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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24호선이 지나는 용정교 아래에서 이어가는 서해랑길 33코스는 용정4리, 용정 2리 마을을 지나면서 동쪽 해안선 인근의 완만한 들길을 걷는다. 두동마을과 석북마을을 돌아가면서 다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송마로 국도 방향으로 걷는다. 수양촌 마을을 지나서 국도 아래 굴다리를 통과하여 삼수장 3반 정류장으로 나와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3월에 무안에서 눈을 만나다니, 황당하면서도 놀라운 풍경에 감탄하며 오늘의 걷기를 시작한다. 어제 용정교 앞에서 여정을 끝내고 무안 읍내로 나가서 하룻밤 쉬고 다시 돌아온 것인데 오늘의 눈을 예고라도 하듯 어제 오후는 예상치 못한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어제 오후 여정을 끝내고 용정교 남쪽의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니 찬바람은 쌩쌩 불고 다음 버스까지는 한 시간 넘게 남은 상황이었다. 문도 없는 간이 버스 정류장이라 앉을자리도, 바람을 피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택시를 부르자니 너무 아깝고 이리저리 오가며 망설이는 중이었다.

 

날씨가 너무 춥고 피곤한 상태라 그런지 옆지기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정작 필자도 허술하게 입은 옷 때문인지 온몸이 오들 거리는 것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했다. 때마침 정류장 인근에 자동차 한 대가 정차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동차로 달려가 무안 방향으로 나가는 길이라면 동행할 수 있는지 여쭈어 보았다. 그런데, 와우! 무안까지는 아니지만 현경면 읍내까지는 태워주실 수 있다고 하신다. 현경면으로 가면 버스 후보가 좀 더 많아지고 몸을 녹일 수 있는 편의점이나 식당도 있으니 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분이었다.

 

청년 시절 산행 후 마을로 내려가다 보면 트럭이 지나면서 타지 않겠냐고 물어 보이던 분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히치하이킹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되고 말았다. 사람에 대한 연민보다 의심이 먼저인 세상, 단순한 친절보다 나의 편함이 우선인 세상. 그저 남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아무튼, 친절하게 우리를 현경면 읍내까지 태워주신 분은 교직을 은퇴하고 무안에서 농사를 시작하셨다는데 쉽지가 않다고 하신다. 그분이 도움이 아니었다면 허허벌판에서 진눈깨비를 맞으며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을 것이다.

 

하얀 눈이 얇게 쌓인 용정마을로 가는 길은 강아지가 지나간 흔적이 전부이다. 그리고, 우리의 발걸음이 그다음이다. 붉은 태양을 받으면 멀지 않아 사라질 그림이다.

 

어떤 곳은 붉은 태양을 받으며 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용정마을을 지나 북쪽 해안선으로 나간다.

 

양파밭도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3월에 눈을 맞은 양파도 황당할 것 같기는 하다. 겨울을 나는 양파는 이 정도 눈과 추위는 일도 아니다. 참으로 신기한 식물이다. 

 

날이 서늘해서 스틱을 잡은 손이 시려오지만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가는 느낌이 너무나 좋다. 올해 겨울에 마지막으로 만나는 눈이 아닐까 싶다.

 

저 멀리 갯벌까지 쌓인 하얀 눈을 3월의 절경을 선사한다.

 

대지와 하늘까지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은 지친 몸 마저 깨운다. 하얀 눈, 소나무까지 환상적인 작품을 만난다.

 

용정마을을 지나는데 양정마을로 향하는 무안군 버스가 부지런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부지런한 무안군 버스처럼 언덕 너머로 아침 태양도 부지런히 오르고 있다.

 

갯벌 가까이 해안으로 나온 길이 동쪽으로 방향을 잡자 커다란 아침 태양이 우리를 맞아 준다. 이른 아침에 추위를 뚫고 걸은 보람인가! 환상적인 그림이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하얀 눈길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는 환상적인 특권을 누린다. 하얀 카펫이 깔린 것 같다.

 

찍고 또 찍어도 이 아름다운 광경을 그냥 지나 보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들길을 걸어온 석북마을 인근에서 두동마을로 이어지는 팔방길을 얼마간 걷는다.

 

팔방길 도로를 걷던 길은 우회전하면 바로 석북마을로 갈 수 있지만 길은 좌회전하여 해변으로 나가서 두동마을을 돌아간다.

 

두동마을을 돌아가는 길, 이른 아침 길을 나선 트럭 자국만이 길을 인도한다.

 

마을의 모양이 쌀의 양을 재는 도구인 말처럼 생겼다고 말 두(斗) 자를 사용해서 두동이라 불렀다고 한다.

 

두동마을 끝자락, 바다 건너는 함평군의 돌머리 해변이다. 앞으로 서해랑길로 지나갈 곳이다.

 

붉었던 아침 태양은 붉은 옷을 벗고 중천을 향하여 올라간다. 두동마을을 돌아가는 길은 마을을 지나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두동마을을 뒤로하고 눈 덮인 들판을 가로지른다. 두동마을과 바다 건너편 월두마을 사이는 제방이 있다가 제방을 허문 역간척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두동마을을 지나온 길은 농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눈도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석북마을로 내려오니 길의 눈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태양이 마법을 부린 모양이다. 

 

석북마을 외곽을 지난 길은 수양리의 논길을 가로질러 내려간다.

 

들길에서 만난 매화가 세찬 바람 속에서도 우리의 발걸음 멈추게 한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설중매, 꽃매화는 아니지만 이미 꽃을 피운 상태에서 서리와 눈을 맞았어도 매화는 끄떡없다.

 

간척지 논을 가로지른 길은 수양촌 마을 뒤편의 야산에 도착한다. 이후로는 논과 야산 사이의 농로를 따라서 수양마을로 향한다. 눈이 카펫처럼 하얗게 쌓여 있던 길은 이미 눈이 녹고 맨땅이 드러나고 있다. 태양 앞에 눈은 맥을 못 춘다.

 

인천공항 근처 사무실에서 보면 수없이 많은 항공기들의 이착륙 모습을 목격하지만, 무안 공항이 지척인 이곳은 휴일과 주말이라 그런지 그나마 하늘에서 여객기를 목격할 수 있다.

 

길은 야산을 돌아서 눈 녹은 마을길을 따라 수양마을에 진입한다.

 

마을 입구에 멋있는 나무와 정자를 가지고 있는 수양촌 마을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수양버들이 있어서 수양마을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양마을을 지나온 길은 24번 국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33코스도 끝이 보인다.

 

국도 옆 보리밭이 일품이다. 대부분의 보리밭은 산파로 흩어 뿌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가지런히 심은 것이 보기에도 일품이다.

 

간척지 보리밭을 돌아온 길은 24번 국도 아래를 통과해서 현경면 수양리에서 송정리를 넘어간다.

 

3월의 눈을 만났던 33코스는 현경면 송정리로 넘어오면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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