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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해제면으로 다시 돌아온 서해랑길은 해제면 중앙의 봉대산 주위를 돌아간다. 수포마을을 출발한 31코스는 북쪽으로 들길을 걸어서 석산마을, 감정마을, 석용제를 차례로 지나고 송전마을에 이른다.

 

서해랑길 무안 31코스까지 걷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번 여행 계획이었지만 하루 종일 겨울비에 시달리다 보니 오늘처럼 비를 맞으며 하루를 더 걷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지 않은 시간에 30코스 걷기를 끝냈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일기 예보를 보니 밤새 비가 많이 내리다가 내일 오전 중에는 날이 흐리기는 하지만 비가 소강상태 일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31코스가 길지 않다는 장점도 있으니 해제면 읍내에서 하루 쉬고 31코스를 이어 걷기로 했다.

 

무안의 군내버스들은 무안군 홈페이지에 올려진 시간대로 정확히 운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해제면 읍내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어제 여정을 끝냈던 수포마을로 다시 돌아와 31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어제의 일기 예보대로 밤새 세찬 빗줄기를 보이던 하늘은 아침이 되니 조금 흐리고 가끔씩 안개비가 내릴 정도지만 우산 없이도 걸을 수 있는 날씨가 되었다.

 

길은 수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좌측으로 마을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온 대지가 겨울비로 촉촉하게 젖었다.

 

들판을 가득 채운 양파밭에 스프링 쿨러로 물을 주지 않아도 하늘에서 촉촉하게 적셔 주었다. 버스에서 내려 31 코스를 시작한 곳이 봉대로 도로인데 다시 봉대로 도로로 나왔다.

 

봉대로를 따라서 석포마을을 지난다. 봉대로는 해제면 중심에 있는 봉대산을 한 바퀴 돌아가는 도로로 무안군의 군내버스들이 운행하는 도로이기도 하다. 수포마을, 석포마을이라는 마을이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옛날에는 바다에 인접하여 포구가 있던 마을이지만 간척지가 생기면서 이제는 멀리 가야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봉대로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석산마을과 염전 표식을 보면서 좌회전하여 들판길로 나간다.

 

광활한 간척지를 가로지르는 길로 상당한 규모의 염전 지대를 살짝 지나쳐 간다.

 

간척지를 가로질러온 길은 멀리 보이는 석산마을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산에 돌이 많다고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석산마을에는 아시래라는 예쁜 이름의 동네가 있다. 동네 이름으로 만든 아시래 염전이라는 곳도 있는데 해제면 읍내에서 동네로 들어올 때 마을을 보면 아스라이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석산마을이 물안개로 아스라이 보인다.

 

석산마을로 향하는 길, 밭에는 무안 양파와 더불어 무안의 대표 작물 중의 하나인 양배추가 싱싱하게 크고 있다. 봄이 되면 소비자에게 전달될 작물이다.

 

사실 서해랑길이 석산마을을 향해 걷고 있는 이 길은 "동학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길이다. 해제면 석산마을의 해주 최 씨 삼의사(장현, 서현, 기현)를 기리는 길이다. 동학 혁명에 참여했다가 모두 처형되었다고 한다. 동학혁명을 도화선이 된 고부군수 조병갑처럼 이곳에도 탐관오리가 있었다고 한다. 봉대산은 이순신 장군이 다녀간 곳으로 난중일기에도 기록되어 있으니 유서 깊은 동네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석산마을 앞을 지나는데 담벼락에 염전 풍경을 담아 놓았다. 아마도 마을에 아시래 염전을 품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염전하면 일이 고되고 어렵다는 느낌인데, 색상 때문일까? 아니면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 때문일까?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하긴, 같은 일을 하더라도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마을 앞을 지나는 길의 이름이 "동학길"인 것처럼 벽화로도 추모비로도 석산마을 출신으로 동학혁명에 목숨을 걸었던 삼의사를 기리고 있다.  

 

석산마을회관을 지난 길은 마을길을 따라 감정마을로 향한다. 길 주위로는 온통 양파밭이다. 논이 아닌 곳은 모두가 양파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릇푸릇한 양파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이 봄인지 2월 한겨울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감정마을에 들어서니 마을의 자랑인 350년 된 곰솔나무가 그 위용을 뽐낸다. 마을 분들이 신령하게 여기고 가꾸는 만큼 나무의 모양새도 훌륭하다. 보통 해송이라 불린다.

 

길은 석용제 저수지를 돌아서 북쪽으로 이어진다.

 

저수지를 돌아간 길은 잠시 봉대로 도로로 나가지만 이내 들길로 들어가서 송전마을로 향한다.

 

비가 완전히 그치는 것인지 비구름이 산능선을 타고 조금씩 올라간다. 길은 송전마을 앞을 지나는데 마을 주위로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마을에 있는 정자는 어제 내린 세찬 비로 앉을자리가 없고 온통 들판을 지나는 여정이라 엉덩이를 붙일 마땅한 곳이 없다. ㅠㅠ

 

그래도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산 위로 올라가는 비구름과 물안개의 모습이 반갑다. 송전마을을 지나온 길은 봉대산 자락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백학산을 향해서 들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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