 140Km에 이른다고 한다. 필자는 여강 주위의 코스 위주로만 조금씩 걸을 예정이다. 시작은 1코스 옛나루터길로 여주역에서 경강선 전철을 내려서 여정을 시작할 수 있으니 좋았다. 시내에서 강변으로 나가서 강변을 걸으며 여주대교, 이호대교, 남한강교를 지나고 소금산을 거쳐 도리마을에 이르는 여정이다. 여주역 앞에 자리한 "사랑으로 가는길, 행복으로 가는 길" 조형물. 팔을 벌려 환영하는 모습,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 가운데 선글라스를 쓴 견공이 여행가방을 끌고 가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만남의 반가움이 가득한 인물들의 표정에서 사랑,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겨울비가 내리는 2025년 막바지 서울 추억 여행을 다녀왔다. 필자의 청춘의 추억이 떠다니는 장소들을 옆지기와 조용히 다녀왔다. 이전에는 삶의 한 복판에 있던 공간인데 이제는 추억 여행지가 되었다는 점이 감회가 새롭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만 추억 여행이라는 의도 때문인지, 지리를 대충 알고 있는 까닭인지, 빡빡하지 않은 시간 계획 때문인지 마음은 충분히 가볍다. 추억 여행의 시작은 4호선 충무로역이다. 복도에서 우리나라의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배우들의 모습을 만나니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복도를 지나 지상으로 올라가면 대한극장이 있었지만 66년 역사의 대한극장은 2024년에 문을 닫았다. 대한극장, 스카라 극장, 피카디리 극장, 단성사, 서울극장, 명보극장 등 극장 거..
2025년 끝자락, 겨울비가 그친 주말에 아산 나들이에 나섰다. 아산에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지만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신정호 둘레길과 온양온천 전통시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신정호는 1호선 전철 온양온천역에서 600번이나 610번을 타면 대중교통으로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다. 호수 주변으로 무료 주차장이 여러 곳에 조성되어 있어서 자동차로 가기에도 부담이 없는 곳이다. 신정호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신정호 관광단지가 있는 북동쪽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신정호 호수 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한쪽으로는 메타세쿼이아가 쭉쭉 뻗어서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날씨가 맑지 않아도 그 나름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는 호수 둘레길은 약 4.8Km 정도이므로 가볍게 걸을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